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내린 2024 대선 드라마
트럼프 2회 암살 시도 극복
바이든‘TV 토론 참사’사퇴
민주, 해리스로‘선수 교체’
‘역대급’초접전 구도 이어져
미국인들의 역사적 선택 11·5 대선 투표가 종료된 가운데 이번 선거전은 미국의 어느 정치 드라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반전과 극적 상황의 연속이었다.
올해 6월 말 이전까지만 해도 이번 대선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선 실패 후 대권 재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리턴 매치’이자 역대 최고령 후보간 대결 구도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누차 제기된 고령(81세)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논란 속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 5개월 후인 작년 4월 역시 재선 도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각 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여름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의 형식적 후보 선출 절차와 후보 수락 연설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6월27일 CNN 주최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TV 토론이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토론에서 맥락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고, 지속적으로 말을 더듬으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15∼18일)를 이틀 앞둔 7월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영웅 서사’와 ‘정치적 동력’을 제공했고,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관식’처럼 치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중도층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온건 성향 인물 대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미국 우선주의’의 열렬한 지지자인 J.D. 밴스 연방상원의원을 지명한 것도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읽혔다.
이같은 상황 속에 마그마 같았던 민주당의 후보교체론이 터져 나왔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7월21일 재선 포기를 선언함과 동시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체할 대선 후보로 지지하면서 대선 국면은 또 한 번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8월19∼22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선출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냉담했던 적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며 무서운 기세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해 나갔다. 전당대회에 앞서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자신을 택한 해리스 부통령과 좋은 호흡을 이루며 민주당 지지층에게 ‘해볼 만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리고 9월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후보 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TV 토론(ABC방송 주최)에 나서며 정면 승부를 벌였다. 여기서 해리스가 산전수전 다 겪은 트럼프를 상대로 선전하며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이후 9월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 소속 요원들이 총을 든 채 매복해 있던 50대 남성을 적발해 제압함으로써 또 한 번의 암살 위기를 넘기며 지지층 안에서 ‘불사조’의 서사를 추가했다.
그 후부터 대선 선거일 직전까지 해리스와 트럼프는 역대급 초박빙 접전을 이어갔다. 전국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소폭 우세하다는 결과가 좀 더 많았지만 7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는 2% 포인트 이내의 격차 안에서 조사마다 승자가 엇갈리는 양상이 계속됐고, 결국 최종 승자는 이들 경합주의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