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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우파는 교육을 원치 않는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01 11:24:16

폴 크루그먼,뉴욕시립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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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뉴욕시립대 교수)

 

차기 대권을 노리는 현직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는 ‘사회적 각성’에 반대하는 십자군 운동의 선봉장이다. 그런 그가 최근 고등교육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디샌티스의 저격 대상은 미국 대입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비영리 조직인 칼리지 보드다. 그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스터디’ AP(대학학점 선이수제) 과정과 관련해 칼리지보드와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플로리주의 AP 클래스 폐지를 시사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자칫 특정 교과과정, 혹은 교육기관을 향한 비난공세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우익의 비정상적인 적대감이라는 문맥 안에서 살펴보아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좌파성향 교수들이 학생들의 의식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들의 비난은 모두 거짓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우익 비평가들의 비난이 지나친 면이 있긴 하지만 미국이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분명 어디에선가 그들이 주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칼리지보드 관계자들과의 회동에서 플로리다 관리들은 새로운 AP과정이 ‘블랙 팬더 사상’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물었다. 어이없는 질문이다. 블랙 팬더는 론 디샌티스가 코흘리개였을 때 이미 활동을 접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 블랙 팬서는 알아도 블랙 팬더는 모른다.  

대학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주의 성향의 교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아탑이 반보수의 편견에 물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저 어떤 사람들이 교직에 많이 진출하느냐는 자기선택의 결과를 보여줄 뿐이다. 비슷한 예가 있다. 경관들은 공화당 편중이 심하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경찰직을 원하는지 보여줄 뿐 경찰조직 전체가 반보수 편견에 찌들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자, 그렇다면 고등교육에 대한 공격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 국민의 대다수는 대학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주의가 기세를 떨치면서 대학을 바라보는 공화당의 시각이 급속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절대다수는 대학 교수와 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진보적 정치 선전을 가르친다.”고 답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2015년까지만 해도 공화당 지지자들의 절대다수로부터 긍정적 영향력을 인정받았던 대학이 어쩌다 갑자기 좌익 사상교육의 중심지로 눈총을 받게 된 걸까? 지역 교육위원회가 운영하는 전국의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물론 아니다. 고등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고 있다는 등 MAGA 정치인들이 사실과 다른 괴담을 퍼뜨리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보태 우익 진영 또한 ‘진보주의 정치선전’의 정의를 크게 확대했다.  

누군가 나서 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지적할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다. 비판적 인종이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인종차별이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가르친다는 주장이다. 솔직히 이런 사실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사를 가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의 눈으로 볼 때, 불편한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진보주의 정치선전의 한 형태다.  

일단 이런 사고의 틀에 갇히면 좌파 사상교육이 역사와 사회과학 분야뿐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생물학 시간에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받아들이는 진화론을 설명하거나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진보주의 정치선전으로 간주된다. 물리학 강의에서 온실가스가 어떻게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지 설명하는 것 역시 그들에겐 진보주의 정치선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디샌티스가 표를 구하는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등교육 전반에 적대적이 된다. 

여담이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이 대체로 공화당을 응원하는 등 미국 정치는 교육수준을 기준삼아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는 종종 민주당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상으로 묘사된다. 왜 민주당은 근로계층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지 못하는가? 하지만 공화당에게도 유사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공화당은 감세로 혜택을 받는 교육받은 유권자들을 그들의 텐트 안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하지 않는가? 교육에 대한 공화당의 적대감이 이 질문에 대한 부분적 대답이 될 것이다. 

어쨌건 한 가지 슬픈 사실은 미국 경제가 교육수준이 높은 근로자들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점에 교육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지역자료를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도시 인구 가운데 대학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차지하는 구성비는 해당 도시가 누리는 현재의 번영과 미래의 성장을 보여주는 강력한 예측변수다.   

미국의 고등교육이 완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고등교육제도는 학사학위를 제공하는 4년제 대학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는 반면 도제식 직업교육 등 많은 사람에게 유용한 교육을 소홀히 한다. 하지만 이건 여기서 다룰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디샌티스와 같은 정치인들이 교육에 공격을 가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진보주의 정치선전을 가르치기 때문이 아니다. 공화당은 그들이 보전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무지를 유지하는데 실패할까 두려워 교육과 전쟁을 벌이려 한다.  

[폴 크루그먼 칼럼] 우파는 교육을 원치 않는다
[폴 크루그먼 칼럼] 우파는 교육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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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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