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잡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24 13:31:30

삶과 생각,조민현 팰팍 성 미카엘 성당 주임신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조민현(팰팍 성 미카엘 성당 주임신부)

내 어머니는 나에게 뭐 좋은 옷을 사다가 입혀놓아도 폼과 자세가 나오지를 않는다고 불만이시다. 너도 다른 사제처럼 좀 의젓하고 멋있고 품위 있게 다니라고, 왜 맨날 시꺼멓게 머리는 산발이고 아무 옷이나 막 입고 다니냐고 못마땅해 하신다. 한 번은 한국에 가서 머리를 깎는데 이발사가 이것저것 말을 거는데 내가 아는 게 없고 대답도 제대로 못하니 불현듯 하는 말이 “아저씨 농사지으세요?” 하고 묻는다. “아뇨. 아닌데요!”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내게 “신부님은 막 살아오신 것 같아요” 한다. 내가 막 살아오다니? 볼멘소리로 반문하니깐 금세 미안한지 “쉽고 곱게 편하게 자라지 않았다는 소리입니다”하고 덧붙인다. 설마 욕은 아니겠지 찝찝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무리 잘 입혀놓아도 폼이 안 난다고 한다. 한마디로 막 생겨먹었다는 소리이다.

글쎄 신학교 생활 8년 한국군대 2년 반, 10년 넘게 남자들 조직에만 몸담고 살아왔으니 내 인생도 평범한 인생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쉽고 편하게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 옛날 서울 가톨릭대학 신학교의 고해신부님께서 “너는 뭐든지 네가 해봐야 아는데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라고 하신 말씀처럼 내 인생의 아픔과 고통과 좌절 그리고 어려움은 대부분 내가 다 자초한 일이다.

옛날 서울 신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리다.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들어간 신학교 생활은 그냥 외롭고 허전하고 슬프고 아프고 힘이 들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대로 떨어지는 혜화동 낙산의 나뭇잎에도 마음이 저려왔다. 그 시절 낙산을 헤매며 묵주알을 돌리던 친구들, 같이 아파하고 동거 동락했던 신학교 친구들과 같이 우리 잡초처럼 살자고 굳게 다짐을 했다. 콘크리트 블럭 사이에 올라오는 아무리 짓밟히고 짓밟혀도 죽지 않고 살아서 올라오는 잡초처럼 살아남자고 했다. 지금 미국까지 와서 신부가 되고 여기까지 돌고 돌아 살아온 것을 보면 마치 내 인생은 잡초라는 표현이 틀리지는 않다. 

성서에도 잡초에 대한 비유가 나오지만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달갑지 않고 반갑지 않은 존재, 실한 열매도 못 맺고 땅을 못 쓰게 하고 좋은 씨앗을 숨 막히게 하는 필요없는 존재이다. 그중 하나가 겨자씨 비유다. 겨자는 향료나 요리에 쓰이지만 농사짓는 이에게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생명력이 강해 한 번 퍼지면 걷잡을 수가 없어 밭을 다 버리고 다른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스라엘에 가면 지천으로 보이는 게 겨자나무이다. 나무라기보다 울창한 잡초 덤불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겨자씨를 하느님 나라에 비교하셨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든다.”(마태오 13:31-32)

이처럼 무서운 생명력을 가진 잡초와 같은 겨자씨를 하느님 나라와 비교하시니 참 놀라운 일이다. 놀라운 생명력 즉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새롭게 일어나는 끈질김이 마치 고통과 시련의 역사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온 우리 민중들의 놀라운 생명력과 같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바로 우리 안에 이미 하느님 나라가 있다고 하신 것이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놀라운 생명, 어떠한 시련도 극복하는 놀라운 의지, 어디에서도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다면야 잡초가 뭐 어떠냐? 나, 잡초처럼 살련다.

조민현 팰팍 성미카엘 성당 주임신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현대미술가 Ming, 2026 애틀랜타 아트페어 초청
현대미술가 Ming, 2026 애틀랜타 아트페어 초청

마리모 연작 선보인다… 한국 미술 가교 역할 나서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현대미술가 Ming(김민주) 작가가 미국 남부 주요 행사인 '애틀랜타 아트페어

[삶과 생각] 독서의 계절 가을
[삶과 생각] 독서의 계절 가을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70년 전 한국에서 중·고등학생 시절 가을이 오면 국어 선생님은 “가시리 가시리 잇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버

[추억의 아름다운 시] 옹달샘

서정태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질마재 몰랭이그 어디쯤 해서옹달샘이고 싶다 미침 바람이 불어싸도물결이 일지 않는그저 조용하기만 다만한자락 바람이 쉬어가고밤이면 몇 개 별이 적시는옹달

주조 실수 ‘26센트’ 동전, 1만7천불 낙찰
주조 실수 ‘26센트’ 동전, 1만7천불 낙찰

25센트 동전에 1센트 디자인  25센트 쿼터 동전 위에 1센트 링컨 페니 동전이 새겨진 소위 ‘26센트’ 동전이 경매에서 무려 1만7,000여 달러에 낙찰 매각됐다.캘리포니아 소

투표소 비상버튼까지…조지아, 긴장 속 선거 준비
투표소 비상버튼까지…조지아, 긴장 속 선거 준비

중간선거 수주 앞 다가오면서안전∙신뢰확보대책 마련 부심 최악상황 가정 도상훈련 실시 중간선거가 수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 및 지방정부 선거 당국이 비상상황 대응 훈련과 투표소 비상

피렐리, 롬에 12억불 투자…일자리 1천개 창출
피렐리, 롬에 12억불 투자…일자리 1천개 창출

조지아 북서부 역대 최대 규모 투자기존 공장 확장…2029년부터 채용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가 롬 공장 대규모 확장에 나선다. 투자액과 신규 일자리 창출 면에서 조지아 북서

조지아서 400만불 즉석복권 '잭팟’
조지아서 400만불 즉석복권 '잭팟’

애슨스 편의점 판매 복권 조지아에서 400만달러 즉석복권 잭팟이 터졌다.조지아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애슨스 소재 편의점 ‘퀵 스톱 푸드마트’에서  판매된 즉석복권 ‘200X 더 머니

“코리안 페스티벌, 지역사회 유대 넓혔다”
“코리안 페스티벌, 지역사회 유대 넓혔다”

귀넷 데일리 포스트 상세 소개 “한-귀넷 경제교류 역할”평가도 “귀넷 한인사회가 한국 전통문화부터 음식, K팝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자역사회와의 문화적 유대를 넓혔다”귀넷

귀넷  ‘빅하우스’ 복원에 주민 의견 듣는다
귀넷 ‘빅하우스’ 복원에 주민 의견 듣는다

귀넷 남부 흑백 역사 담겨유적지 추진 주민회의 개최 귀넷 정부가 소위 ‘빅 하우스’로 불리는 역사적 건축물인 ‘맥과이어-리브시 하우스’ 복원 사업을 앞두고 주민의견 수렴에 나선다.

복면가왕전 인기... 코리안페스티벌서 폭발
복면가왕전 인기... 코리안페스티벌서 폭발

본지와 코페재단 공동 주최WNB 팩토리가 후원강창기씨 복면가왕에 등극 ‘둘루스 싸이’ 강신범 씨 관객 열광 이끌어 애틀랜타 한국일보와 코리안페스티벌 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WNB 팩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