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최대 780억달러 증발
전미소매협회, 품목 영향조사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관세 공약이 이행되면 매년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최대 780억달러 사라질 것이라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 전미소매협회(NFR)는 이달 초 발표한 ‘트럼프 후보가 제시한 관세의 영향 추정’ 보고서에서 이런 추정치를 내놨다.
NFR는 의류, 장난감, 가구, 가전, 신발, 여행용품 등 6개 품목을 대상으로,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20%를 부과하는 시나리오와 여기에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100%를 매기는 것까지 더한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이들 품목의 가격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의류 가격은 12.5~20.6%, 장난감은 36.3~55.8%, 가구는 6.4~9.5%, 가전은 19.4~31.0%, 신발은 18.1~28.8%, 여행용품은 13.0~21.5% 각각 인상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이들 품목의 관세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이거나 10%대 초반인데 보편적 관세 10~20%와 중국산 수입품 관세 60~100%가 적용되면 평균 관세율이 50%를 넘게 된다. 이 같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매년 460억달러에서 780억달러 상실될 것으로 계산됐다. 관세 부과의 가장 피해자는 미국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서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집권하면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 관세를, 중국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1기 집권 때 철강과 세탁기 등을 비롯한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들이 미국 내 관련 산업들에서 전체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고 전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마리 러블리는 “중국산 수입품에 더 높은 세금을 매기면 이들의 생산지는 덜 개발된 국가들로 옮겨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임금을 고려하면 “이들 산업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약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농산물 수출에 의존하는 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외국 정부가 트럼프 관세에 농산물 관세로 보복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대상으로 자주 거론한 중국과 멕시코는 미국 농산물의 최대 구매자이며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는 중서부 지역의 의원 여럿이 관세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관세 문제가 앞으로 공화당 내에서 큰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화당의 새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튠 의원이 대표하는 사우스다코타도 옥수수, 콩, 밀 수출 등 농업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상황에서 의원들이 관세에 반대하는 데는 위험 부담이 따르고 다수는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