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행복한 아침] 이인 삼각 경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1-13 08:08:36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늘그막 우리 노부부는 이인 삼각 경주를 하고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가져다 준 행운이다. 허리와 무릎 통증에다 좌골 신경통까지 겹쳐 워커에 의지해서 걸어야만 겨우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던 노구를 우리집 할배가 부축해주기 시작하면서 남사스러운 손잡기도 이젠 필요불가분 부축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인 삼각 경주가 시작되었다

시대 흐름까지 도와주는 것 같다. 눈여겨 일삼아 쳐다보는 사람이 없는 시대가 얼마나 고마운지. 서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만나 낯설음에서 익숙함에 이르는 동안 유난한 시도나 사랑 놀음을 한 것도 아닌데 어느 결에 닮아가고 있었다. 그 긴 세월이 한 순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추동력이나 풋풋한 젊음, 불굴의 투지는 자취가 없어졌지만, 우리집 할배 특유의 유머와 강직한 부드러움, 거기에 노년의 중후함이 함께하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가끔씩은 노년의 빈 공간이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무가치하고 무의미해지는, 헛되고 보잘것없는 하찮고 구차한 존재감이 불러들인 허전 함에 쓸쓸하기 그지없는 허무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럴 땐 ‘시계보고 부채질을 하세요’ 호기롭게 웃어버리자고 한다. 노년으로 접어들었음이 영락없다.

서로의 만남이란 함께하는 동안 같은 속도로 같은 풍경을 읽어가는 것이었다. 주변이 필요로 하는 것에 보폭을 맞추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필요에 의한 보폭을 맞춰가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었다. 함께 백발에 이르고 보니 둘이면서도 하나였다. 반쪽이 되면 미완성 인생이 되고 만다. 곁에 있음에도 잠시 눈에 띄이지 않으면 걱정이 모래바람처럼 일기 시작한다. 젊은 날의 찬란했던 꿈 속으로 데려다 준다 해도 다시는 되돌아서고 싶지 않다. 겹겹이 줄어들지 않는 기억들은 추억이란 선반 위에 고이 놓아두기로 했다. 살아온 노하우가 경쟁의 유력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요, 정보 전수가 되어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을 요령 삼을 수도 있겠지만 더는 욕심 없는 지금이 편안해서 사뭇 좋다. 

내외의 정은 나이 깊어 갈수록 더욱 두터워 져서 늘그막 정이 제일이라 했나 보다. 세상 순리는 각자도생이다. 만물도 주기율이 저마다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리듬인 것이다. 오랜 여정을 수행하려면 알맞은 편안한 속도가 제격이다. 기차도 간이역이 있고 고속도로도 휴게소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처럼 유난하게 달리지도 말 것이며 지나친 느슨한 템포도 멀리하며 남은 날들을 고유의 리듬으로 나란히 함께하는 동행이라면 더 바랄게 무얼까 싶다. 함께 호흡을 고르며 보폭을 조율해가며 처연하게 거닐 듯 걸어가려 한다.

해변가에서의 첫 만남은 반세기를 훌쩍 넘겼지만 또렷한 영상으로 남겨져 있음이 신기하다. 짙은 해무가 나란히 앉은 옆 사람도 보이지 않을 만큼 이었는데 한사코 손 끝이라도 닿을까 운무에 잠겨있었다. 운무가 도와준다 한들 어찌 하리요였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얼레리골레리 손을 잡고 걷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다 배웅하느라 함께 걷다가 되돌아 가는 길을 다시 또 함께 걸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핑계로 가족이 되어 버렸다. 마치 누군가가 시간을 훔쳐갔을까 싶을 만치 유수같은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엄마 아빠를 골고루 닮은 딸 넷을 얻어 오손도손 깨소금 놀이하다 민들레 홀씨가 되어 태평양 먼 바다를 건너왔다.

맏이부터 듬직한 제짝을 따라 하나 둘 떠나가고 빈 둥지가 되어 동그마니 둘만 남게 되었다. 지루할 때도 있었던 그 긴 세월이 찰나에 지나간 것 마냥 백발의 두 노인으로 남겨졌다. 넘어질 듯 더딘 할멈 손을 꼭 잡고 이인 삼각 경주를 이어가고 있다. 성경 잠언서 말씀에 ‘ 백발은 영광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 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며 사랑하는 딸들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기에 얻어진 면류관으로 받아들인다. 나이든다는 것은 쇠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명징하게 위로가 되어준다. 이제 천상 노인이구나 싶다. 함께 기력이 쇠해지고, 보폭이 줄어들어도 느린 걸음으로 이인 삼각 경주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서로를 안타깝게 여기는 연민은 동정심 유발을 부추기지만 어쩔 수 없이 애잔함이 번지는 본능을 어이 하랴. 해 저무는 해변에서 수평선이 노을에 물들어가듯, 그렇게 노을처럼 아늑하게 고요히 사위듯 저물어 가고 싶다. 이인 삼각으로 묶인 줄을 추스르며 저만치 보이는 결승점까지 넘어지지 않으며 당도할 수 있기를 기도드리며 할배랑 나란히 새롭듯 한 발을 내딛어 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삶과 생각] 영, 호남 화합의 꽃
[삶과 생각] 영, 호남 화합의 꽃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전라남도에 있는 대나무 정원 담양에 영·호남 AKUS 회원들이 모여 지난해 영·호남 화합의 꽃을 심은 것을 더욱 열심히 가꾸고 뿌리기

우버, 차량공유와 배달 이어 호텔 예약 진출
우버, 차량공유와 배달 이어 호텔 예약 진출

우버가 익스피디아 그룹과 손잡고 전 세계 70만 개 이상의 호텔 예약 서비스를 앱에 도입했다. 연말에는 숙박 공유 플랫폼 브이알비오의 임대 주택 서비스도 추가될 예정이다. 우버는 이를 통해 모든 일상을 하나의 앱으로 해결하는 '슈퍼 앱'을 지향한다. 또한 맛집 추천 및 식당 예약 기능인 '트래블 모드'를 강화하고, 애틀랜타를 포함한 주요 도시의 우버 블랙 차량에서 간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조지아 예비경선 조기투표, 민주당 투표자 더 많아
조지아 예비경선 조기투표, 민주당 투표자 더 많아

민주당 투표자 9천명 앞서 조지아주 조기 투표 시작 단 이틀 만에 민주당 지지층이 공화당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지아주 국무장관실 선거 데이터 허브에 따르면, 현재

벌써 1억달러 ‘훌쩍’…주지사 선거 ‘광고전쟁’
벌써 1억달러 ‘훌쩍’…주지사 선거 ‘광고전쟁’

공화당 경선 후보들 주도잭슨 5,600만달러 선두 민주 후보는 저비용 전략 조지아 주지사 선거가 광고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이미 1억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저소득 아동 물리∙심리 치료 받기 어려워진다
저소득 아동 물리∙심리 치료 받기 어려워진다

주메디케이드 업체 지급비 삭감치료기관 폐업 ∙이탈 확산 우려 지아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물리 및 심리 치료 서비스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지아 메디케이드

“조지아 산불은 의도적”…음모론 확산
“조지아 산불은 의도적”…음모론 확산

“데이터센터 건립 위한 술책”주지사 “직접 와서 봐라”일축 조지아 남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음모론이 확산되자 주지사가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WSB-T

ARCO, 세원아메리카 사바나 공장 확장공사 마무리
ARCO, 세원아메리카 사바나 공장 확장공사 마무리

생산공장 확장 조기 완공해미 진출 제조 기업에 시사점 ARCO 디자인/빌드(이하 ARCO)는 세원아메리카 에핑햄카운티 린콘시(이하 S.A.R.E.)의 약 2,800평 규모 생산시설

귀넷 카운티, 1단계 가뭄 대응 체제 돌입
귀넷 카운티, 1단계 가뭄 대응 체제 돌입

조경 급수 오전 10시-오후 4시 피해야 지난 27일 조지아주 환경보호국(EPD)의 주 전역 가뭄 선포에 따라 귀넷 카운티가 1단계 가뭄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주민과 기업은 증발로

기내서 전화 통화 승객,  강제로 쫓겨나
기내서 전화 통화 승객, 강제로 쫓겨나

애틀랜타행 델타항공편서  항공기 기내에서 승무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멈추지 않은 승객이 결국 강제로 비행기에서 쫓겨 났다.사건은 27일 마이애미 공항에서 애틀랜타로

귀넷도 조기투표 열기…이틀만에 3천여명
귀넷도 조기투표 열기…이틀만에 3천여명

로렌스빌 편입 주민투표도 올해 예비선거 조기투표 첫날 투표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귀넷 카운티에서도 이틀만에 3,000여명의 유권자가 조기투표에 참여했다.귀넷 카운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