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요리 덕후’과학자가 실험 끝에 찾아낸‘궁극의 버거’

미국뉴스 | | 2021-09-13 08:18:44

궁극의 버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현대 요리’와 궁극의 햄버거

 

2011년 5월 14일, 책 한 질이 출간되었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게 책이니 뭐 대수로울 게 있겠느냐만 이건 좀 달랐다. 양장본 전 5권에 2,400쪽, 한 질의 총 무게가 24㎏을 넘긴다. 무지막지한 무게와 부피 탓에 아마존의 1차 배송 테스트도 실패했다. 결국 두꺼운 아크릴 전용 상자를 짜 담고 나서야 배송이 가능해졌다. 어찌 보면 정말 시의적절한 배송 테스트였다. 책이 출간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곧 매진이 되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부피와 무게도,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가격(625달러, 약 73만 원)도 독자의 호기심을 막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묻곤 하죠.‘고작 햄버거에 그렇게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요? 갈아낸 고기의 결을 가지런히 정렬시켜 패티를 만들고 액체질소에 겉면을 지진 뒤 기름에 튀겨야 한다니요.’ 글쎄요, 여러분이 햄버거를 사랑한다면 궁극의 버거가 무엇인지 아는 그 자체만으로 멋지지 않을까요? 궁극적인 버거를 평생 한 번도 못 먹어볼 수는 있죠.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안다는 건 여전히 멋진 일이 아닐까요?

네이선 미어볼드가 궁극의 햄버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MC 유튜브 캡처>
네이선 미어볼드가 궁극의 햄버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연 이런 책이 이 무게와 부피와 가격에 팔릴 것인가?’라는 저자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요리연구가인 네이선 미어볼드의 ‘현대 요리(Modernist Cuisine)’ 이야기다. 10년이 지난 지금 책은 2021년 9월로 7쇄를 찍었고 이제는 둔탁한 아크릴 상자가 아닌 날렵한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겨 나온다. 역사와 기초(1권), 기술과 장비(2권), 동물과 식물(3권), 식재료와 손질법(4권), 완성 요리 레시피(5권)의 구성이다.

 

■책 ‘현대 요리’, 궁극의 햄버거 레시피에 관해

궁극의 햄버거 의미를 설명하는 그로부터 활기가 넘쳐 나온다. 말도 몸짓도, 그리고 눈빛마저도 활기가 넘치다 못해 터져 흘러 나올 것만 같다. 비단 이 영상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을 찾아보더라도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압도당한다. 그런 그의 모습과 현대 요리 시리즈를 병치시키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덕중지덕은 양덕’이라는 우스개에 말이다. 주로 서브컬처의 한 곁가지나 작품 등을 죽어라 파는 ‘오덕후’, 즉 오타쿠는 원래 일본의 산물이다. 하지만 서브컬처 자체가 수출되면서 오타쿠의 개념 또한 함께 바다를 건너가 서양의 오타쿠, 즉 ‘양덕(서양덕후)’이라는 소비층이 출현했다.

덕중지덕은 양덕이라는 우스개는 이제 오타쿠 가운데서도 서양 오타쿠가 가장 열정적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뉴욕 같은 극히 일부의 대도시가 아니라면 미국의 시간과 삶은 매우 느리게 흘러간다. 

광활한 땅덩어리 어딘가에 한 톨의 먼지처럼 살기 일쑤이니 삶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열중할 만한 대상을 더 열심히 찾게 되고, 일단 찾고 나면 더 여유롭고도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나도 한마디쯤은 보탤 수 있다. 아무런 연고 없는 미국에 살지 않았더라면 하루에 8시간씩 요리를 독학하거나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평론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양덕들 가운데서도 ‘요리덕’인 네이선 미어볼드는 급이 다르다. ‘양덕의 왕’이랄까? 이름 앞에 아무런 수식어도 붙이지 않은 건 경력이 지나치게 화려해 하나만 꼽기가 어려운 탓이다. 뿌리를 따지자면 그는 과학자다. 

응용수학과 이론 물리학을 공부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스티븐 호킹 교수의 연구를 도운 적도 있다. 한편 졸업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4년간 전략 및 기술 담당 최고 책임자로도 일한 바 있다. 

이후 자신의 회사이자 싱크탱크인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utual Ventures)를 설립해 발명과 특허 기술 개발에 힘 쏟고 있다. 현재까지 인증받은 특허만도 774건, 미국 특허청을 검색하면 ‘극저온을 이용한 굴 껍데기 까는 법’ 등이 눈에 들어온다.

양덕의 왕으로서 그의 ‘덕심’이 가장 밝게 빛나는 분야가 바로 음식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키워온 열정으로 불과 아홉 살의 나이에 도서관의 요리책을 뒤져 찾은 레시피만으로 칠면조를 비롯한 추수감사절 식탁 일체를 차려낼 정도였다. 

집에 바비큐 기계를 들여놓으려다 인연이 닿아 달인과 합류, 세계 바비큐 챔피언 선발전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다. 심지어 일터를 잠시 떠나 프랑스의 학교며 시애틀의 레스토랑을 거쳐 정식으로 요리 수업 및 실습마저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가 현대 요리를 펴냈다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과학과 요리의 집결체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건 ‘DIY(Do It Yourself)’ 정신 덕분이었다. 새로 집을 지어 첨단 주방기기를 잔뜩 들여놓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정보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수비드이다. 식재료를 끓는점보다 낮은 조리 목표 온도에 담가 천천히 익히는 조리로 ‘저온 조리’라고 통한다.

지금이야 다이어트용 닭가슴살에도 수비드라는 딱지가 붙어 나오지만 2000년대 말의 사정은 달랐다. 해롤드 맥기가 집대성한 ‘음식과 요리(On Food and Cooking)’ 속의 이론을 직접 검증하려 들어도 그에 맞는 조리 도구가 지금만큼 대중화되지 않았었다. 답이 없다면 스스로 찾는 것도 방법인지라 그는 실험에 돌입한다. 

소고기와 연어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익혀가며 온도와 조리시간 및 상태를 파악하는 한편, 계산용 소프트웨어인 ‘매스매티카’로 재료의 크기며 형태에 따른 열전도율을 시뮬레이션한다. 

결과를 음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하니 ‘책을 내라’는 반응이 나왔고, 의욕을 얻는 그는 요리사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발족한다.

현대 요리는 지금껏 규명된 조리 이론과 소위 ‘분자 요리(Molecular Gastronomy)’라 일컫는 최신 요리 기법을 총망라한다. 책 속에서 과학은 조리의 원리를 꿰뚫어 보는 눈, 기술은 그를 바탕으로 여태껏 불가능했던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손발의 역할을 각각 맡는다. 

햄버거 패티는 간 고기의 결을 살린 채로 빚어 저온 조리를 거친 다음 액체 질소에 튀겨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레어로 익힌 듯 부드럽다. 프렌치프라이는 초음파 처리를 포함해 무려 다섯 가지의 다른 레시피를 통해 완벽히 튀겨낸다.

과연 이런 책이 가정 요리사에게 현실적일까? 복잡하며 가격도 높은 기기와 도구에만 기대는 조리는 아닐까? 현대 요리 출간 후 이런 비난을 받자 미어볼드는 논박에 나선다. 

가정용 조리 도구로만 실현 가능한 레시피를 개발해 집대성한 ‘현대 가정요리(Modernist Cuisine At Home, 2013)’를 펴낸 것이다. 이어 2017년에는 현대 요리와 같은 개념적 접근을 적용한다. ‘현대 제빵(Modernist Bread)’도 출간했다. 전 5권, 2,642쪽에 20㎏이 넘는 엄청난 분량에 바게트부터 식빵에 이르는 현존 발효빵의 역사부터 재료, 레시피를 총망라했다. 올해 10월에는 전 3권짜리 ‘현대 피자(Modernist Pizza)’가 출간 예정인데, 이미 예약 판매만으로 초판이 매진됐다.

 

■궁극의 버거 패티

따라할 수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따라하자니 레시피를 읽어보면 번거롭다. 고기갈이를 포함한 조리도구 일습을 갖춘 나조차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제맛을 내자면 액체질소도 갖춰야 하는데 그런 게 가정집에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오늘의 레시피는 따라하라고 소개하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한없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러니까 그저 간 고기를 사다가 손에 조금만 힘을 주어 뭉치면 되는 패티도 사실은 온갖 국면에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취지이다. 네이선 미어볼드가 말한 것처럼 ‘생전 못 먹어볼 수도 있지만 궁극의 버거가 무엇인지를 아는’ 재미는 누려볼 만하지 않겠는가?

 

·재료

갈비, 목심 등 마블링이 잘 발달된 소고기 부위(지방 비율 30%) 1kg

·만드는 법

① 고기를 냉장고에 하루 이상 차게 보관한다.

② 얼음이나 액체질소에 고기갈이를 담가 0도 이하로 냉각한다.

③ ①의 얼린 고기를 각 변 길이 2cm로 깍둑썰기한 뒤 냉동고에서 영하 1도로 얼린다. 이때 고기에 소금을 치지 않는다.

④ 고기를 3~4mm짜리 구멍이 뚫린 틀을 통과시켜 갈아낸다. 이 때 갈아낸 고깃결을 살리는 게 중요하므로 고기를 무리해서 눌러 갈지 않는다.

⑤ 수직으로 반 나뉘는 원통형 틀(또는 단면이 반구인 긴 틀 두 점)을 준비해 안쪽면에 플라스틱 랩을 씌운다. ④에서 갈려 나오는 고기의 결을 그대로 살려 틀을 채운다.

⑥ 틀 두 점에 고기를 채운 뒤 둘을 맞대어 원통을 완성한다.

⑦ 틀에서 플라스틱 랩으로 씌운 고기를 꺼낸 뒤 전체를 사탕 포장지 말듯 가볍게 힘주어 말아 전체를 고른다. 이때 고기에 너무 힘을 주어 누르면 자연스럽게 형성된 패티의 폭신함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

⑧ 날카롭게 벼린 칼로 ⑦의 패티 덩어리를 원하는 두께로 썬다. 랩을 벗겨내고 바로 구워 먹거나 냉동보관한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브라운대 총격범, 대학원 중퇴후 고립된 삶…"유령같은 존재"
브라운대 총격범, 대학원 중퇴후 고립된 삶…"유령같은 존재"

브라운대 박사과정 몇달 만에 그만두고 모국 포르투갈 돌아가NYT "가족·친구와 연락끊고 지내"…전 프로파일러 "무시 못견디는 성격일 것"  브라운대 총격 용의자 시신 발견지점 부근

물류거점창고에 불체자 8만명 수용 추진…'아마존택배' 방식
물류거점창고에 불체자 8만명 수용 추진…'아마존택배' 방식

조지아주 소셜서클,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의 샤워장.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

취업비자(H-1B), 고연봉자 우선 발급
취업비자(H-1B), 고연봉자 우선 발급

DHS, 규정 변경 확정임금·경력 많을수록당첨률 4배까지 상승내년 3월부터 적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을 내년 3월부터 현행 추첨제가 아닌 고임금

지평 넓히는 K-푸드… 라면·김치 이어 과자·스낵 가세
지평 넓히는 K-푸드… 라면·김치 이어 과자·스낵 가세

인기 수출품 계속 다변화아이스크림·과자류 등 인기타인종·젊은층 주 수요층미, 중국 제치고 1위 시장   K-푸드가 라면과 김치에 이어 다양한 스낵제품도 주류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이민 단속] 새해에도 더 공격적 단속
[이민 단속] 새해에도 더 공격적 단속

트럼프 행정부 확대 방침 연간 100만 명 추방 목표   지난 19일 복면을 한 이민 단속 요원들이 팜스프링스 인근 메카 지역에서 이민 단속을 펼쳐 체포된 이민자를 차량에 태우고

[이민 단속] 여권 소지 시민권자들 증가
[이민 단속] 여권 소지 시민권자들 증가

무차별 단속·체포 공포 속 합법 이민자들도 불안 가중 미국 전역에서 강화된 이민 단속이 이어지면서, 합법적 시민권자들조차 일상생활 중 여권을 소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규모 단

금값,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금값,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올해 50번째 일일 기록 은값도 고공 동반행진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봉쇄 등 지정학적 긴장과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금값을 밀어올리고 있

불체자 자진출국하면 지원금 3배로 ‘3천불’
불체자 자진출국하면 지원금 3배로 ‘3천불’

국토안보부가 미국을 자진해서 출국하는 불법체류 신분 이민자들에게 지급하는 ‘출국 보너스’를 3배로 늘린다고 22일 밝혔다.국토안보부는 올 연말까지 스마트폰 앱인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은·로빈후드·인공지능 주식에 집중 투자”
“은·로빈후드·인공지능 주식에 집중 투자”

올해 증시 승자와 패자은값 랠리에 주가 4배까지엔비디아·하이닉스도 인기방위 산업 주식도 ‘상종가’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을 달군 화두는 은, 개인 투자 열풍, 인공지능(AI)이었다.

먹는 비만약 경쟁 치열 ‘위고비’ 미국 판매승인
먹는 비만약 경쟁 치열 ‘위고비’ 미국 판매승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알약 버전이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22일 연방 식품의약국(FDA)이 알약 형태의 위고비(세마글루티드 1일1회정 25㎎)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