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소비자들 평균 점수 10~20점 상승 예상
융자자격 혜택 주택구입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
일상생활에서 크레딧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크레딧이 나쁘면 알게 모르게 여러 불이익을 당한다. 가장 큰 불이익을 받을 때는 주택을 구입할 때다. 주택 구입에 필수인 모기지 대출을 받을 때 크레딧 기록이 나쁘면 높은 이자율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대출 승인이 거절돼 주택 구입의 길이 막히기도 한다. 크레딧 점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여러 가지 있다. 높은 대출 비율, 잦은 연체 등 소비자 본인에 의한 요인도 있지만 잘못된 기록 때문에 점수가 내려갈 때도 있다. 자신과 상관없는 오류로 크레딧 점수가 내려간 피해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3대 개인 신용평가기관이 7월부터 크레딧 리포트상의 대표적인 오류 요인을 자체적으로 제거할 계획으로 수백만명의 크레딧 점수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7월부터 자체 정정
에퀴팩스, 엑스피리언, 트랜스유니온 등 3대 신용평가기관이 7월부터 크레딧 리포트 오류 정정 작업에 나선다. 크레딧 점수를 떨어뜨리는 여러 원인 중 소비자의 부실 관리와 상관없는 오류를 제거되면 소비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올라 주택 구입 등 소비 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크레딧 리포트 4건중 1건 꼴로 오류가 발견,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발견되는 오류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세금 미납’(Tax Lien) 기록과 ‘민사소송 판결문’(Civil Judgments) 기록이다.
세금 미납 기록은 개인 소득세 체납에 따른 기록이고 민사소송 판결문은 ‘남의 돈’을 갚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받게되는 지급 명령이다. 그런데 세금 미납과 민사소송 판결문 기록이 당사자가 아닌 애꿎은 다른 사람의 크레딧 리포트에 올라와 피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비자정보산업협회(CDIA)에 따르면 세금 미납과 관련된 기록 중 약 절반은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과 주소, 소셜시큐리티 번호, 출생일 등의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생략된 채 무작위로 타인의 크레딧 리포트상에 기록돼 불이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동안 크레딧 리포트 오류가 발견되면 소비자들이 신용평가기관에 직접 연락해 삭제를 요청하면 됐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불편함이 따랐다.
그러나 7월부터는 3대 신용평가기관이 정보가 하나라도 생략돼 오류가 발견된 세금 미납 기록과 민사소송 판결문 기록을 자체적으로 삭제하는 작업에 나서게 된다.
두 가지 형태의 오류만 삭제되어도 수백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누가 혜택 받나
미국인 소비자 중 약 2억명이 크레딧 점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3대 신용평가기관에 의한 오류 삭제 작업이 시행되면 소비자자의 약 6%에 해당하는 약 1,200만명의 크레딧 점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약 1,200만명의 수혜자중 약 1,100만명의 크레딧 점수가 최고 약 20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딧 점수가 하루아침에 20점이 오르면 어떤 사람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큰 혜택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있게 된다.
크레딧 점수는 일반적으로 연체 기록, 부채 비율, 크렛딧 보유 기간 등의 요인에 의해 산정된다. 신용평가기관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크레딧 점수는 300점부터 최고 850점대에까지를 이르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높은 신용도를 의미한다. 크레딧 점수가 850점이면 무결점의 완전한 신용도를 뜻하지만 점수가 760점대만 넘어도 최상의 크레딧 점수대로 인정된다.
크레딧 점수가 760점이 넘는 소비자들은 은행이 제공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을 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크레딧 점수가 700~750점 사이인 소비자들은 크레딧 점수가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지만 최저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받기는 조금 어려운 점수대다.
650~699점대의 경우 모기지 대출을 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오류 정정 작업 뒤 크레딧 점수가 상위 점수대로 오르는 소비자들은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점수 상승 뒤에도 같은 점수대에 머무르는 경우는 큰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겠다.
■주택거래 증가 이어질까
약 1,11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최고 20점까지 오를 전망이지만 주택 구입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전망이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 HSH 닷컴의 키스 검빙어 부대표는 “이미 세금 미납과 민사 채권 기록이 있는 소비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상당히 낮다”며 “오류 삭제로 크레딧 점수가 10~20점씩 오른다고 해도 모기지 대출 승인 결과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리얼터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또 세금 미납과 민사 채권 기록을 제외하는 새 크레딧 점수 산정 기준이 이미 적용된 소비자들은 크레딧 점수에 변동이 없다. 만약 오류 삭제 뒤 두가지 사항이 오류가 아닌 것으로 증명되면 다시 크레딧 리포트상의 기록으로 올라와 결국 크레딧 점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될 소비자들은 대출 기준이 요구하는 크레딧 점수에 조금 못 미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현재 크레딧 점수가 570점인 소비자가 오류 삭제 이후 점수가 10~20점만 오르면 FHA융자 대출 자격 크레딧 점수 기준인 580점대를 넘어 FHA융자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크레딧 리포트 자주 점검
의도치 않은 오류로 크레딧 점수가 낮아지는 것을 막으려면 평소 크레딧 리포트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연체가 없고 부채 비율이 낮아도 오류로 인한 낮은 크레딧 점수의 불이익을 받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흔한 오류 사례로는 연체가 발생한 동명이인의 기록이 대출 기관의 실수로 크레딧 리포트에 기록되는 경우다.
오류로 인한 소비자들 피해를 막기 위해 1년에 한차례씩 무료로 크레딧 리포트를 발급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AnnualCreditReport.com’을 통해 무료 크레딧 리포트를 발급받아 오류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크레딧 점수까지 확인하려면 소액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세금 미납, 민사 채권 이외에 오류가 발견되면 신용평가기관에 조사와 정정을 요청하는 서류를 등기 우편으로 보낸다.
<준 최 객원기자>
신용평가기관들이 7월부터 크레딧 리포트 오류를 자체적으로 정정하는 작업에 나선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