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때 차익 남겨 팔자’
5일 대선 후 대거 처분
지난 5일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일부 기업과 펀드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기업들이 급등한 시점에서 주식을 매각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있었던 이달 5일 이후 14일까지 뉴욕 증시 상장기업들의 보유주식 매각 규모는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연초부터로 따지면 매각 규모는 약 680억달러로, 작년 동기의 438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대선 이후 굵직한 매도 사례를 보면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항공우주 사업부가 계열사인 GE헬스케어 테크놀로지스 주식을 12억 달러어치 처분했다. 거래 금융사인 모건 스탠리에 주식 1천300만주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대출금 12억달러를 상환했다.
보험그룹 AIG는 코어브릿지 파이낸셜 주식 3,000만주, 약 9억3.600만 달러상당을 매각했다. 또 사모펀드들도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 클리어워터 애널리틱스 홀딩스 주식 7억3,500만달러어치를 내다 팔았다. ICR 캐피털의 스티브 패리쉬 공동 대표는 “기업과 금융사들이 3분기 실적 발표와 미국 대선,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보유 자산의 일부를 현금화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이벤트 이후 경제 낙관론이 확산해 주가가 상승세를 타자 차익 실현에 대거 나섰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대니얼 폴스키 공동대표는 “오는 28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주식시장은 늘 분주했지만 올해는 상승세를 타면서 거래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활발한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의 달인’, ‘오마하의 현인’ 등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기업 버크셔 해서웨이도 최근 주식을 내다 팔고 현금을 역대급으로 쟁여놓고 있다. 버크셔의 3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약 3,252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다. 2분기 말 2,769억달러에 비해 483억달러나 증가했다.
버크셔가 보유한 대규모 주식 중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면서 현금 보유액이 더 늘었다. 월가는 버핏의 최근 주식 매도가 현재 주가가 너무 높다고 평가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버핏이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할 때 쉽게 사용하는 이른바 ‘버핏 지수’로 봐도 주가는 높은 편이다. 버핏 지수란 한 국가의 총 시가총액을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 시장의 규모가 경제 규모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낸다.
뉴욕 증시에서 지금 이 지수는 약 200%로, 기술주 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 국채 금리가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서 버핏이 주식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