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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의 세상읽기] 우리는 누구의 울음에 공감하는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30 13:31:34

권정희의 세상읽기,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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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LA미주본사 논설위원)

잘려나가고 우그러진 철제 덩어리들이 육지로 옮겨졌다. 해양경비대는 28일 밤 캐나다 뉴펀들랜드 항 인근에서 관광잠수정 타이탄의 잔해들을 인양했고, 탑승자로 추정되는 유해를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8일 내부폭발과 함께 사라진 타이탄의 흔적을 찾아 북대서양 바다 깊은 곳을 헤집던 수색작업은 일단락 났다. 

2023년 6월은 2건의 대형 해양참사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14일에는 지중해에서, 그 나흘 뒤에는 대서양에서 참혹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스 인근 지중해에서는 750명 정도 승객들로 콩나물시루 같던 낡은 어선이 침몰했다. 104명이 구조되고 시신 79구가 수습되었으니, 500여명이 실종상태다. 지금은 모두 지중해 너른 바다 어딘가를 시신으로 떠돌고 있을 것이다.  

18일 내파한 타이탄 탑승객은 5명. 바다 속 2마일 아래로 내려가 111년 전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태닉의 선체를 둘러보려던 관광/탐험가들이다. 탑승자는 심해관광업체 오션게이트의 CEO와 프랑스인 심해탐사 전문가 그리고 1인당 25만 달러씩 내고 탑승한 영국인 부호, 파키스탄 영국 이중국적의 억만장자와 그의 아들이다. 타이탄이 잠수 2시간이 채 못돼 폭발하면서 이들은 바다 한가운데서 생을 마감했다. 

타이탄이 모선과 연락이 두절되자 수색작업은 전 방위로 진행되었다. 각국의 수색선이 모여들고 헬리콥터가 뜨고 수중 드론이 투입되었다. 잠수정 내 산소로 5명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96시간 - 그 안에 탑승자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수색대는 눈에 불을 켜고 망망대해 바다 밑을 뒤졌다. 진전도 없는 수색과정은 시시각각 보도되었다. 미디어의 보도는 대대적이었고 세인의 관심은 뜨거웠다.

반면 지중해는 조용했다. 처음 사고 당시 보도가 있었을 뿐 500명 목숨을 삼킨 그 바다는 미디어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총탄 쏟아지는 내전을 피해, 정치적 탄압을 피해, 배곯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암에 걸린 어린 아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 자유를 찾아, 돈 벌 기회를 찾아 유럽으로 향했던 난민/이주민들의 생사에 대해 대중의 관심은 낮았다. 그 친인척들만 애를 태웠고, 난민인권 운동가들만 분노했다. 

어선이 기우뚱한 후 침몰하기까지 11시간이 걸렸는데도 구조에 선뜻 나서지 않은 그리스 해안경비대 그리고 5명 생사에 초미의 관심을 쏟아 부으면서 500명 실종에는 미온적인 미디어의 보도태도에 인권운동가들은 격분했다. 잠수정 탑승자들에 대해서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생명은 소중하다”며 수색에 심혈을 기울이는 반면, 가난하고 지친 수백명 난민들에 대해서는 “안됐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고 방치한 당국, 미디어 그리고 이 사회의 대조적 반응에 “역겹고 소름 끼친다”고 그들은 성토했다. 

맹자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는 마음으로 인(仁)을 꼽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 아픔이 공감되면서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삶이 너무 안락해서 뭔가 스릴이 필요했던 부자들, 삶이 너무 고달파서 생존자체가 스릴이었던 난민들, 형편은 천지 차이지만 죽음 앞에서 느꼈을 공포는 같았을 것이다. 두려움에 찬 울음은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왜 한쪽으로 쏠린 걸까. 측은지심으로 보자면 후자에 더 마음이 갔어야했다.

대중의 관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관련되었을 때 더 관심이 간다. 누군지 모를 수백명의 난민보다 미디어를 통해 이미 알려진 타이태닉 관광잠수정과 그 탑승객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둘째는 현재 진행형일 때 더 관심이 쏟아진다. 그리스 해안 난민선은 이미 침몰한 후 보도된데 반해 타이탄은 ‘앞으로 96시간~’ 이라며 시시각각 진전되는 상황들에 보도의 초점이 맞춰졌다. 

셋째, 새로운 사건일 때 더 관심이 간다. 시리아 내전, 아프간 사태, 파키스탄 경제파탄 등이 이어지면서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이주자들은 계속 늘고 난민선 사고는 일상사가 되었다. 지중해는 난민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다. 반면 수십만 달러씩 내고 타는 극한탐험 잠수정 내파 사건은 사상 처음이다. 호기심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타이탄 사건이 SNS를 뜨겁게 달군 배경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독일어로 아픔이나 불행을 뜻하는 ‘Schaden’과 즐거움을 뜻하는 ‘Freude’가  합쳐진 말이다. 남이 잘못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마음, 쌤통이라고 고소해하는 마음이다. 봉급쟁이들이 수십년 모아도 될까 말까한 거액을 한 번의 놀이에 써버리는 초특급 부자들에 대한 반감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이다.   

그리고 당국과 미디어, 즉 이 사회의 관심을 좌우하는 근본적 요인은 따로 있다. 계층과 인종에 따른 뿌리 깊은 차별의식이다. 지중해에서 침몰한 배의 탑승객이 백인들이었다면 구조와 수색, 미디어의 보도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100여년 전 침몰한 배가 아프리카 노예선이었다면 심해관광 잠수정이 등장했을 리가 없다. 

우리는 누구의 울음에 공감하는가. 인종과 계층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지 스스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별의식을 누르고 공감의 창을 조금씩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이 세상이 좀 더 살만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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