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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미국인들이 되찾아야 할 ‘관용의 예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10 14:29:09

특별칼럼,개리 애버내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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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애버내시(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미국이 갈수록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분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명명백백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지닌 다양성은 정치인들과 운동가들의 주장과 달리 자동적으로 우리를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문화주의 환경에서의 올바른 공존을 위해선 무엇보다 잃어버린 ‘관용의 기술’(art of tolerance)부터 되찾아야 한다.   

미국을 휩쓴 다문화주의의 예를 일일이 열거하기란 불가능하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아메리카 원주민, 이성애자, 게이, 트랜스젠더, 넌바이너리 등 우리의 정체성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생명옹호론, 선택옹호론, 보수주의, 진보주의, MAGA 공화당원, 시회주의 민주당원, 네버-트럼퍼, 온건주의자, 자유주의자, 총기 지지자, 총기규제 옹호론자, 화석연료 지지자, 기후운동가, 기독교인, 유대인, 무슬림, 무신론자 등등 이념과 믿음에 바탕을 둔 다양성 또한 간단치 않다.   

많은 미국인들이 복수의 그룹에 동시에 속해 있으나 어떤 특정 집단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개개인 또한 수두룩하다. 어떤 그룹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집단이 표방하는 믿음과 사고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발언권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되는 이들 그룹 사이의 공통점은 자신의 소속 집단이 내세우는 명분이나 이념의 정당성에 대한 흔들림 없는 도덕적 확신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다양성은 분명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커다란 원인이다. 대놓고 말하면 눈총을 받겠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쯤에서 갈수록 커지는 인종적 다양성에 관한 견해를 살펴보자. 지난 2020년 퓨 리서치 센터는 앞으로 20-30년 내에 흑인, 라티노와 아시아계 미국인을 합한 유색 인종의 수가 백인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연방인구센서스국의 전망과 관련해 여론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서베이를 실시했다. 대다수의 응답자는 인종구성비 변화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무덤덤한 견해를 밝혔다. 반면 “나쁘다”는 대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머물렀다. “좋은 일”이라는 답변은 2016년의 14%에서 24%로 늘어났지만 “다양성이 우리가 지닌 최대 강점”이라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엔 역부족이다.  

다들 짐작했겠지만 인종구성비 변화에 가장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것은 백인이었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흑인, 히스패닉 혹은 아시안 응답자의 절반 이하가 소수인종 그룹의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구의 인종구성비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인종적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들이 다양성의 확대가 어려움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제대로 기능하는 다문화 사회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물론 필자처럼 이성애자이자 신앙을 지닌 보수적 백인 그룹이 가장 큰 조정을 겪어야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힘 있는 다수파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이 그룹에 속한 백인들은 미국 내 유색인종과 LGBTQ+의 확대된 사회적 존재감 및 영향력을 외면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흔쾌히 받아들여야 한다. 소수파의 몸집과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우리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는 문화적 변화가 생기겠지만 이런 변화는 스스로를 위해 타인에게 관용을 베푸는 기회를 제공한다.    

파괴적인 교회와 국가의 이른바 정교일치를 풀려면 백인 보수주의자들 가운데 당파색이 가장 강한 종교 집단인 복음주의자들이 앞장서 그들의 접근법과 목표를 재고해야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복음주의자들도 정치에 참여할 시민적 권리를 지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점차 신이 사라지는 미국 사회에서는 종교가 차지하는 여전한 문화적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교리나 다른 종교의 교리는 정부 정책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게다가 성경은 믿는 자들에게 현세의 삶에 집착하지 말라고 누누이 일깨운다.        

물론 진보적인 미국인들 또한 변해야 한다. 보수적인 사회적, 종교적 믿음을 편견, 혹은 증오 등으로 폄하하지 말고 큰 품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수 세대에 걸쳐 신실하게 유지해온 믿음과 관습이 배척당하는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한층 더 배려해야 마땅하다.   

특정한 믿음의 실천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당연히 법원이 개입해야 하고,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설사 마땅치 않다 해도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일들에 보다 포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외부의 위협이나 국가적 재앙에 처했을 때 우리는 종종 일시적인 국민단합의 순간을 경험한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한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내전 발생 가능성을 더 이상 배제하지 않는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상대에게 완전한 이념적 투항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괴리감 상승전망은 지금으로선 그리 비관적이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관용을 통해 존중받고 평화로운 성숙한 다문화 커뮤니티에 도달할 수 있다. 다 같은 미국 시민으로서 두 갈래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기도를 통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간절한 바램으로 이런 사회를 소망해보자.  

[특별칼럼] 미국인들이 되찾아야 할 ‘관용의 예술’
개리 애버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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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의 정기 기고가인 개리 애버내시는 오하이오 신문사에서 13년간 편집자로 일하다가 정계에 투신, 한동안 공화당 정치에 몸 담았다. 2011년 언론계로 돌아와 2018년까지 타임스-가젯의 발행인 겸 편집자를 역임했다. ‘PBS 뉴스아워’의 정치분석가이며 TV, 라디오, 디지털 플랫폼 등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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