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도 10년물 4.1% 돌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 기대감이 사라진 이후 10년물 이상 장기국채 금리가 4%대를 다시 돌파하면서 미국 정부의 부채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자를 내기 위해 국채 공급을 확대하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105%를 기록해 이달 7일 이후 4%대를 유지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7월 31일(4.035%)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와 맞물려 두 달간 3%대를 기록했지만 9월 고용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다시 반등했다. 물가는 둔화하면서 경제는 호조를 보이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정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높은 국채금리는 결국 정부가 지급할 이자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으로 중립금리가 워낙 낮았을 때는 이자 부담도 작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현재 미국의 적자 규모와 이자 부담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최근 발표를 보면 9월에 끝난 미국 2024 회계연도 연방 적자는 1조 8340억 달러로 지난 회계연도(1조 7000억 달러)보다 11% 증가했다. WSJ는 “전쟁과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자비용은 전년보다 34% 증가한 95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국방비 지출 8260억 달러보다 많다.
대선 이후 부채 문제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CBO는 현재 98%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2036년 125%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당파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대선 후보들의 지출과 감세 공약을 고려할 때 이 비율이 같은 기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원회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당선 시에는 13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142%로 분석했다.
최근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1% 오를 때마다 국채금리는 0.01~0.06% 상승한다. 이를 적용하면 국채금리는 부채 증가만으로도 최대 2%포인트 오를 수 있는 셈이다. WSJ의 경제평론가 그레그 입은 “미국 부채는 분명히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