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주말 에세이] 치료는 못해주어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28 12:47:35

주말에세이,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치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졸업시즌이라 축하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5년간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마치는 잔치에 아들 제임스가 가족을 초대 하였다. USC 이비인후과 교수님들은 27 명이나 되었는데 그중에서 또 각종 전문으로 나뉘어져 코와 후각전문, 귀 질환과 청력, 후두와 목소리, 무호흡증, 목의 종양수술과 갑상선 수술, 성형이비인후과, 뇌수술에 관련된 이비인후과, 소아 이비인후과 등 세분화된 다양한 전문에 놀랐다. 

올해 그 병원에서는 여자, 남자 2명씩, 총 4명이 이비인후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마쳤는데, 졸업하는 수련의 들은 5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어려웠던 일, 재미있었던 일, 실수 했던 일들을 기억해내고 나누며 서로 축하해주었다. 끈끈한 전우애 같은 감정과 어려웠던 과정을 마무리 짓는 기쁨과 성취감으로 들떠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 헤어져 각자의 새로운 인생여정을 떠나는 설렘과 동시에 아쉬움, 막연한 슬픔이 눈물로 살짝 비치기도 했다. 나도 벌써 수십 년 전에 있었던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나올 때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과 또 앞으로 주어질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만감이 교차되었던 때가 떠올랐다. 

여러 축하 순서가 지나고 이비인후과 과장님의 말씀이 있었다. “여러분은 지난 5년간 매우 강도 높고 좋은 수련을 받았습니다. 교수님들도 여러분의 지식습득 과정과 좋은 태도에 대해서 만족하고 계십니다. 어디에 가도 여러분들은 잘 배운 의학적 지식과 기술로 좋은 평판을 받을 것이며 많은 환자들을 도와 낫게 해줄 것을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의사인 우리들은 치료 할 수 없는 질환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렵고 많이 진행된 질환의 환자들을 대하게 되었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겠습니까? 우리는 모든 병을 치료 할 수는 없어도 환자를 care 할 수는 있습니다. 모든 환자들을 끝까지 ‘care’하는 의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care 혹은 돌봄’이라는 평범하게 생각했던 단어가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의사뿐 아니라 인간으로써 한 사람을 care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어머니가 아이의 울음만 들어도 필요를 알아차리는 마음으로, 우선 신속하고 구체적인 적절한 치료와 통증을 다스리는 것에 소홀하지 않아야 될 것이다. 동시에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점검해 본다.

환자의 입장에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의사의 표정과 말투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과 희망을 결정하는 환자 앞에서 따뜻하게 웃어주기, 자세를 낮추어 경청해드리기, 손 잡아드리기, 원하시는 분들에게 기도 해드리기, 죄책감에 사로잡힐 수 있는 환자에게 정죄하지 않기,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소풍 나온 나그네임을 함께 동감하기, 환자의 친구나 가족들은 같이 있어주기, 음식나누기, 주물러드리기, 가능하면 같이 걷기. 등등이 있을 것이다. 

과장님 이야기를 되새기며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수련과정 때의 패기는 어디가고 이런저런 이유로 약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생기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질병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현실은 늘 장미 빛이 아니며 질병과 죽음의 사자는 냉정하게 무표정하며 싸늘하다. 우리들은 절망 앞에서 약해지며 울부짖는다. 그러나 절망의 싸늘함도 끝까지 함께하는 우리의 온기에는 녹아질 것이다. 심지어 죽음이 우리를 덮칠지라도 끝까지 서로 care 하는 우리는 죽음의 강을 넘어 더 아름다운 동산에 있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끝까지 함께 care 하는 의사, 그리고 한 사람이 되자.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빅브라더가 듣고 있다… 집 보러 가서 언행 주의를
빅브라더가 듣고 있다… 집 보러 가서 언행 주의를

오픈 하우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전보다 덜해도 요즘 길가에서 오픈 하우스 사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픈 하우스는 매물로 나온 집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불법이민자 ‘12세 소녀 살해 혐의’ 기소…이민정책 공방 가열

공화당 “바이든 이민 정책탓” 공세하며 대선 정치 쟁점화 11월 미국 대선에서 불법 입국 대응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불법 이민자 2명이 12세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벌레박사 칼럼] 방구벌레(stinkbug) 잡는 법

벌레박사 썬박 벌레중에는 고약한 냄새를 풍겨 일명 '방구벌레'라고 불리우는 스팅크 버그(Stink bug)가 있다. 스팅크 버그는 봄부터 가을까지 집 밖에 많이 나타난다. 가끔 집

로렌스빌에 경찰견 추모 개 공원 건설
로렌스빌에 경찰견 추모 개 공원 건설

로렌스빌 로운 옆에 '히로 파크' 건설 로렌스빌 경찰견(K-9) 히로(HYRO)가 질병으로 사망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후, 시 공무원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새로운 개 공원을 헌정

조지아주는 성경교육의 선구자...지금은
조지아주는 성경교육의 선구자...지금은

루이지애나 십계명 교실 게시 의무오클라호마 성경 비치 및 교육해야 루이지애나와 오클라호마는 최근 학교에서 십계명과 성경을 강조하려는 계획으로 전국적인 헤드라인을 장식한 가운데 조지

[단상] 과로사

과로사란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앓다가 죽는 것을 말한다. 일본인들이 먼저 쓰기 시작하였고 중국과 한국에서도 가끔 쓰는 말이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지나치면 안하는 것보다 못하

[발언대] 6.25사변 74주년

동족상잔의 비극, 왜 이 비극이 발발했을까? 한 때는 누가 먼저 이 전쟁을 일으켰을까로 왈가왈부 했었던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물론 스탈린의 승인 하에 북의 김일성의 남침은 기정

[주말 에세이] 치료는 못해주어도

졸업시즌이라 축하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5년간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마치는 잔치에 아들 제임스가 가족을 초대 하였다. USC 이비인후과 교수님들은 27 명이나 되었는데 그

[삶과 생각] 손녀의 졸업식

손녀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면서도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들뜬 기분으로 식장에 들어섰다.젖먹이 때 할머니 품에 안겨서 잠투정하면

[행복한 아침] 환우 공감

김정자(시인·수필가)    교통사고로 허리와 무릎 부상을 입고 3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X-ray상으로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을 확인은 했지만 별다른 치료법 없이 2.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