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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 이민정책 실패 인정해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25 17:43:26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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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치명적 악재는 이민이다. 이같은 위기상황이 조성된 이유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공화당의 당파적 의도가 작용한 탓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 아이디어가 당면한 도전에 대처하기엔 턱없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 탓도 적지 않다.       

남쪽 멕시코 접경지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경에 인접한 텍사스의 소도시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 신청자들로 몸살을 앓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텍사스 주정부가 이들을 버스에 태워 뉴욕, 시카고와 워싱턴 DC로 보내자 해당지역 시 정부들은 이들을 수용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느라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들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망가지고 있다”는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민주)의 볼멘소리는 지나친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기울인 다양한 노력은 크게 벌어진 상처 부위에 반창고를 붙인데 지나지 않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미국의 망명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시스템 개선을 위한 극적이고도 단호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도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민 이슈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이쯤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인종, 종교 혹은 신념으로 인해 심각한 박해 위험에 처한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이렇듯 ‘이상적인 충동’을 제도로 바꾸려면 두가지 ‘심각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박해를 당할 처지에 놓여있다며 그럴듯한 주장을 늘어놓지만 미국이 이들 전부를 받아들이기란 불가능하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정해진 절차대로 그들의 나라에서 이민 신청을 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미뤄둔 채 불법으로 미국으로 들어온 후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를 주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남부 국경지대에서는 날마다 이런 일이 숱하게 되풀이된다.  

둘째, 망명신청자들은 가난과 질병,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들어오길 원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이민희망자들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들은 복잡하면서도 세분된 절차를 거쳐 궁극적으로 그린카드(영주권) 혹은 시민권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비자나 노동허가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는 대신 마약밀매 조직원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국경을 넘어와 망명신청을 한 다음 당국이 적격심사를 하는 동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3월에서 2022년 8월에 이르는 17개월 동안 연방정부는 밀입국 후 망명을 신청한 100만 명을 풀어주었고 이들 가운데 미국내 거주지가 분명치 않거나 아예 허위 주소를 제공한 17만7,000명의 행방을 놓쳤다. 이처럼 적법한 절차를 규정한 시스템이 무너지면 정당한 자격을 갖춘 망명 및 이민 신청자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민 이슈에 정통한 의회 전문가 놀란 라파패트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해법은 단 하나뿐이라고 주장한다. 당국이 계류 중인 수백만 건의 이민심사를 소화할 때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법에 정해진 권한을 행사해 망명신청자들의 입국을 전면 중지하는 것이 그가 제시한 유일한 해법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이와 동일한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다른 서방국가들도 의심할 여지없이 영국의 뒤를 따를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망명신청자 수는 4,000만 명을 헤아린다.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망명자격을 심사할 수 있도록 우리 역시 새로운 법과 표준, 관련 법원과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불법 입국자들의 물결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관리들에게 맡겨두어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국경위기는 민주당 정책의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행정부는 진보세력의 눈치만 살필 뿐 텍사스 주 정부가 일방적으로 버스에 태워 보낸 난민 신청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뉴욕과 매서추세츠에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뉴욕과 매서추세츠는 주 법에 따라 난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의무를 갖고 있지만 이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자 소요경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연방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다른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파 진영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로켓 연료를 제공하게 된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의 불법이민 해소책은 통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수백만 명이 미국에 밀입국했다는 사실은 그의 국경 장벽 건설이 실패작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그가 현재의 상황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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