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40만달러 달해… 주식·채권 등 대체투자도 활발
세입자는 1만달러 불과… 높은 가격·고금리, 매입에 부담
미국에서 주택 소유주의 순자산이 임차인의 40배에 달한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주택을 소유할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에다 재산세, 주택 보험료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출 금액이 줄어들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경우 빠르게 자산 증식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비영리 연구기관인 애스펀 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간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은 40만달러인 반면 중간 주택 임차인의 순자산은 1만40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주택 소유자는 임차인보다 약 40배 더 많은 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애스펀 연구소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소비자 금융조사와 가계 경제 및 의사결정 조사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CNN은 “연구소는 미국 가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임차인은 주택 소유자보다 긍정적인 현금 흐름이 적거나 부채가 더 많고 저축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임차인은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더 높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주택 소유는 오랜 기간 부를 축적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를 갚을 때 주택 자산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치 상승 또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펀 연구소 내 금융안정프로그램의 부소장인 캐서린 루카스 맥케이는 “주택 소유 자체가 부의 주요 생성수단”이라며 “이번 보고서는 주택 소유자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CNN과 인터뷰한 엘리자베스 그랜섬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워싱턴 주로 이사했다. 그랜섬은 “렌트비보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조금 더 많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주택 소유는 궁극적으로 내 자신에게 돈을 지불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은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 간의 재산 격차는 주택 자산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주택 소유자의 80%는 주거용 부동산 외에 잠재적으로 가치가 오를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애스펀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들은 401K 은퇴계좌, 주식 및 채권, 사업자산, 가상화폐, 기타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 투자 수단을 갖고 있었으며, 이 같은 유형의 자산을 별도로 보유한 임차인의 비율을 48%에 불과했다. 맥케이는 “대체 투자수단은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것 외에도 실제로 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임차인은 투자 및 은퇴 계좌를 개설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의 주택시장이 예비 주택 구매자들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예비 주택 구매자들은 가파르게 오른 주택 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라는 원투펀치에 맞은 상황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기존 주택의 매매 중간 가격은 지난 10월 40만7,2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또 지난 9월 ‘빅컷’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음에도 모기지 금리는 쉽게 하강하지 않고 있다. 모기지 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평균 고정 모기지 금리는 6.6%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임차인보다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UCLA 루이스 지역정책 연구센터의 셰인 필리스 연구원은 “정부는 모기지와 주택 매각 등과 관련해 큰 세금 감면을 제공한다”며 “이 같은 정책 분위기는 이미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택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