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ㆍTPP 탈퇴 위협… 무역전쟁 불사‘미국 우선’
인프라 투자ㆍ감세 등 호재, 강달러로 수출둔화 악재
지난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일자리 증가를 통한 4% 경제성장을 공언하는 등 주요 경제정책을 밝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의 탈퇴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노믹스 본격 실행
경제매체 CNBC 등은 트럼프의 이같은 입장이 대선 기간에도 했던 발언이지만 한층 강경해진 기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을 통해서도 “우리의 일자리를, 국경을, 부를, 꿈을 되찾겠다”며 “내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와의 무역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미국 경제 우선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트럼프 정부’가 우선 추진할 국정과제를 설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백악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노동자와 기업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저성장으로 고통받았다”면서 이 기간 제조업 분야에서만 일자리가 30만개 가까이 줄고, 사업장에서의 미국인 비율이 1970년대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며, 국가부채는 배증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런 경제를 되돌려놓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서 2,50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평균 경제성장률 4%를 회복하겠다는 과감한 계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운동 홈페이지에는 “경제성장률을 3.5%로 끌어올리고 가능한 4%에까지 이르도록 하겠다”고 기술돼 있는데, 한 수위 올라간 발언이다.
■세계 주요 국가와 통상 갈등 예고
나프타의 경우,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공약했다면서 “만약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프타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나프타는 재협상될 것이다. 만약 우리 파트너들이 재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나프타를 폐기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백악관은 미국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는 연장에서 TPP 탈퇴를 거론했다. 백악관은 “이런 전략은 TPP에서 탈퇴하는 것, 그리고 어떠한 통상 협정도 미국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경제의 재건을 강조하는 ‘트럼프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노믹스의 특징은 ▲낙후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정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감시 강화와 금융 규제 완화 ▲전통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감세 등으로 요약된다.
트럼프노믹스로 미국 경제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감세 등의 영향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면서 소비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에너지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좋아지면서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증시의 지속적인 상승도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강달러·모기지 금리 상승 등 악재도
반면 트럼프노믹스의 앞길을 가로막는 악재들도 있다.
달러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유로화, 엔화 등 세계 주요통화 대비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자동차, 항공기 등 미국 제조업의 해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한해동안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 생산이 둔화되고, 수출이 감소하며, 이에 따라 고용이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단 트럼프 당선인이 강달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얼마나 대처할지가 주요 변수다.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주택 시장의 경우 상승하는 모기지 금리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4%를 훌쩍 넘었으며 올해 4.5~5%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편, ‘채권왕’으로 불리는 야누스 펀드의 빌 그로스는 이런 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라고 반응했다. 그로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완화, 공공사업 확대로 일정 수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동력’은 생산성 향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투자와 혁신이 전제돼야 생산성이 오르고, 그래야 성장률도 증가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은 지금까지도 원하기만 하면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미래의 환경이 투자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