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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땅값에 하늘도 사고파는 뉴욕… 마천루 숲으로

미국뉴스 | | 2021-10-27 08:19:30

뉴욕,비싼땅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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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뉴욕 어떻게 형성됐나




 지난 21일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마천루를 내려다보고 있다. [로이터]
 지난 21일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마천루를 내려다보고 있다. [로이터]

뉴욕 맨해튼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름 아니라 도심지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주유소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브롱크스나 브루클린에서는 그래도 군데군데 주유소를 목격할 수 있지만, 맨해튼 지역은 좀처럼 주유소를 찾기 어렵다. 땅값이 비싼 남쪽 다운타운 지역에서는 주유소를 찾기가 더 힘들다.

 

이러한 현상의 주범은 역시 1평당 억에 가까운 땅값 때문이다. 비싼 땅에 주유소를 짓는 것은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위치해 있던 주유소마저 매입하여 고층 빌딩으로 개발하였다. 이 때문에 맨해튼 11번가와 51번가 인근의 경우 과거에는 30여 개의 주유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땅값이 비싼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뉴욕이 전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도시는 아니다. 부동산 전문 업체 나이트프랭크의 웰스리포트가 얼마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땅값을 비교한 바 있다. 이때,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는 모나코로 15평방미터당 100만 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뒤이어 홍콩, 런던, 싱가포르 등이 땅값이 비싼 도시들의 순위에 올랐으며, 뉴욕은 6위를 차지했다. 다소 변화는 있지만 뉴욕은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도시들 중 하나로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였던 뉴욕은 땅이 모자라 하늘을 사고팔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히 말해 땅이나 건물 위의 하늘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인 공중권(air rights)을 거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에 대한 개발권을 거래하는 방식은 이러하다. 예를 들어, 뉴욕 시내의 특정 지역에서는 건물을 20층까지만 건설하도록 제한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해당 지역에서 25층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서 인근의 저층 건물주로 하여금 남은 층의 건설 권리를 사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당 지역에 1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추가로 5층 높이를 건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사람으로부터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5층에 대한 권리를 매입하여 자신이 20층 이상의 건물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뉴욕은 1961년부터 이러한 공중권 거래를 합법화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뉴욕에서는 똑바로 올라가던 빌딩의 옆구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경우를 유달리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 빌딩이다. 메트라이프 뉴욕 빌딩은 뉴욕의 역사적 유물인 그랜드센트럴 역사 바로 옆에 있다. 1913년 완공된 그랜드센트럴 역사는 이후 비행기 등 다른 교통수단의 대두로 인해 철거 위기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뉴욕 시민들이 그랜드센트럴 역사의 철거를 반대하여 결국 철거를 면하게 된다. 그러자 인근 지역의 건물 소유주가 그랜드센트럴 역사의 공중권을 사들였고, 이렇게 해서 지어진 건물이 1963년 완공된 메트라이프 빌딩이다. 뉴욕 시민들이 이처럼 일찍부터 하늘을 거래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뉴욕이 얼마나 땅값이 비싼 지역이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땅값이 비싼 뉴욕에서 한동안 특이한 현상이 목격되었다. 부유층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아파트를 임대하여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아 패로(Mia Farrow) 법 때문이다. 미아 패로는 세계적인 코미디영화 감독이자 뉴욕의 또 다른 명물인 우디 알렌 감독과 명콤비를 이루었던 영화배우이다.

 

그는 90년대 후반 센트럴파크 서쪽의 방이 무려 10개나 있는 초호화 아파트를 임대하여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미국의 여타 도시에서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빌릴 만한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만을 내고 살고 있었다.

 

미아 패로가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 그것도 가장 주거환경이 좋은 위치에 놓인 초호화 아파트에서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미국 정부가 임대료 인상을 법으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 정부는 집주인이 세입자들을 함부로 내보낼 수도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한번 입주한 세입자는 누구나 저렴하게 해당 거주지에서 일정 기간 이상을 거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당시 뉴욕에서는 초호화 아파트를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하여 거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거부들이 즐비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임대료 인상을 엄격히 통제하자 새로운 아파트를 지으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동안 뉴욕은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도시의 일부 지역은 점차 황폐화되었다. 또한 기존의 아파트 소유자들은 어차피 제대로 된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들이 소유한 아파트를 친지 내지 지인들을 위주로 임대해주기 시작하였다. 결국 뉴욕시의 임대료 규제는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기는커녕, 저소득층으로 하여금 오히려 교외 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뉴욕이 다양한 부동산 수요가 점철되어 형성된 도시라고 해서 철저히 개인의 이기심에 기인해 형성된 도시는 아니다. 타임스스퀘어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는 수많은 영화관, 공연장, 호텔,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세계적인 명소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전광판 광고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여러 국가에서는 타임스스퀘어를 본떠 지역 명소 이름에 ‘타임스퀘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제 타임스스퀘어는 지역 명소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관광객이 찾고 싶은 거리는 아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타임스스퀘어는 뉴욕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우범지대 중 하나였다. 대낮에도 매춘부, 강도, 소매치기가 몰려 있었다.

 

불법적인 총기 내지 마약이 필요할 때 타임스스퀘어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뉴욕시 당국은 이런 타임스스퀘어를 정화하고자 10여 년 동안 줄기차게 노력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늘날의 타임스스퀘어를 만든 것은 지역 상인들이었다. 지역 상인들은 지역의 안전과 위생 상태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상업지구개선(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BID) 사업을 시작했다. BID는 TCM(Town Centre Management)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로 따지면 동대문 밀리오레나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을 개선해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해당 지역 상인들이 주도해 설립한 관리단체라 할 수 있다.

 

처음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BID가 설립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부분은 무임승차자 문제이다. BID는 당연히 해당 지역 상인들이 출자한 금액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상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옆에 있는 다른 상점 주인들이 출자하여 상권이 활성화되면 자신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굳이 BID에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당시 뉴욕시 법에 따르면 누군가 BID를 조직하기 위해 해당 지역 상인들 중 60%의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BID에 요금을 내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당시 타임스스퀘어는 상인 투표 결과 84%의 찬성을 받아 BID를 설립하여 운영하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ID 사업으로 해당 지역의 범죄 건수가 현격히 줄었고, 상권 주변의 위생 상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역 상권이 활성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0여 년 이상 뉴욕시 당국에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일을 지역 상인들이 이룬 것이다. 이처럼 공유자원의 문제를 집단 지성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이해관계자들의 견실한 참여만 유도해도 쉽게 달성 가능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 인구 과밀 문제가 더더욱 심각해지면서, 한정된 재화인 부동산을 전적으로 사적 전유물로만 여겨야 하는지, 아니면 공유자원으로 인식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논을박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욕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하다.

 

도시가 아무리 더 좋은 부동산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동네, 장사 잘되는 동네로 바꾸기 위한 개인들의 노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도시 개발의 원동력인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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