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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봐도 할 수 없다”… 생활고 401(k) 조기인출 급증

미국뉴스 | | 2024-03-13 08:37:55

생활고, 401(k), 조기인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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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기 인출 3.6%

2년 연속 사상최고 기록

 고물가 여파에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401(k) 계좌에서 조기 인출을 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은퇴 재정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로이터]
 고물가 여파에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401(k) 계좌에서 조기 인출을 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은퇴 재정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로이터]

“401(k)를 제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받기 위해 아등바등 버텨봤지만 당장 모기지 상환금이 필요하기도 하고 먹고 살기도 빠듯해 은퇴자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세리토스에 사는 한인 이모씨는 지난해 401(k)에서 7,000달러를 조기 인출했다. 조기 인출에 따른 세금과 벌금에도 불구하고 집과 생계 유지를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씨는 “60세까지는 버텨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한인 직장인 박모씨도 조기 인출 대열에 합류한 한인 중 한 명이다. 고물가에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경제난에 따른 비상자금용 인출(hardship withdrawal) 조건으로 5,000달러를 401(k) 계좌에서 끌어 냈다. 박씨는 “크레딧카드로 막는 데도 한계를 느껴 은퇴 자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노후 삶의 안전판인 은퇴자금계좌 401(k) 가입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조기 인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물가로 생활비가 부족해진 탓이다. 401(k) 조기 인출이 급증한 현상을 놓고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인들이 401(k) 계좌를 마치 현금인출기(ATM)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미국 내 401(k) 500만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영사 뱅가드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1(k) 계좌 중 3.6%가 조기 인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인 2022년의 2.8%보다 0.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뱅가드그룹은 “지난해 401(k) 조기 인출은 사상 최고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조기 인출율은 팬데믹 이전 평균 2%의 조기 인출율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

401(k)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직장인과 고용주가 부담해 적립하는 은퇴연금계좌다. 적립금은 증시 등에 투자하고 그에 따른 이익에는 과세를 유예해 주는 혜택도 부여된다. 하지만 59.5세 이전에 401(k)에서 적립금을 빼내는 조기 인출에는 소득세와 벌금이 부과된다.

세금과 벌금 부과라는 불이익에도 조기 인출이 늘어난 데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각종 물가 상승 여파로 생활비가 부족해진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뉴욕 증시의 호황에 힘입어 401(k) 자산의 가치가 19%니 급등한 것도 한몫했다.

뱅가드그룹에 따르면 401(k) 조기 인출자의 40%가 모기지 상환을 위해 현금을 인출했다. 전년인 2022년 36%에서 늘어난 수치로 그만큼 가계 자금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의미다. 인출 금액도 75%가 5,000달러 이하 소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미국은 고용 호조로 직장인 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식료품, 보육비, 자동차 보험료 또한 계속 오르는 상충하는 재정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401(k) 조기 인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WSJ 전망치인 3.1%와 지난 1월 CPI 상승률 3.1%를 상회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조기 실시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고금리 압박에 의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401(k)에 대한 조기 인출 급증 사태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주한인보험재정전문인협회(KAIFPA) 브라이언 이 회장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의 측면을 고려하면 당장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401(k)에서 현금 인출을 해서는 안 된다”며 “세금과 벌금 부과 이외에도 복리이자의 이점마저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벌충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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