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성향도 크게 달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의 국적이 다를 수는 있어도 한국인의 피를 지닌 한민족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미국 한인 교포는 종교적으로 사뭇 다른 성향을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세계 이민자의 종교 성향 분석의 일환으로 미국 한인 이민자(이하 한인 이민자)와 한국 거주 한국인(이하 한국인)의 종교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별도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 이민자의 기독교인 비율이 한국인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높았고 한국인 중에는 무교인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인 2,104명과 한인 이민자 1,146명(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분류한 비율은 한인 이민자가 59%로 한국인(32%)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반면 한인 이민자 중 자신을 불교 신자라고 밝힌 비율은 3%로 한국인 불교 신자 비율(14%)에 크게 못 미쳤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은 차지한 종교 성향은 무교로, 52%에 달하는 한국인이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한인 이민자 중 무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퓨리서치센터는 한인 이민자 중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것은 최근 수십 년간 미국에 이민한 한인 이민자의 신앙적 배경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민자들은 종교적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나라로 이민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미국은 전 세계 기독교 이민자가 가장 많이 정착하는 나라다.
한인 이민자의 경우 기독인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도 높았다. 한인 이민자와 한국인 기독교인 중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7%와 82%로 비슷했다. 하지만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답한 비율은 한인 이민자가 58%로 한국인(39%)보다 현저히 높았다.
또 한인 이민자 기독교인의 경우 다른 종교의 영향도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 기독교인 중 유교(58%), 불교(34%), 도교(24%) 문화에 친숙하거나 각 종교인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상당수였다. 이에 비해 한인 이민자 중에서는 다른 종교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유교와 불교가 각각 22%와 23%였고 도교의 경우 2%로 드물었다.
한인 이민자 중에서도 출생지에 따라 조금 다른 종교 성향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한인 이민자 중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자는 66%, 미국 출생은 26%였는데 한국 출생 이민자의 기독교인 비율은 63%로 미국 출생 이민자(31%)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무교 비율은 한국 출생과 미국 출생이 각각 47%와 4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