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부터 종목 변경
인텔, 25년만에 다우서 퇴출
엔비디아는 주가 173% 급등
애플이어 시가총액 2위 부상
미국의 3대 대표 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 인텔 대신 엔비디아가 편입된다.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의 편입으로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로 불리는 빅테크 중 4곳이 다우지수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수 운영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지수’는 1일 성명을 통해 8일 거래부터 다우지수에서 인텔을 제외하는 대신 AI 열풍의 대표적 수혜주인 엔비디아를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다우존스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위험 익스포저(노출액) 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우지수는 미국 다우존스사가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 기업 주식 30개 종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로 S&P500지수·나스닥지수와 함께 미국의 3대 주가지수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다우지수에 편입으로 M7 중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에 이어 네 번째 다우지수 소속 기업이 탄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다우지수 편출입 결과는 AI에 따른 기술 산업 지형 변화를 반영하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5년간 미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해온 인텔의 탈락은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이다. 인텔은 1999년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다우지수에 편입돼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의 대표 주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모바일·AI 붐 등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해 퀄컴 등에 사업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부진에 2021년 ‘반도체의 왕’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며 반등을 모색했지만 시장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말 50.25달러였던 주가는 1일 기준 반 토막 수준인 23.2달러까지 추락해 다우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1만 6500명의 직원을 줄이고 부동산을 일부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때 인텔의 인수 대상 정도로 여겨지던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AI 반도체 황제로 올라섰다.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각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주가가 240%가량 오른 엔비디아는 올해도 173% 이상 상승하며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2위로 뛰어올랐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다우지수에 편입되면서 시총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AI를 향한 빅테크들의 막대한 자본 지출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씨티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올 3분기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메타의 자본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늘어난 60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4개 기업의 총 자본 지출은 20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2% 증가하고 이 중 80%가 데이터센터 투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김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