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충전소 1분기에 34% 증가
휴게소, 대규모 인프라 확장
중고차 판매량도 12%나 늘어
“전기차 수요 탄탄해질 것”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자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 확장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모습. [로이터]](/image/fit/292419.webp)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유가 급등과 함께 전기차(EV) 수요와 충전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모습이다.
14일 연방 데이터에 대한 블룸버그 뉴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605개의 공공 고속 충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약 1만3,500개의 고속 충전 거점이 마련돼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이러한 ‘충전 붐’은 지난 3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란발 전쟁 위기로 석유 시장이 요동치고 개스 가격이 치솟자 미국인들이 대거 전기차 구매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달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테슬라의 판매량도 1분기에는 전년 대비 반등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신차 시장보다 ‘중고 전기차’ 시장의 열기가 더 뜨겁다는 사실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신규 전기차 판매는 보조금 종료의 여파로 부진했으나,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급증한 9만3,500대를 기록했다. 중고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약 3만4,800달러 수준까지 내려오며, 중고 가솔린차(약 3만3,500달러)와의 격차가 1,000달러대까지 좁혀졌다. 3년 전만 해도 1만달러 이상 벌어졌던 가격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는 수준까지 축소된 것이다.
전기차 보급 지원 단체인 ‘플러그 인 아메리카’의 잉그리드 말름그렌 수석 정책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삭감과 환경 규제 완화로 인해 연방 차원에서는 반 전기차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단 전기차를 경험한 운전자들은 다시는 내연기관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충전 인프라 확충은 대부분 민간 부문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업체들은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을 기다리는 동안 스낵과 음료를 구매하는 고수익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전미 휴게소 제국인 ‘파일럿 플라잉 제이’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마운트 에어리부터 네브래스카주 노스 플랫에 이르기까지 1분기에만 30여 곳에 충전소를 추가했다. 이 회사는 현재 약 1,200개의 충전 공간을 운영 중이며, 이는 최종 목표치의 절반에 해당한다. 파일럿의 전기화 부문 책임자인 브랜든 트라마는 “비전기차 운전자들이 누려온 편리함과 접근성, 신뢰성을 전기차 사용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충전 네트워크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개선에도 고무돼 있다. 최근 전기차 구매자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가 많아 외부 충전 시설을 이용할 확률이 높다. 또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신형 충전기들이 설치되면서 충전소 운영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파렌’은 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충전기가 보급될수록 더 많은 드라이버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쟁 이후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82달러까지 치솟아 이전보다 약 37% 급등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자동차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고유가 상황이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차를 바꿀 계획이 없던 운전자들조차 유지비 부담에 전기차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은 정책보다 결국 유가에 더 크게 반응한다”며 “지금처럼 기름값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중고차 시장까지 포함해 EV 수요는 다시 구조적 상승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