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권정희의 세상읽기]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07 18:12:13

권정희의 세상읽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권정희(LA미주본사 논설위원)

한차례의 ‘트럼프 쇼’가 미국을 휩쓸었다. 2023년 4월 4일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형사법정에 서는 역사적 순간을 목도했다. 초대 조지 워싱턴으로부터 46대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230여년 동안 미국에서 대통령이 퇴임 후 혹은 재임 중 기소된 적은 없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뉴욕 맨해턴 대배심이 기소결정을 내린 지난달 30일부터 인정신문이 열린 4일까지 온 국민의 관심은 트럼프에 쏠렸다. 그리고 그런 관심 세례를 가장 즐긴 인물은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혼외정사 입막음 관련 회계장부조작 혐의로 기소되었다.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거창한 타이틀과는 격이 맞지 않는 천박한 사건이다. 발단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 전직 포르노 배우가 과거 트럼프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 트럼프는 고문변호사를 시켜 13만 달러를 주고 일단 입을 막게 한 후, 나중에 회사 수표로 변제하면서 ‘법률 자문료’라고 허위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막음 돈을 준 것이나 수표 허위기재 자체가 형사 기소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대선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꾸민 것이니 사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이며 뉴욕 주 선거법을 위반한 중범죄라고 맨해턴 지검은 주장한다.

웬만한 정치인이라면 혼외정사 케이스로 법정에 선 것 자체로 정치생명에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트럼프, 진실이 어떠하든 국면 전환에 탁월하다. 기소된 순간부터 민주당의 정치탄압이라며 지지자들의 시위를 촉구했고, 플로리다 자택을 떠나 뉴욕 법정으로 향할 때는 우국지사의 비장함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우리는 지금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을 살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이 순간 나는 사기충천하다.” 

트럼프는 나르시시즘이 강한 인물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중심에 있어야 만족한다. 이런 부류의 인물들이 가장 못 견디는 건 사람들의 무관심. 지난 며칠 뉴스매체들이 일제히 ‘트럼프 기소’ 이슈를 다루자 그는 신이 났다. 한동안 시들했던 자신의 존재감이 살아난 것이다. 기소가 몰고 온 트럼프 PR 효과는 대단했다. 며칠 사이 트럼프 재선 캠프에는 700만 달러의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나라는 둘로 갈라졌다. 지지진영은 “트럼프 아니면 죽음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며 결집했고, 반대진영은 “체포하라” “감옥에 가두라” “트럼프는 범죄보스”라며 결집했다. 트럼프에게 아쉬운 게 있다면 찬반 진영의 시위규모가 전 같지 않다는 것. 트럼프의 무게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나라를 둘로 가르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분노와 미움을 부채질하며, 그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대통령 직에까지 올랐었으니 그의 인생은 성공한 걸까. 하지만 사생활부터 기업운영까지 추문 무성한 그가 언제까지 기고만장할지는 의문이다. 섹스스캔들로 법정에 선 그를 우선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남편/아버지로서 그를 존경하고 있을까. 친구들은 그의 편을 들어줄까. 그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기는 한 걸까.

트럼프(76)보다 오래 살았고 40배 이상 더 부자인 워렌 버핏(92)은 인생을 보는 통찰력이 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릴만하다. 자타 공인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마이크로 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부가로도 유명하다. 

최근 AI 챗봇과의 인터뷰에서 게이츠는 “살아오면서 들은 최고의 조언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67세의 게이츠는 인생 대선배이자 30년 지기인 버핏의 조언을 꼽았다. “결국 중요한 건 친구들이 당신을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그리고 그 우정이 얼마나 강한가라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버핏은 한 대학 연설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면 인생이 성공적이었는지를 측정해볼 진짜 기준은 하나다. 당신이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실제로 당신을 사랑하느냐이다.” 노년에 은행구좌에 돈이 얼마가 있든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그는 말하곤 한다.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곁에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가 성공의 잣대라는 것이다. 트럼프와는 완전히 다른 삶의 자세, 시선의 방향이 다르다. 트럼프는 관심의 초점이 온통 자기 자신이라면 버핏이나 게이츠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함께 살기를 추구한다. 전자는 배척, 후자는 포용이다. 

남이야 어떠하든, 어떤 거짓말을 동원하든 내 이익만 챙기고 보자는 것이 요즘 흔한 병적추세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외적 성공만 쫓는 이런 삶의 한 모델이 트럼프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이용하고 누구든 버리는 삶이 그의 복잡한 사생활, 상습적 파산과 탈세로 점철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인종차별과 이민자차별로 저학력저소득 백인유권자들의 박탈감을 자극해 얻은 인기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백인주도 미국에 대한 백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언제까지 힘을 가질 것인가.   

기소된 트럼프를 보며 우리의 인생을 돌아본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지난달 풀턴서 성충 발견강력한 생태계 교란해충농작물 등에 심각한 위협 조지아 전역에 강력한 생태계 교란종인 흔히 중국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경계령이 내려졌다.조지아 농업부는 지난달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8일 별세, 30일 11시 추모식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을 역임한 김용건 박사(사진)가 지난 8일 애틀랜타 남부지역 존스보로 소재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1928년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리터러시 교육, 학생들 삶의 초석 다진다학생들의 읽기와 이해력 향상에 기여 조지아 교육부(GaDOE) 2023년부터 올해의 우수 리터러시 교육 학교에 귀넷 카운티 12곳 학교가 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