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에세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02 13:07:12

에세이, 송윤정 금융전문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송윤정(금융전문가)

파릇파릇해진 잔디 위에 불쑥불쑥 올라온 노란 민들레. 3월 중순 한국에서 돌아와 집에 도착하니, 앞마당 곳곳에 핀 민들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천덕꾸러기 같은 손님이지만 노란 꽃이 너무나 싱그러워 미워할 수 없는 민들레. 그래도 곧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작은 곡괭이를 들고 민들레 소탕에 나섰다. 민들레와 잡초가 무성해지면 이 동네 반장 노릇을 하는 이웃집 할아버지가 잡초 죽이는 약통을 들고 나설 터였다.

몇 해 전 한 노인의 소송 기사를 읽고 제초약의 폐해에 눈뜨게 되었다. 민들레와 잡초 죽이는 제초약으로 유명한 라운드업을 자신의 농장에서 수십 년간 사용해 암에 걸린 그는 제조사인 몬산토를 상대로 소송하여 연방법원에서 승소했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면화, 대두 등 거의 모든 경작지에 대부분 사용되는 제초제는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라는 성분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 2012년 프랑스 법원에서 처음으로 몬산토가 제조하는 제초약이 암을 유발한다고 판결한 후,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는 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글리포세이트’ 같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화학성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깨알 같은 글자로 잘 안 보이게 붙어있는 라벨을 읽지 않고, 단지 싸고 효과 좋다는 이유로 라운드업과 같은 제초제를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용한다.

나도 예전엔 라벨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친구를 보고 속으로 구시렁대기도 했었다. 의사인 친구와 함께 여행 다니며 장을 보면, 두터운 안경을 바싹 끌어 올리며 라벨에 적힌 모든 성분을 확인하는 통에 시간이 배로 들곤 했다. 글자가 너무 작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각 성분이 뭘 뜻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나로선, 대충 먹고 살아도 될 걸 굳이 저렇게 유난을 떨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최근에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을 출간한 식품 전문가 안병수 작가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안병수 작가는 유명 과자 회사에 근무하며 자신뿐 아니라 주위 젊은 기술자들도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러던 중 평소 친분이 돈독했던 일본의 한 과자 개발자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16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식품첨가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식품 전문가가 됐다. 그는 각종 과자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의 유해성뿐 아니라, 된장과 간장 속에 포함된 유해물질도 지적하며 라벨을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된장, 간장은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으로 한국인의 음식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싸게 대량 생산하기 위해 각종 화학첨가물을 넣어 만들어지고 그 중 특히 탈지대두는 콩의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그 기름추출 과정에서 화학용 매제 ‘헥산’이 사용되는데 유해성으로 여러 나라에서 식용이 금지되었지만, 한국의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질산나트륨 (Sodium Nitrite)이다. 이는 맹독성이 있음에도 방부제 및 식품의 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대부분의 육가공제에 첨가되는데, 특히 시중의 명란젓에 꼭 들어간다 한다. 그동안 얼마나 즐겨 먹었는데…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어렸을 적 애지중지하던 우리 집 강아지가 여섯 살 되던 해에 갑자기 죽게 되었던 것도 이런 유해 성분들에 대한 나의 무지에 기인한다. ‘코코넛’이라 불렸던 작은 개는 꼭 인형같이 생겼던 하얀 말티스였다. 어느 날 갑자기 시름시름 앓아서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땐 이미 신장이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후였는데, 그 원인을 추적하니 코코넛이 즐겨 먹던 스낵이 문제였다. 네슬레가 중국에서 수입해 코스트코에서 판매한 제품이었는데 그 제품은 멜라민(Melamine)을 포함했다. 멜라민에는 질소 함량이 많아 질소함량으로 검사하는 단백질 농도 측정에 유리해 첨가한 것이다. 멜라민 섭취가 쌓이면 그 작은 결정체들이 신장에 존재하는 소변이 지나가는 관을 막게 되고 이것이 소변의 생성을 막아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데, 이로인해 미국에서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신장질환으로 사망해 어떤 지역에선 집단 소송을 하기도 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첨가제. 악마는 그 디테일에 있다 했던가.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 화학업체인 독일의 바스프와 함께 라운드업에 저항력을 키운 잡초들을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화학제인 디캄바(Dicamba)를 개발해 디캄바에 저항력이 있는 유전자변이 목화와 콩 종자를 보급해왔다. 이 디캄바의 폐해를 보고한 2020년 3월 가디언 기사를 뒤늦게 읽으며, 초중고 교육과정에 모든 이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농업이 포함돼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알아야 보고, 그래야 나와 가족 그리고 세상을 지킬 수 있으니까.

[에세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송윤정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부활의 빛둘레에 머물러 있기를

김 정자(시인 수필가)   시멘트 틈 사이를 비집고 꽃을 피운 민들레 한 포기에도 마음이 가는 부활절 절기다. 승용차가 지나가도 무거운 트레일러가 지나가도 노란 꽃은 봄 바람에 하

차타후치고 강민우, 스콜라스틱 아트 최고상 수상
차타후치고 강민우, 스콜라스틱 아트 최고상 수상

한미 정체성 구축 과정 그려골드 키, 아메리칸 비전 메달 차타후치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우(사진)군이 전국에서 가장 큰 미술디자인 공모전인 ‘스콜라스틱 아트&라이팅

조지아 '킨더 유급법 통과', 학부모 입학 결정
조지아 '킨더 유급법 통과', 학부모 입학 결정

학부모가 1학년 입학 여부 결정 조지아주 부모들이 6세 자녀를 1학년으로 강제 진학시키는 대신 유치원(Kindergarten)에 1년 더 머물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화요

스피릿 항공 '404 데이' 항공권 40.40달러 판매
스피릿 항공 '404 데이' 항공권 40.40달러 판매

4개 도시 편도 항공권 40.40달러4월 4일 자정 전까지 예약해야 스피릿 항공(Spirit Airlines)이 애틀랜타의 지역번호를 기념하는 '404 데이'를 맞아 하츠필드-잭슨

조지아 소득세율 인하하고 재산세 인상 제한
조지아 소득세율 인하하고 재산세 인상 제한

주 소득세율 5.19%에서 8년간 3.99%재산세 증가율 3% 또는 물가 낮은 것초등 읽기능력 향상 7천만 달러 배정 조지아주 의회가 회기 종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헌법상 유일

부활절 주말 비바람 비상, 기온 뚝
부활절 주말 비바람 비상, 기온 뚝

부활주일 오전 야외행사 비상 이번 부활절 주말, 비와 폭풍우가 예고되어 있어 주일 아침 예배 및 야외 행사를 계획한 동포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채널 2 액션 뉴스 기상학자 브

몰오브조지아 주말 시위, 가짜 글 게시 10대 기소
몰오브조지아 주말 시위, 가짜 글 게시 10대 기소

온라인 허위정보 게시 유의해야 귀넷 카운티 경찰국은 이번 주말 몰오브조지아(Mall of Georgia)에서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는 허위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작성한 혐의로 한 1

응급상황…돈 걱정 없이 구급차 부른다
응급상황…돈 걱정 없이 구급차 부른다

비용제한 법안 주의회 통과비용청구도 직접 보험사에  주의회가 ‘부르는 게 값’인 구급차 비용 부담을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주하원은 회기 마지막 날인 2일 구급차 청구비용에 상한

‘쩐의 전쟁’ 주지사 선거…공화당, 민주당 압도
‘쩐의 전쟁’ 주지사 선거…공화당, 민주당 압도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  분석공화 잭슨 후보 30억달러 최고민주선 던컨 770만달러 선두 TV광고 9천만 VS 100만달러  조지아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공화와 민주 양당 후보 간

10명 중 4명…“비상금 500달러도 없다”

물가상승·생활비 부담저축 감소, 재정 악화 미국인 상당수가 긴급 상황에 대비할 최소한의 현금성 저축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가계 재정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