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조윤성의 하프타임] 사라진 소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07 12:21:04

조윤성,하프타임,칼럼,미주본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다변가이다. 달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을 많이 한다. 지난 대선 과정 초반에 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한 전직 언론인은 윤 대통령을 묘사하며 “1시간이면 혼자 59분을 얘기한다”고 밝힌바 있다. 1시간 중 59분은 조금 과장이 섞였겠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를 잘 기울이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 선배뻘 되는 인사들이 뭔가 조언을 할라치면 “누구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역정을 내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대통령이 돼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을 많이 하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은 재난 참사현장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수해참사 현장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전날 자신의 퇴근길 풍경을 떠벌리기에 바빴던 대통령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은 절망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회의석상에서 경찰을 쥐 잡듯이 몰아세우며 그가 한 발언을 정리해 보면 무려 1만자가 넘는다. 그러니 장관들이나 참모들이 과연 이런 대통령 앞에서 얼마나 자신들의 소신이나 생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고집을 부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윤 대통령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도어스테핑이란 생소한 형식의 약식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대통령실 이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기자들이 대통령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만 했다.

하지만 이런 파격은 지속되지 못했다. 몇 달도 채우지 못한 채 도어스테핑은 중단됐다.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정제되지 못한 발언들을 자주 함으로써 그의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들은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패싱하는 선택적 태도로 도어스테핑의 취지를 스스로 퇴색시켰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마주하는 게 부담되고 불편했는지 결국 도어스테핑은 61회 만에 사라졌다. 언론과의 대면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일방향 소통’이었다. 일방향 소통은 불통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의 일방향 소통은 신년사 발표로 극치에 달했다. 그는 대통령실 참모들만 배석한 가운데 9분20초 동안 원고를 읽은 후 내려갔다. 언론의 질문도, 지켜보는 기자들도 없었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서 대통령실은 “더 깊이 있게 더 밀도 있게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채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이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대통령의 불통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정치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정치인이 아무리 고결한 이상과 국민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말을 통해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그것을 이해할 길은 없다. 정치인들, 특히 국가지도자들에게 기자회견은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된다.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언론들의 질문을 통해 제기되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10명을 취재해 백악관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헬렌 토마스(2013년 작고)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추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대통령에게 일문일답을 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소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생회의니 국정과제 점검회의니 하는 내부 회의들을 비싼 TV 전파를 낭비해가며 생중계로 내보내도록 한 것을 보니 ‘소통’이 아닌 ‘쇼통’만으로도 지지율을 충분히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도어스테핑의 문을 닫아 버린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묻고 싶어하는 질문들과 마주할 자신감도, 또 그럴 생각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이런 대면을 차단해 주는 ‘버블’ 안에 들어가 있는 지금 아주 편안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국민들과 언론들 앞에 서는 것이 법률적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질문들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현안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소통의 실종이 길어질수록 대통령의 의식세계가 현실로부터 더 동떨어질 것이라 우려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지도자라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거친 질문들에 맞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을만한 결기와 당당함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말은 정말 많이 하면서도 정작 소통의 언어는 회피하는 윤 대통령에게서는 이것을 찾아 볼 수 없다.

[조윤성의 하프타임] 사라진 소통
조윤성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지난달 풀턴서 성충 발견강력한 생태계 교란해충농작물 등에 심각한 위협 조지아 전역에 강력한 생태계 교란종인 흔히 중국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경계령이 내려졌다.조지아 농업부는 지난달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8일 별세, 30일 11시 추모식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을 역임한 김용건 박사(사진)가 지난 8일 애틀랜타 남부지역 존스보로 소재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1928년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리터러시 교육, 학생들 삶의 초석 다진다학생들의 읽기와 이해력 향상에 기여 조지아 교육부(GaDOE) 2023년부터 올해의 우수 리터러시 교육 학교에 귀넷 카운티 12곳 학교가 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