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불어라 바람아·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두드려도 대답 없으니 문고리에 매달린 참기름. 너는 어디서 왔니?
마침 온 종일 뛰어다니다 눈빛은 쇠해지고 배꼽소리 쪼르르 신호가 오는데 뭘로 저녁을 때울까?
냉장고 문 열어 뒤적거리니 시금치 한 단에 무 한 토막. 시금치는 데치고 무채 썰어 뚝딱. 빨간 고추장 넣어 쓱쓱 비비고는 문에 매달렸던 고소함 듬뿍 넣으니 근사한 비빔밥에 군침이 돈다.
보글보글 된장 찌개도 함께 어우르니 침침했던 두 눈 밝아지고 피곤했던 등 줄기에 땀이 흘러내린다.
누가 매달아 놓았을까? 정답게 이름을 불러주는 선배일까? 아프다며 울먹이던 아래층 할머니일까? 저녁내내 술래잡기해도 허탕이다.
한 가족 둘러앉던 웃음꽃 피우던 정겨운 밥상이 그립고 세상은 풍요로워 없는 것 없이 편한데도 마음은 가난해 정이 고프다.
세월은 선반위에 올라 앉으니 휘어진 다리가 빛 바랜 세월을 말해 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