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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료 급등에… 등골 휘는 운전자들

미국뉴스 | | 2023-09-25 09:34:30

자동차 보험료 급등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칼리사 홉스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민 홉스는 스테이트 팜이 올해 연간 보험료를 1,806달러로 30%나 올리는 바람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당장 굶어 죽거나 노숙자가 되진 않겠지만 예산이 빠듯한 나 같은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비용이 늘면 생활이 어려워진다”라는 홉스 씨는 “크레딧 카드로 보험료를 낸 뒤 갚을 수 있을 때 갚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걱정했다. 홉스는 인상된 자동차 보험료 고지서를 받은 수십만 명의 미국 운전자 중 한 사람이다. 일부 주에서는 지난해 보험료가 50%나 인상된 경우도 있었다. 

 

피해 차량 늘고‘수리 부품·인건비’올라

보험사 대규모 철수 우려에 당국은 묵인 

 ‘저소득층·이민자’가구 부담 훨씬 높아

무보험 젊은층 운전자들 이미 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고 있는 데 반해 자동차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7월 자동차 보험료는 작년 7월보다 16% 올랐고, 10년 전인 2013년 대비로는 무려 70%나 폭등했다.

루트 보험의 프랭크 팔머 최고 보험관리책임자는 “자동차 수리비, 인건비, 중고차 가격 등이 많이 올라 전체 보험업계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7월 차량 유지 보수 비용은 실제로 작년보다 약 13% 상승했다. 워싱턴 DC 자동차 수리 업체 메트로 모터의 데이빗 우덜 기술자는 “새 모델을 진단하는 비용이 전보다 비싸졌다”라며 “부품 가격은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수리 차량이 전보다 크게 늘었다. 에어백이 작동한 경우 수리비가 수천 달러에 달하는데 새 모델은 에어백이 8개나 장착된 경우도 있다”라며 자동차 수리 업계 실정을 전했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보험 회사들이 홍수 등 자연재해 피해 청구로 보험금 지급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자연재해 취약 주에서 자동차 보험료가 가파르게 인상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눈사태, 토네이도, 우박 피해가 심했던 콜로라도주의 자동차 보험료는 지난해 7월 이후 52%나 올랐다. 사상 최악의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한 플로리다주에서는 보험회사들이 대규모 보험금 지급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자동차 보험료를 무려 88%나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주민 잉거 버그는 “서민들은 (치솟는 보험료로 인해) 플로리다주에서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녀가 가입한 올스테이트는 그녀의 자동차 보험료를 월 85달러 인상했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보험회사들이 어려운 해를 보낸 뒤에 잇따르고 있다. 스테이트 팜은 작년 자동차 보험 부문에서 134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6억7,800만달러의 자동차 보험 부문 손실을 기록한 올스테이트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지난 5월 전국 15개 지역을 대상으로 9.3%에 달하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각주의 보험 규제 당국도 보험업계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톰 윌슨 올스테이트 최고 경영자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대규모 손실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손실로 인한) 숫자가 명확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최근 가진 실적 발표회에서 설명했다. 

■보험료 상승세 막을 길 없어

보험료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출근이나 가족 생계를 차량에 의존하는 사람들이다. 이미 보험료 인상으로 많은 운전자 가구의 예산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료는 운전 기록과 상관없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홉스가 가입한 스테이트팜이 그녀의 연간 보험료를 400달러나 인상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 적이 한 번 있지만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는 올랐다. 보험 회사는 그녀에게 단지 주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통보만 했을 뿐이다. 

스테이트팜의 저스틴 톰잭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홉스 씨의 사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루이지애나주 신규 및 기존 고객의 올해 자동차 보험료가 약 17.7% 인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압력, 공급망 문제, 보험금 지급 증가 등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 원인”이라며 “위험 변동을 적용해 보험료를 지속적해서 조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지애나주의 평균 자동차 보험료는 지난해 6% 내려갔지만 연간 보험료는 평균 2,546달러로 플로리다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홉스가 내는 자동차 보험료는 주 평균보다 낮지만 다른 보험료가 모두 오르는 바람에 그녀의 등골이 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주택 보험, 의료 보험, 생명 보험을 포함해 총보험료로 연간 약 2만2,000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운행 차량 숫자가 역대 최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보험료가 전년도 기준으로 책정된 것을 지적한다. 워싱턴주 보험감독관실의 데이빗 포르테 정책 자문위원은 “정부 감독 기구의 규제와 상관없이 보험회사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보험료를 책정하도록 허용된다”라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규제가 까다로운 가주와 워싱턴주에서도 보험회사는 약 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규제가 덜한 주는 현재 보험료 폭등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조지아주 보험 국장은 올스테이트가 보험료를 40%나 인상한 조치에 대해 ‘실망스럽고 분노한다’라며 격한 어조로 비난한 바 있다. 결국 올해 5월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공화당)는 주 정부 보험 감독 당국의 보험료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보험 당국은 보험 회사가 철수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보험료 통제에 나서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부 보험회사들이 남동부 지역에서 자동차 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운전자들의 보험 상품 선택의 폭이 줄었다. 

파머스 보험은 최근 가주, 루이지애나주, 플로리다주에서 신규 자동차 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조지아주 스티브 맨더스 총보험국장은 “보험료 인상보다 더 걱정되는 일은 보험에 전혀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보험 업계의 힘든 실정을 전했다.

미시시피주 남부의 대학원생 앤드루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여름 방학 기간 우버 차량을 운전했다. 그는 2022년 초 보험 가입자의 휴대전화 앱을 통해 안전한 운전자로 증명되면 낮은 보험료를 보장한다는 루트 보험회사를 통해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 

앤드루는 그의 안전한 운전 습관이 보험료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험료는 반대로 계속 올랐다. 운전자 안전 등급 10점 만점에 8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앤드루의 6개월 치 보험료는 1,150달러에서 1,800달러로 자동차 할부금보다 높아졌고 주택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 

앤드루는 “안전한 운전자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낮은 보험료를 기대했지만 인상된 보험료는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루트 보험의 프랭크 팔머 최고 보험관리책임자는 “자사가 보험 업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손실 트렌드를 타회사에 비해 빨리 감지했을 뿐”이라며 “다른 보험회사들도 곧이어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소득 운전자가 받는 충격 훨씬 커  

경제학자와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운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치솟는 주거비 부담에 이미 시달리고 있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가구에게 자동차 유지비 인상이 이들에게 불균형적인 비용 부담을 안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소비자연맹’(CFA)의 덕 헬러 보험 디렉터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연방 규정에 따라 사회경제적 요인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데 이에 따라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 보험료 인상에 따른 더 높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헬러 디렉터는 “블루칼라 직종 또는 고졸미만 학력 운전자는 화이트칼라 전문직 운전자에 비해 높은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라며 “모든 운전자에게 보험료 인상이 적용되지만 저소득층 운전자의 인상 부담이 훨씬 크다”라고 지적했다. 운전자가 많은 저소득층 가구, 타국에서의 운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민 가구의 경우도 높은 자동차 보험료를 피할 수 없다.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존 보스퍼 책임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활하는 난민 가족의 보험 가입 대상 차량이 여러 대에서 한 대로만 조정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IRC 샌디에고 지부 프레드 래빈 재정교육담당은 “이들 높은 주택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난민 가구들에게 자동차 없이 생활할 수 없는 미국에서 자동차 보험료 부담은 또 다른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래빈 담당에 따르면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은 보험회사가 자국에서의 운전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월 자동차 보험료로 약 550달러의 견적을 받았지만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입해야 했다. 래빈 담당은 “차 없이 일을 할 수 없고 생활비 마련이 힘든 미국에서는 자동차는 필수품”이라며 저소득층 가구가 겪고 있는 어려운 실정을 전했다.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존 보스퍼 책임자는 “일부 운전자는 의무 가입 규정에 충족하는 자동차 보험만 가입할 수 있어 사고 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경고했다. 자동차 보험 없이 운전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운전 면허가 취소될 수 있고 일부 주에서는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폴리시 지니어스’(2023 Policy Genius)가 지난해 17세~34세 운전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약 17%의 운전자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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