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기 118도, 대형 126도
기온 넘으면 이륙 어려워
공항 활주로 짧아도 곤란
비행기 화물무게 줄여야
제트기류 갈수록 강해져
기체 더 흔들려 부상위험
비행시간·연료소비 늘어
항공요금 더 비싸질 수도
로 얼마전 피닉스에서 항공기 40여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이유는 낮 기온이 화씨 120도를 넘나들기 때문이었다. 날이 더우면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해진다. 특히나 작은 제트기들은 이륙할 수가 없다.
글로벌 온난화로 인해 이런 일들이 앞으로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항공 여행이 더 비싸지고, 난기류가 심해짐에 따라 승객들의 부상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기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비행기가 그저 텅 빈 공간을 날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게 아니다”라고 영국 레딩 대학의 기상학 교수 폴 D. 윌리엄스는 말했다. 기후 변화가 항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비행기는 진공을 가르며 날아가는게 아니고, 대기의 조건은 기후변화에 의해 바뀐다”고 설명했다.
피닉스 공항에서의 운항 취소는 아메리칸 에어와 제휴하고 있는 지역 항공사들의 소형 제트기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기온이 118도를 넘어서면 소형비행기들은 이륙할 수가 없다고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로스 파인스타인 대변인은 말했다.
비행기마다 최대 운항가능 온도가 있는데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 같은 큰 비행기는 126~127도까지 괜찮다. 그렇지만 피닉스 공항에서는 기온이 이렇게 올라가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기온이 가장 뜨거운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에 피닉스 출발 비행기를 타는 승객에게는 스케줄을 바꿀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고 파인스타인 대변인은 말했다.
항공산업 분석회사(R. W. Mann & Company)의 로버트 만 회장은 항공사들이 기후변화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미국 항공업계 그룹은 회원사들이 환경 친화적인 연료를 사용하고, 항공기를 좀더 기체 역학적으로 바꾸도록 독려하고 있다. 비행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방출의 주요인 중 하나로, 매년 인간이 방출하는 탄소의 2%가 비행기에서 나온다.
기후변화가 비행기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아직 데이터가 너무 적고 고려해야 할 요인은 너무 많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항공여행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비행기의 모양, 공항의 위치와 규모, 승객과 화물의 무게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항은 위치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게 된다. 덴버처럼 고도가 높은 지역의 공항은 원래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면 더 이륙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은 해수면 레벨이지만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공항들에 비해 활주로가 짧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은 날은 비행기가 뜨기 위해 더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렇게 달릴 만큼 필요한 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더운 여름날에는 승객과 화물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비행기가 가벼워야 뜨기 쉽기 때문이다.
활주로가 짧은 라과디아 공항은 날씨에 관계없이 이미 많은 비행기의 하중을 줄이는 작업을 해왔다. 보잉 737의 경우 안전한 이륙을 위해 최대적재량에서 1,000파운드까지 줄여야 하는데 기온 91.4도로 올라가면 1만5,000파운드까지 내려야 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지구학회 연구학자인 래들리 호튼은 폭염이 항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결론은 “앞으로 무게를 제한하는 날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며 그 제한 폭도 커질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4개 공항의 조건을 조사했다. 활주로가 짧은 라과디아 공항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 피닉스 스카이 하버 국제공항, 덴버 국제공항이 그들이다. 덴버의 경우 활주로를 확장함으로써 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지만 다른 공항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덩치가 큰 장거리 비행기들은 더운 여름날에는 취항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닥터 호튼은 말했다.
또 뜨거운 날씨는 지상에 일하는 항공사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승객들의 짐을 싣고 내리는 사람들이나 비행기 정비하는 사람들이 극심하게 힘들 것은 뻔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달 피닉스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직원들이 땀을 식히도록 쿨링 스테이션 텐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여름에 덥기로 유명한 피닉스 같은 곳은 1976년 이래 매년 평균 기온이 상승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7년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하도 여러 번 운항 취소 사태가 일어나면서 공항 풍경은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이제 피닉스 공항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제트기류(jet stream)의 영향이다. 대류권 상부에서 부는 이 편서풍은 비행 루트와 비행시간, 그리고 연료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장거리 비행일수록 날씨 패턴에 따른 순풍과 역풍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LA-인천 노선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비행은 시간이 더 길고,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비행은 조금 짧다.
학자들에 따르면 높은 고도에서의 제트기류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비행기가 더 심하게 흔들리게 되고 비행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2015년 1월8~12일에 형성된 강격한 제트기류 때문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던 일부 비행기들은 떠날 때는 충분했던 연료가 비행 도중에 부족해져 미동부 지역에 기착, 예정에 없던 재급유를 받아야 했다.
반대로 그 기간 중 역방향으로 비행했던 노선들은 평소보다 훨씬 시간이 단축됐다. 브리티시 에어의 경우 대서양 횡단 비행노선이 5시간 16분을 기록했는데 이는 초음속 콩코드에 맞먹는 기록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 제트기류의 역풍을 타게 되는 노선은 비행시간이 더 길어지고 연료소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미 대륙을 횡단하는 노선의 경우 중간 기착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LA로 오는 논스톱 보잉 737과 에어버스 320은 이미 최대 비행 범위에 근접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윌리엄스 교수는 5월에 또 다른 논문을 발표했는데 난기류가 증가하고 더 심각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에 따르면 제트기류가 더 강력해짐에 따라 맑은 날씨에 기체의 흔들림(청천난기류)이 심해지고 특히 동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현대의 항공기들은 과거 비행기에 비해 난기류에 더 잘 대처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앞으로는 기체의 흔들림이 심해져 부상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난기류에 의한 부상이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고 닥터 윌리엄스는 말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제조회사들은 난기류에 더 잘 적응하고 견딜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청천난기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를 장착하기 위해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항공여행도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의 모양, 공항의 위치와 규모, 승객과 화물의 무게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한다. <Credit Timothy Fadek/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