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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 이러다가는 다 죽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22 15:35:00

뉴스의 현장, 남상욱,LA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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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LA미주본사 경제부 차장)

“이러다가는 다 죽어.” 이제는 K드라마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오징어 게임’에서 노인 일남(오영수 분)이 외친 대사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두 번째 게임인 뽑기 게임이 끝난 뒤 숙소에서 덕수(허성태 분) 패거리가 주도하여 살육전이 벌어지면서 패닉 상태에 빠진다. 기훈(이정재 분)은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일행들을 찾아 서로 지켜주려고 하지만 노인 일남을 찾지 못한다. 기훈 일행과 덕수 일행이 대처하게 된 상황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노인 일남이 외치는 이 말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가는 다 죽어.”

노인 일남의 이 말은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큼 절박한 상황과 함께 그 상황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표현이다. 절박함과 간절함의 일남 대사가 꼭 들어맞는 상황, 아니 어쩌면 오징어 게임 속 치킨 게임과 같은 상황이 우리가 사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끊이질 않는 총기난사(mass shooting) 사건들이다.

올해 초부터 우리는 총기난사 사건을 연속적으로 접했다. 지난달 21일 몬트레이팍의 댄스 교습소에서 총기 난사범이 11명을 숨지게 했다. 23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프문베이의 농장 직원이 동료 7명을 죽인 총기난사 사고가 있었다. 28일 LA 인근 베벌리 크레스트에서 3명이 총에 맞아 죽고 4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총 38번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해에 비해 유독 빠른 상승 속도로 총기난사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이 단체가 총기난사 사건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죽거나 다친 피해자가 4명 이상인 경우로 정하고 있어 실제 총기에 의한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퀴니피액대학에서 총기폭력과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마크 가이어스 교수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점점 면역이 생긴 것 같다”며 “(총기 사건이)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총기난사 사고가 일상이 된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23일까지 총기 관련 사건으로 모두 2,720명이 숨졌다. 이는 자살(1,518명)이나 살인 및 과실치사, 정당방위 등으로 인한 사망(1,202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보면 더 참담하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 해 4만5,222명, 하루 평균 123.9명이 총기로 목숨을 잃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루 평균 123.9명을 전쟁 사망자와 비교해 보면 남북전쟁 전투 중 사망자 수와 비슷하고 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는 지적이다. 수치로만 보면 미국은 현재 내전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보유한 총기는 모두 3억9,330만여 정으로 주민 100명당 120.5정이라는 스위스 무기 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의 조사 결과는 사람보다 총이 많은 미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총기 관련 제도를 고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100여건의 총기 규제 관련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과거 합법으로 구입한 총기 소지 권리를 박탈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니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의회 권력의 판이한 정책 처방에 사회 근저에 깊숙이 깔려 있는 총기 문화가 더해져 해결책이 요원한 상황이다. 총기 규제와 관련 찬반 의견으로 갈려 서로 치고 받는 말만 있을 뿐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은 없다. 그러는 사이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어쩌면 꼭 누려야 할 기쁨과 즐거움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총기 난사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친숙하다 보니 총기난사 사고는 이제 일상이 되어 무감각하게 다가온다. 두려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총기난사 사고의 일상성 말이다. 마치 남의 일처럼, 그저 운이 없어서 벌어지는 그 총기난사 사고의 희생자는 내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가능성이 그 일상성 뒤에 숨에 있다. 어쩌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미국 안에서 벌어지는 총기난사 사고의 일상성일지도 모른다. 

[뉴스의 현장] 이러다가는 다 죽어
남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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