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새해를 앞둔 세밑이다. 옷 깃을 여미게 하는 차갑고 건조한 겨울 바람으로 하여 비움으로 곧추선 나 목의 빈 가지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린다. 창 틈으로 스며드는 틈새바람 까지 옥타브가 높아지고 있다. 나무들은 추위를 견디며 새로움의 생명 잉태를 꿈꾸듯 준비 하고 있다. 봄에 심지 아니하면 가을이면 거두어들일 것 없음을 후회하게 되고, 젊어서 배우 지 아니 하면 나이 들어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우주 질서로 하여 밤과 낮을 비롯해 사 계절 이 형성되고 계절 흐름 속에 인간은 적응과 충돌을 반복하며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역사는 항상 준비하는 자가 으뜸이 되고, 주인공이 되고 만사에 앞장서게 됨을 우주 질서에 준한 세상 흐름이 대변해 주고 있다. 참 주인 자리는 성실의 띠로 허리를 동이고, 땀 흘리는 수고와 노작의 갈무리를 이루어 내야 가능해지는 자리로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이 우선 되어 야 한다. 자신을 향하여 채찍질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으로, 이룸을 예비할 줄 아는 자세를 잃지 않는 실존의 참 모습을 다시금 새롭 듯 가다듬어야 할 송구영신 길목에 당도했다.
새해 맞이를 앞두게 되면 지난 한 해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게 된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사 다난한 뉴스거리를 접한 분주한 한 해였다. 한 해라는 긴 시간동안 사람이 만들어낸 허구 속에서 헤매기도 했고, 사람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때로는 매듭이 풀리기도 했었다. 온통 사람과의 엮임이 전부였던 것처럼.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격도, 용서가 쉽지 않는 행위 소유자들도 있지만 따뜻하고 넉넉한 배려로 감동의 시간도 있었기에 을사년의 여정은 간결 단순했던 것 같다. 사람으로 인하지 않으면, 괴로울 일, 마음 아플 일, 감격할 일거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생의 긴 여행 중에 간이역 마다 에서 누가 편승하는가에 따라 분노의 감정에 부대끼기도 하고 충만한 감동으로 행복해 하기도 했으니까. 인생과 인생의 만남 따라 삶의 기로가 바뀔 때도 있고 삶의 질까지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해를 함께 해 준, 새로운 해를 함께 해 줄 향기로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내일을 준비하려 한다.
을사년이 끝나가고, 붉은 말의 해 병오년 365일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하루하루를 준비 하는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새삼 무엇을 바램 하며, 무엇을 주시하며, 무엇을 예상하며 살아 가려는 지를 질문하게 되는 깊은 겨울 밤이다. 무엇으로 포장되든 기다림에 기대며 살아갈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희망을 품은 해가 뜰 것이라는 기약을 장착해 놓고, 내일이라는 아담 한 상자를 마련해 놓는다. 상자 속에는 멋진 풍경이 담긴 여행 티켓도 들어있고, 갖고 싶은 고운 옷에, 보석이며, 미니어처 가구들 까지도. 이루고 싶은 명예, 탐나는 자리도 들어있다. 누리고 싶는 한가한 시간도, 간섭 받고 싶지 않은 자유도, 정교하고 디테일한 소식도 자리 하고 있다. 긴 밤을 꿈으로 키워가며 잠에서 깨어나면 내일 아침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 믿음 하며 다시금 되풀이되는 일과를 만날 것이다. 이런 통계가 있다. 날마다 하루들을 살아 가는 과정에서 먹는 일로 하여 9년을, 잠자는 일로 하여 26년, 일하는 일로 하여 21년을, 공부를 위한 시간으로 15년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365일은 의미 있는 성취의 길로 주어진 시간이다. 그 속에 화 내는 시간 5년, 웃는 시간 20일이 생을 좌우하는 관건이 집중 된 시간 일 것이다. 한데 기다림으로 살아 온 시간의 통계는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달력 마지막 장은 새 해라는 시작이 기다리고 있기에 희망과 기대감으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갖추려 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어떤 변화가 찾아 올지, 어떤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담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새해 맞이를 해야 하는 송구영신 절기 인데 12월 세밑이 마냥 어찌 바쁘기만 해야 할까. 삶 가운데 유일한 기쁨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이라 했다. 행복은 준비된 마음에게 찾아온다.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곳에 있다 했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깨어 있는 자세로, 묵은 해를 보내며 감사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새로운 시작을 결단하려 한다.
부디 애틀랜타 한인 모든 분들께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기쁨을 두루 누리시기를 소원 드립니다. 한 해 동안에도 부족한 글을 사랑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를 올려 드립니다. 미흡한 원고를 위해 지면을 할애해 주신 한국일보 제위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행복한 송구 영신 되시 오며, 내내 건강 하시기를, 행복한 새해 맞이가 되시기를 문안 올려 드립니다. 한 해 동안 많이 감사했습니다. 새해애도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