"기부금 1달러가 80달러가 됩니다"
MAP인터내셔널은 전세계에 재해지역이나 제3세계에 의료약품들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국제구호기관 중 하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조사한 '2017년도 규모가 큰 자선단체 Top 20'에서 14위에 오를만큼 영향력이 큰 기관이다.
2014년에는 CEO에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한인 입양인이 임명돼 큰 화제가 됐었다. 주인공은 스티브 스털링(한국명 이명수∙62사진)대표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그는 2014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MAP인터내셔널을 1년만에 한해 총수입 2억 440만달러에서 5억 4700만달러의 규모의 단체로 키워냈다.
"매년 1,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료로 약을 보급받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있다"는 스털링 대표를 디케이터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의 일생과 MAP인터내셔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하반신 마비...부모도 포기
그는 6·25전쟁 휴전 직후 서울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되자 그의 부모는 생업을 뒤로하고 한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장애아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그의 부모에 의해 그는 5세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어린 여동생과 함께 홀트고아원에 보내졌다.
고아원 생활은 장애가 있었던 그에게는 힘든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학교에서는 고아와 장애인이라는 편견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고아원에서조차 장애아들은 뒷방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힘들었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는 그는 "어린 여동생 덕분에 미국인 가정에 입양될 수 있었고 현재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회상했다.
미국인 가정에 입양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한 미국인 부부가 알래스카에서 고아원을 방문하면서였다. 두 아이들을 입양한 뒤 남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준 이 부부는 사탕을 바로 까먹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한 여자아이가 사탕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아나는 것을 보고 이유가 궁금해졌다.
부부는 그 여자아이가 스털링 대표의 여동생이며 자신의 오빠에게 먼저 사탕을 건내주고 싶어 달려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모습에 감동한 이 부부는 나중에 '두 명 이상을 입양할 수 없다'는 연방법 개정을 위해 연방상원의원에게 탄원, 이 두 남매를 만난 2년 째 되는 날 그들을 품안에 안게 된다.
성공한 기업인이 되다
양부모로부터 새 삶을 선물받은 그는 문득 "나에게 새 삶을 준 양부모님들을 위해서라도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를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특유의 끈기와 노력으로 아이비 리그에 속하는 최상위권 대학인 '코넬 대학교'에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다니게 된다.
이후 노스웨스턴 대학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세계적인 기업인 제약회사 '존슨&존슨' 마케팅 부서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 브리스틀 마이어 이큅먼트 마케팅 담당 이사,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식품회사인 콘애그리사 마케팅 담당 부사장 등 기업인으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성공을 뒤로 하고 '봉사의 삶'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가 비영리단체로 옮기게 된 계기는 2000년 한국을 방문하면서였다. 아동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의 공동설립자 버사 마리안 홀트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간 그는 고아원 시절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스스로 설 수도 없는 친구를 보며 '봉사하는 삶을 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월드비전, 리치몬드 소재의 자선단체인 차일드펀드 등을 거쳐 2014년 MAP인터내셔널의 대표로 부임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우리사회의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게 되며 또 다른 면에서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MAP인터내셔널은 유통기한 등으로 인해 제약회사에서 팔 수 없게된 약들을 대량으로 기부받아 전세계 후진국에서 활동 중인 파트너 단체들을 통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후진국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돌봐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이 1달러를 내면 이는 80배 값어치의 의약품이 되어 가난으로 인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기부는 www.map.org에서 할 수 있습니다. 한인 여러분들도 많이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인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