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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즐거운 나의 집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31 08:18:33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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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팬데믹 기간 동안 잠잠했던 모임이었는데 봄 햇살이 뿜어내는 화사한 빛결에 못 이긴듯 오랜만에 우리집 할배 대학 동창 모임이 봄 바람에 실려 회동길이 트였다. 호젓한 공원 파빌리온에 자리 잡으면서 누가 먼저였는지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봄노래가 허밍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약속이나 한 듯 노래 속으로 마음이 모아지고있었다.

연이어 ‘Home Sweet Home’ 이 4부 중창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 같은 가사를 한 두 분의 기억으로 1,2절을 무사히 완창을 하게 되었다. 울컥 감동이 밀려들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 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우는 내 집뿐 이오. 오~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 이리. / 고요한 밤 달 빛도 창 앞에 흐르면 내 푸른 꿈 길도 내 잊지 못하리. 저 맑은 바람아 가을이 어디뇨. 벌레 우는 곳에 아기별 눈 뜨네. 오~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 

노래가 끝나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말 없이 눈시울을 적시는 분들은 고래를 숙인 채이다. 잊고 있었던 집에 대한 감사가 감동으로 파고든다. 전율같은 봄 기운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배어 나오 듯 새삼스레 깨달아 알게 된 것 같은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음악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시는 분들이라 만나게 되면 음악으로 대화를 대신하며 즐기게 된다. 여느 모임과는 달리 자식 이야기며 세상 사는 푸념도 나눌 겨를이 없다. 세상살이 넋두리 사설은 언급할 여지가 없다는 듯 누군가 선창으로 신호탄을 터뜨리면 노래 부르기는 여한없이 이어진다. 가곡이며 세계 명곡, 찬양곡에 이르기까지 노래에 젖어있다 헤어지곤 한다. 동요가 등장하기도 하고 중후한 클래식이 포문을 열기도 한다. 음악에 묻혀 몰두하고 있노라면 살아내야 하는 고단함이 감사로 바뀌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여력을 재충전 받으면서 아쉬움을 안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된다. 모임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차에서 ‘Home Sweet Home‘을 우리집 할배랑 같이 부르면서 Home sweet Home에 도착했다. 마치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그네가 그리웠던 집을 찾는 것처럼. 집에 대한 비할 바 없는 소중한 값어치와 집이란 개념이 품고있는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견해와 추상적인 생각이나 관념적 인식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 비바람을 막으며 생계의 방도를 찾아 살아내기 위해 지은 건물에서 가정을 이루고 생활해가는 공간이라는 정의에 이르게 된다. 집은 외형적 건물로 물리적 개념이 먼저 떠오르지만 통상적인 우리 집은 ‘우리’라는 낱말에 얹혀지면서 건물 개념의 집보다 어딘가 흠씬 정이 느껴지는 정서적 친밀감이 응집된 훈훈한 가정 풍경이 떠오른다.

가족이 동거하는 사적인 공간으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면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집이 될 수 있음이다. 집이라 칭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환경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가정 형태를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초석 마련인 것이다. 아침에 집을 나와 저녁이면 하루를 끝내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기에 안정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삶의 터전이요 가족의 영토이다. 궁극적으로 주거공간이 삶의 일부로 밀착되어버린 것이 집이다.

가족이 형성되고 동거하는 과정에서 집이란 주거지보다 더 없이 필요불가결한 것은 없다.

편히 쉴 수 있는 집이면 지친 하루를 위로 받고 치유받으며 회복할 수 있는 안식의 처소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지고 포근하고 아늑한 보금자리 의미가 더 짙게 담겨있다. 

유년의 추억이 유족하게 머물러 있는 곳이라면 어떠한 가치로도 환산이 어려운 보배롭고 귀중한 영역이다. 추억은 가족이 한 공동체로 묶여지는 탄탄한 매듭이다. 향수가 누적된 플랫폼이 되어준 집은 초막이나 궁궐이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한 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번 집을 옮겼지만 어느 집도 설렘 없이 입주하지 않은 집이 없었고 어느 집을 떠날 때도 애틋한 지정이 없었던 집이 없었다. 집 마다에 고여있는 시절의 사연을 다시금 되돌리고 싶은 회상들이 열매로 맺혀 있어 삶의 요람이 되어왔다. 자녀들 성장 과정을 동영상으로 저장하고 있는 보배로운 가족 천연기념물이 보존된 곳이다.

은퇴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삶의 일부였던 공간이 차츰 삶의 중심축으로 선회하면서 집이 세상 전부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주거 공간이 생을 거두어들이게 될 마지막 공간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민 1세로 반세기를 바라보며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정서는 뒤로하고 이 땅에서 살아가야할 네 딸들의 ‘Home Sweet Home’을 위한 기도를 준비하고 있다. “믿음의 담력으로 불을 지핀 난로로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집이 되게 하옵시고. 온 집안을 화평의 꽃향으로 채우며 서로의 기도가 보호벽이 되어, 믿음의 기둥 위에 소망의 서까래를 치고 사랑의 지붕이 얹혀져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질서와 기도가 주거하는 하나님의 집이 되게 하옵소서” 즐거운 나의 집으로, 행복이 가득한 우리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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