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목사
저와 같이 설교하는 일에 자기를 평생 드려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진리들을 정말 절실하게 체험을 합니다. 사랑의 관계는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시는 통로임을 체험한 것은 부산에서 목회 활동을 했을 때 어느 여름철이었습니다. 부산 근교의 한 한적한 기도원에서 열린 어느 신학교 학생들의 수련회에서 설교를 해주도록 청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기도원에 들어간 그 다음날 아침 성경을 펴서 누가복음을 읽기 시작하는데 수없이 스쳐갔던 누가복음 중 한 구절이 눈 앞에 들어왔습니다.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하여지며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 들에 있으니라.”(눅1:80) 겉으로는 평범하고 건조해 보이는 단 한 구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때때로 하나님은 축축한 골짜기에서만 물을 내시는 것이 아니라 마른 반석에서도 물을 내리신다는 성경의 진리를 충분히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본문을 읽는 동안 시선이 고정되었습니다. 이후로 3박4일 동안 그 한 절만 읽었습니다. 눈 앞에서 잠긴 동산과 같던 성경 본문이 열리면서 저는 그 한절이 이루어 놓은 장엄한 진리의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밟아 보지 아니한 진리의 숲 속은 풍요로운 동산들로 가득했고 메마른 성경 읽기의 땅을 타박 타박 먼지 내며 걷던 가련한 저는 실로 오랜만에 웅장하면서 섬세한 진리의 숲 속에서 마음껏 하나님과의 사귐이었습니다.
그 분은 말씀하시고 저는 어린아이가 되어서 그 분이 만들어 놓으신 그 아름다운 풀밭에서 그 분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거기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가련한 저를 불쌍히 여기져서 말씀하시는 주님과 그 황홀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푹풍처럼 우레처럼 말씀하셨고 어떤 때는 가녀린 흐느낌이 섞인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 없이 친밀함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내가 아주 작은 존재가 되어 그 분의 임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때때로 우리 주님의 음성은 벼락을 치는 것처럼 엄청난 소리였는데 한편으로는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달콤했습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은 엄청났습니다. 저는 그 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 누가복음 1장80절은 성경으로 기록된 이래 최초로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한 구절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급히 메모하였는데 큰 종이로 스물네 장에 달하는 분량이었습니다.
후에 이 깨달음의 말씀을 가지고 책을 출판할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책을 출판하지 못하는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후 저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에도 수 많은 글들을 썼습니다. 이제 이 모든 글들을 정리하여 수권의 책을 출판할 준비는 되어있지만 이 시대가 점점 바뀌어 지금은 인터넷으로 흘러가고 있기에 기도 중에 있습니다. 지금도 주님은 저에게 말씀하시고 저는 듣는 둘만의 시간은 실로 꿈결같은 시간입니다. 예전의 잠깐 스치듯 지나간 것 같은 짧은 사귐이었지만 지나간 인생을 뒤돌아 볼 때면 그것은 귀한 주님이 음성이었습니다.
저는 이제야 주님 앞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가 진리를 알고 그 진리 안에서 주님과 만남으로 함께 누리는 거룩한 사랑의 사귐이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게 함에 있어서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말입니다. 모든 것을 주고라도 그런 사귐 속에서 영원히 지내고 싶습니다. 눈물과 거룩한 환희로 가득한 그런 세계에서 주님과 교제하던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우리의 사랑이신 주님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