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테슬라 겸 스페이스 X의 최고 경영자인 엘런 머스크는 최근 한 행사에서 20년내에 세계 모든 운전자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며, 이로 인해 노동자의 15%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율주행차를 넘어‘인공종합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는‘딥(Deep) AI’ 시대에 들어설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우려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즉‘딥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기계와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남보다 항상 한 발 앞을 내다보고 사업을 진행하는 머스크의 능력과 추진력 때문에 그의 말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뜬금없이 머스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이나 예비 수험생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 있어서다.
수험생의 경우 당장 합격여부와 이에 따른 학비보조가 고민이 되겠지만, 이것들이 모두 해결되고 결정된다고 해도 앞으로 제법 짧지 않은 시간 고민을 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전공선택’이다. 그리고 이는 예비 수험생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머스크의 얘기를 떠올려 보면 세상은 컴퓨터(또는 AI)와 관련된 분야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전공은 ‘STEM’으로 정의된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수학(Math)을 일컫는 이 단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진출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학생들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한다.
아무리 세상이 IT의 진화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해도 이것들만 가지고 모든 것이 결정되고 진행될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 구현이 배제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공동 발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첨단분야 개발 과정에서 인문 분야를 가미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분명 STEM 관련 전공은 다른 전공에 비해 수요가 많고, 계속 발전하는 분야여서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STEM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나 관심, 목표에 맞는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선택이 되겠지만, 무조건 이 분야들이 뜬다고 해서 수험생들이 이 분야만을 전공선택에 집착하려는 것은 옳지 않으며, 기대 만큼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항상 상상과 현실은 차이기 있기 마련이다.
많은 미국의 대학생들이 재학 중 전공을 바꾼다. 심한 경우 3번 이상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같은 전공 변경이 가져오는 손실이다.
새로운 과목을 다시 공부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4년에 졸업해야 할 대학과정을 6년에 걸쳐 마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는 자신의 커리어 시작을 늦추는 것 뿐만 아니라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부담해야 할 학비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리지보드 조사에 따르면 학사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재학 중 받은 학비 융자금을 상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년이다. 졸업장을 받은 뒤 바로 취업했을 경우에 그렇다는 것으로, 20대 초반에 졸업한 뒤 약 34세가 되었을 때에 상환을 완료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꾸 변경을 바꾸면 졸업후 큰 돈을 벌지 않는 한 상환기간은 더 늘어나 계속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원론으로 돌아가 전공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대학을 지원하면서 자신이 정말 이 전공을 좋아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갈 자신이 있는지를 먼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과 과학 과목을 정말 좋아하고, 고등학교에서 사이언스 또는 Math클럽에서 활동하며 각종 경시대회에 출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면 적어도 이 학생은 STEM 관련 전공과 어느 정도 매칭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해당 과목들의 점수는 좋았지만, 자신은 글을 읽고 쓰는 일,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상대방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계통이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스스로에 대한 분석과 결정을 내리는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먼길을 돌아오는 것보다는 최대한 거리를 단축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입학 후 1학년 때부터 적당한 긴장을 갖고 학업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우는 과목들이 정말 재미있고, 더 큰 도전정신과 꿈을 가지게 된다면 그 선택은 잘 된 것이다. 반면 “막상 공부해 보니 이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든다면 부모와 대학 카운슬러와의 상담을 통해 대책이나 대안을 마련할 것을 권한다. 이 경우 먼저 자신이 제대로 학업에 열중 했는지를 따져본 뒤 결정을 내려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곧 수험생이 될 11학년 학생들은 확신이 없을 경우 전공선택을 뒤로 미루는 방안도 적극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대학생활에 충실하면서 교양과목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아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방법도 좋은 결정이 될 수 있다. 많은 대학들이 이같은 방법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너무 잦은 전공 변경이 학생에게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STEM 관련 전공은 다른 전공에 비해 수요가 많고, 계속 발전하는 분야여서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전공인지 고려해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