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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독립 기념일 서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07 08:53:34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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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해마다 7월 4일 미 합중국 독립기념일이 되면 미국이 독립하기까지의 자부심을 기리며 미 전역을 뒤흔드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세계적으로 국민이 지닌 국가 자부심 순위에 1순위를 지켜내고 있는 것은 당당하고 끈끈한 나라사랑 표현의 표출이다.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성조기를 상징한 빨강, 파랑, 흰색 조명으로 갈아입고 허드슨 강가에서 불꽃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면 “미국이여 불꽃처럼 펴 올라라” 하는 함성으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주고 있다.

 독립기념일 파이널 행사 불꽃놀이를 만나게 되면 망향의 그리움에 실리기도 하지만 마치 내 아버님 생신을 위해 불꽃놀이가 치루어지는 것 마냥 들뜬 기운이 상승되곤 한다. 아버님 생신이 이방인으로 찾아 든 이 땅의 독립기념일과 맞물릴 줄이야. 독립기념일 불꽃 축제를 관전하는 것으로 아버지의 일생과 어머니의 고뇌를 다시금 새기기도 하지만 삶의 무겁고 어두웠던 위기와 순간들을 상쇄할 수 있는 편각의 시간에 임하게 된다.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빛 줄기를 보면서 ‘참 곱지요 아버지. 아버님 생일을 축하하고 있어요’ 나직하게 혼잣말로 조아린다.

불꽃놀이가 거대하게 치루어지게 된 것은 독립 전쟁 당시 화약을 사용했던 상징적 의미에서 유래했다. 낙조가 사위어 가고 사방이 어두워지면 폭죽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화려한 불꽃이 검은 밤 하늘에 장관을 이룬다. 수려한 외줄기 불꽃은 붓끝이 그려낸 듯 선을 그으며 깊은 밤 하늘을 뚫고 치솟는다. 폭포처럼 밤 하늘에 번져나는 불꽃이 있는가 하면 꽃봉오리가 열리 듯 찬연한 빛 버라이어티가 다투어 밤 하늘을 수 놓는다. 숱한 별들의 유희가 태양 열량으로 얻어 낸 듯 빛 울타리를 만들어 내며 빛의 충만을 이루어 낸다. 작은 빛 둘레를 만들고 순간 섬광이 일며 빛 줄기가 한꺼번에 숨을 죽인다. 

갑자기 적막이 감돈다. 불꽃 생명이 빛 줄기를 놓쳐버리고 스러진 것일까. 기우도 잠깐, 무수한 빛과의 만남들이 다시 만개한다. 빛이 촉수들이 승천하며 솟구친다. 빛의 생존 그래프가 싱그럽게 방류되고 있다. 쉼 없이 터져 나오는 불꽃은 생명을 들추어내고 빛을 생성하고 발효하듯 부풀리며 번져나간다. 성숙의 의미를 부각시키듯 무더기로 빛 봉오리가 열린다. 불 송이들이 사방으로 번져 남을 절제하며 매듭을 지어가며 마침표를 찍듯 마지막 투혼의 빛 줄기를 던져버린다. 실오라기 같은 불길이 따스한 몸짓으로 잠시 머물다 이내 묻혀버린다. 원없이 서로를 안아주며 드디어 빛 덤불을 이루어 내고 만다. 마치 합창 단원들처럼 저마다의 파트를 장열 하게 표현하며 밤 하늘을 닦아내고 있다. 아무런 조도의 비췸도 필요치 않은 새벽 별 같이 홀로 남아있던 불꽃이 조용히 명맥을 거두어들인다. 빛 줄기를 생성해내며 화려한 빛으로 존재했을 때의 회상을 안고 사라진다.

잠시 일상에 지친 무게를 내려놓고 미국 독립 기념일의 축의를 새기게 된다. 내 아버님 생신을 한바탕 사물놀이하듯 밤하늘을 불꽃으로 장식하며 신명난 축하를 받으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5남매 맏이인 여식을 대학에 입학시켜 놓으신 그 다음 해에 맏이 생일을 며칠 앞두시고 세상을 하직하셨다. 그 날 이후로 남겨진 자식들을 반듯이 키워 내시느라 삶의 질곡을 잡초처럼 견디어 오신 어머니 노고와 함께 불침번으로 가족을 지켜오신 아버지께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며 생신 축하 송을 올려 드린다. 뵙고 싶은 울음을 삼키며 두 손을 모으고 정성껏 불러드리고 있는데 문득 맏사위가 은근한 베이스 화음을 거드신다. 화려한 불꽃 사이로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님 모습이 행복해 보이신다.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나 수필은 많지만 아버지를 글감 소재로 다룬 글은 많지 않다. 품에서 키운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에 비해 아버지는 체온을 나눈 기억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 아버지의 사랑은 그 울림이 크다. 존재감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시다. 혼자 되신 어머니 눈물은 흔히 보아왔지만, 아버지 생전에는 눈물을 본 기억은 드물다. 가장 외로운 자리를 지켜오시면서 울타리가 되어주신 아버지께서는 울음도 속으로 삼켜 오셨을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의 속깊은 눈물을 닦아드리고 싶은 울울한 마음으로 열정과 용솟음으로 불태우다 스러지는 불꽃 같았던 아버지 생애를 돌아보게 된다.

군부 독재 만행으로 무너져버리신 아버지 생애가 클로즈업되듯 떠오른다. 아버지의 길이 용이하지 만은 않았을 것이란 깨달음이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에야 가슴이 저밀 만큼 간절하게 파고든다. 내 아버님 인생은 비움으로 일관된 삶이셨다. 가족은 물론 일가친척, 주변 친지들을 채워주며 보살펴온 일생이셨다. 다 비우신 것 같았는데 새롭게 채우시며 모자람이 눈에 띠이지 않는 쉼없는 정진뿐이셨던 분이셨다. 가족을 위해 앞만 바라보며 달려오신 불꽃 같은 정신력으로 살아오신 분으로 나이 든 여식의 가슴에는 아직도 살아 계시기에 아버지 딸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안고 아버지의 여식으로 부끄럽지 않게 아버님께 자부심을 안겨드리도록 찬찬히 남은 날들을 걸어가려 한다. 독립기념일에 새롭 듯 되새기게 되는 미국 국민들의 자부심이 폭죽처럼 힘차게 뻗어 나가기를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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