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유사한 증상에 오한·설사 동반되기도
레지오넬라 폐렴 진행시 중증 합병증 위험 높아
절기상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23일)가 지났지만 체감 33도 이상의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도 쉴 틈 없이 가동되고 있다. 에어컨 등 냉방시설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레지오넬라증’이다. 의료계에서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대형건물의 냉각탑이나 급수시설에서 균이 증식한 뒤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어,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레지오넬라속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병병을 통칭하는 용어다. 크게 폐렴으로 진행하는 ‘레지오넬라 폐렴’과 고열, 근육통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폰티악 열’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3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3급 법정감염병은 발생 추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어, 의료기관이 환자 진단 후 24시간 이내에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감염병으로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B형간염, C형간염 등이 포함된다.
레지오넬라균은 호수와 강, 온천수 등 담수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다. 25~45℃의 따뜻한 물에서 활발하게 증식하며, 균에 오염된 물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면 이를 사람이 들이마시거나 기도로 흡인하면서 감염될 수 있다. 주요 감염원은 대형건물의 냉각탑수와 냉·온수 급수시설, 목욕탕, 온천, 장식용 분수, 물놀이시설 등이다.
에어컨 바람을 쐰다고 무조건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용이나 차량용 에어컨은 공기를 식히는 과정에 물을 사용하지 않아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될 위험이 없다. 사람 간 전파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감염 형태에 따라 다르다. 폰티악 열은 감염 후 24~48시간이 지나면 발열과 오한, 권태감, 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마른기침, 인후통, 콧물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설사나 메스꺼움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2~5일 이내에 회복한다.
문제는 레지오넬라 폐렴으로 진행되는 경우다. 통상 감염 후 2~10일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 40℃에 가까운 고열과 오한, 기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흉통이나 호흡곤란, 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식이 흐려지기도 한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지만 흡연자와 만성폐질환·당뇨 등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감염은 물론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욱 크다. 50세 이상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증상만으로 다른 세균성 폐렴과 구별하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소변 항원검사와 호흡기 검체 배양,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원인균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단 이후에는 세포 안으로 잘 침투하는 항생제를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치료 기간은 일반적으로 7~14일이지만 환자의 중증도와 면역 상태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폐농양과 농흉, 호흡부전뿐 아니라 저혈압과 쇼크,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윤희영 순천향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름철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나타나거나 일반적인 폐렴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는다면 레지오넬라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5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 만성폐질환·당뇨 환자, 면역저하자는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