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재택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20 13:10:30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안상호 (LA미주본사 논설위원)

팬데믹이 남긴 뚜렷한 유산 가운데 하나는 재택 근무의 확산이다. 지난 팬데믹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까지 불러왔다고 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끼친 영향이 개인 생활이나 기업 문화에 그치지 않는다. 도심의 오피스 빌딩과 콘도 값이 떨어지고, 직장인이 단골이던 업소의 매출이 주는 등 재택 확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이 작지 않다.

생각해 보면 재택은 팬데믹이 가져온 뉴 노멀이 아니다. 출퇴근 시대 전에 재택 시대가 있었다. 

미국의 남쪽 땅끝 마을인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의 저택이 있다. 이 맨션의 구입가는 8,000달러였으나 그보다 2배이상 많은 2만달러를 들여 당시에는 드문 풀장을 팠던 집이다. 헤밍웨이의 재택은 이 집에서 이뤄졌다. 수영장이 비스듬히 내려다보이는 2층 작은 방이 집필실이었다. 여기서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일부를 썼고,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을 탈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과 바다’는 그 20여년 뒤 키웨스트 건너, 쿠바의 집에서 썼다. 

LA에 왔던 작가 이문열의 강연을 들으니 그 역시 글은 집에서 쓴다고 했다. 필요한 자료가 집에 있기 때문에 집을 떠나 소설을 쓰기 어렵다고 했다. 원고 뭉치를 들고 조용한 여관에 방을 잡거나, 절방을 찾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나 위대한 소설은 주로 집에서 쓰여 졌다. 그러고 보니 문학뿐 아니라 거의 모든 명작은 재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짜르트나 베토벤이 따로 스튜디오에 출근해 피아노 협주곡이나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새로운 사상과 학문적 성취도 재택의 산물이었다. 칸트 등 철학자들은 집에서 깊은 생각을 다듬어 냈다. 잡스의 ‘애플’과 베이조스의 ‘아마존’도 집 차고에서 시작했다. 출발은 재택이었다. 그림도 그냥 집에서 그리는 화가가 많지 않은가?

재택은 전통적인 업무 방식이었다. 산업화 시대 이후 출퇴근제가 발전했으나 지금도 아주 높은 사람은 재택 근무가 많다. 출퇴근은 적당히 높은 사람이나, 아랫사람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백악관은 흰 기둥이 인상적인 트루먼 발코니 쪽이 대통령의 침실과 생활 공간이 있는 관저다. 외관상 몇 층인지 언뜻 알기 어려운 이 4층 건물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 윙, 영부인 전용 공간인 이스트 윙과 연결돼 있다. 

한국은 더 단출했다. 철거된 구 청와대 본관은 넥타이를 메고 아래층에 내려오면 출근, 저녁에 이층 계단을 올라가면 퇴근이라는 말을 들었다. 공개된 지금의 청와대도 집무실과 관저가 걸어서 오가기에 딱 좋은 거리로 보인다. 한 울 안에 있던 집과 사무실을 분리하자 오히려 여러 말이 나왔다. 대통령쯤 되면 아무래도 재택이 낫다는 말인 것 같은데, 실상 많은 국가 원수들이 재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이 점에서 재택은 ‘황제 근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은 이런 재택을 보통 사람들의 근무 형태로 바꾸는 뜻밖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지나고 보니 재택이 없었다면 팬데믹 때 유지하기 어려웠을 일자리가 적지 않다. 한데 모일 수 없을 때 생각해 낸 재택근무는 더 심각한 실업 사태와 사회의 마비를 막은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재택도 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집에서 일하게 했더니 렌트비 줄이고, 복사 용지 등 사무용품비와 심지어 화장지 값도 아낄 수 있다며 내심 좋아라 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재택 근무자에게 오피스에서 쓰는 것과 똑 같은 책걸상과 데스크 탑을 보내주고, 소액이나마 유틸리티 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점심 배달을 지원해주는 기업도 있다.

근무 방식도 차이가 크다. 종일 화면 앞에서 일할 것을 요구하는 회사는 일과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감시받는 느낌이 고통스럽다. 물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대면 회의일 때도 위의 지시와는 달리 이제 화면은 꺼 놓고 목소리만 오간다. 일은 이메일과 전화로 처리된다. 영어가 서툰 직원에게 복잡한 업무 지시를 하면 엉뚱한 일을 해 놓을 때도 있다. 오피스에 나올 때는 없던 일이다.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의 맛 중에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만나고 부딪혀야 일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IT 분야의 한 팀장 급 한인은 그의 부서 직원 중에 반 이상은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동유럽이나 인도 등에서 원격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출근하던 때도 동료들과 어울리는 회식은 연말에 한 번, 회식도 근무 시간에 포함시켰다. 그는 팬데믹이 풀린 후 일주에 하루는 출근하라는 회사의 방침이 못마땅하다. 자체 사옥인 회사는 에어컨을 켜면 건물 전체에 가동되고, 꼭 나와야 하는 일부 부서 직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그런 것 같은데 출근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한다. 돈은 직장에서 벌고, 인간 관계는 다른 데서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몇 달 전 브루클린의 한 고교생 그룹이 뉴욕 타임스에 소개된 적이 있다. 이들은 가지고 있던 스마트 폰을 구형 폴더 폰으로 바꾸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중단시켰다. TV를 멀리하는 대신 공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책도 읽으며 친구들과 어울린다. 이들 ‘복고풍 10대’들은 사회와 문명의 발달이 가져오는 고립과 소외의 심화에 저항하고 있다. 재택을 보는 이들의 시각은 또 다를 것이다. 어디가 바람직한 방향 인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많은 의견이 오갈 수 있는 담론으로 보인다.    

안상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바디프랜드, 창립 19주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 진행
바디프랜드, 창립 19주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 진행

“홈 헬스케어 기술 고도화 지속”   글로벌 헬스케어 로봇 기업 바디프랜드가 창립 19주년을 맞아 고객 감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바디프랜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19년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 3월 학기 신입생 모집
법륜 스님, 정토불교대학 3월 학기 신입생 모집

3월 16일 신청 마감 불교수행공동체 ‘정토회’는 즉문즉설로 유명한, ‘정토회’의 지도법사 법륜스님을 모시고, 정토불교대학 2026년 3월 학기를 개강한다.‘정토 불교대학’은 인생

[행복한 아침 ] 겨울이 주는 나이

김 정자(시인 수필가)   바람이 사납다. 가랑잎들이 먼 발치로 날려가고 있다. 제 뿌리 곁에 눕지 못하고 한참을 날아간다. 모태를 떠나기 싫은 아쉬움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일기가

화요일 새벽 애틀랜타 개기월식 '블러드 문' 현상
화요일 새벽 애틀랜타 개기월식 '블러드 문' 현상

화 오전 6시-7시 사이 달이 붉게돼 오는 화요일 3월 3일 새벽, 조지아 북부 하늘에서 달이 붉게 변하는 '블러드 문(Blood Moon)' 현상이 펼쳐질 예정이어서 애틀랜타 주

기름 바닥나 멈춰선 차량에 귀넷 셰리프 온정
기름 바닥나 멈춰선 차량에 귀넷 셰리프 온정

라라모어 셰리프 250달러 송금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는 법" 조지아주 로렌스빌에서 발생한 일상적인 교통 단속 현장이 따뜻한 온정의 장으로 변해 지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귀

학생 도시락에 알코올 11도 음료수가
학생 도시락에 알코올 11도 음료수가

사우스 풀턴 경찰국 권고문 게시 조지아주 사우스 풀턴 경찰국이 이번 주 학부모들에게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경고를 날렸다. 자녀의 도시락 가방을 다시 한번 확인해 점심시간에

운전 중 휴대전화 보던 드라이버의 최후는
운전 중 휴대전화 보던 드라이버의 최후는

조지아주 캐롤턴 경찰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18륜 대형 트럭 추돌 사고 사례를 공개하며 핸즈프리 법 준수를 강력히 당부했다. 사고 운전자는 충돌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했음을 시인했으며,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었음에도 기적적으로 큰 부상을 면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부주의한 운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법 집행의 목적이 시민 안전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사라 시의원, 지방정부 전문 교육과정 참석
박사라 시의원, 지방정부 전문 교육과정 참석

GMA 과정, 시정 전문성 강화 차원주의회 방문 지역 의견 전달 예정 둘루스시 박사라(사진) 시의원이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UGA에서 조지아 지방정부 협의체(GMA) 주최 ‘

8세 아동이 장전된 총 들고 등교
8세 아동이 장전된 총 들고 등교

홀카운티 초등학교 2학년생수사당국 “위해 의도 없어” 초등학교 2학년생이 학교에 탄약이 장전된 총기를 들고 왔다가 적발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홀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사건은

결석 잦으면 운전면허 정지에 체육활동 금지
결석 잦으면 운전면허 정지에 체육활동 금지

주상원,상습 결석에 초강수 관련법안 압도적 표차 가결 주의회가 학생들의 상습적인 결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주 상원은 26일 결석이 잦은 학생에게 운전면허 정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