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행복한 아침] 버킷 리스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12-16 08:10:07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묵은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길목에서 문득 여러 해 전에 써 두었던 버킷 리스트가 떠올랐다. 은퇴를 기다리며 기록해 두었던 리스트를 열어본다. 미 대륙 횡단은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다. 

구비구비 만나지는 풍광이며 색다른 감성 유추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까지. 거대한 ‘대륙횡단’이란 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안내 책자와 전문 서적들을 탐독하고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할 무렵, 뜬금없는 팬데믹 출몰로 언제 쯤엔 떠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맡기기로 하고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것 만으로 만족 하기로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매일 다른 곳을 찾아다니며 구상해 놓은 낯선 행선지를 따라 날마다 다른 곳을 찾아나서는 일들을 감당할 수 있으려나,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체력도 의욕도 뒷걸음질 치게 되자, 기차를 타고 대륙 횡단을 해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 리스트가 수정되기 시작했다. 

묘한 대안이 한 몫 끼어들었다. 한국 방문을 기화로 방방곡곡 두루두루 여행을 하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주변  동남아 여행도 곁들이면 어떠하리 갈수록 가관이 진행된다. 벌써 세 번째 수정 작업 수순을 밟게 된다. 

은퇴와 더불어 동남아 태국 선교 계획이 먼저였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비포장 도로를 따라 한나절을 가야 닿을 수 있는 산골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는 사역이 우선 순위였었는데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는 선교 기관 통보를 받게 되면서 좌절을 겪게 되었다. 선교 현장에서는 체력이 먼저였다는 깨달음이 지금껏 자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가 부추긴 것도 아닌데 스스로 빈틈없이 살아내야 한다는 명제에 뒤쫓김 당하듯 살아온 흔적보다 여백으로 남겨질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그 동안 꿈꾸어 왔던 것, 꼭 하고 싶었던 목록을 기록해 보곤 했었다. 여하한 설명도, 이해도 필요치 않은 살아본 인생이기에 그 본질에서 진액을 추출해 내는 작업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여백이란 다 써버리고 남은 자투리가 아니라 다 내려놓고, 비워낸 담백하고 깨끗한 힘이 있다. 세상을 읽어내는 새로운 고안과 대안을 구사하는 가능성을 자각하게 해준다. 초감각적 예견을 눈뜨임하게 해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려내지 못했던 새로운 화폭 구상을 구현해내기도 한다. 애타게 보고팠던 것들, 만나보고 들어보고 만져보며 지치도록 여백을 채워보고 싶은 꿈이 애드벌룬 마냥 두둥실이다.

버킷 리스트 작성에 몰두하다 보면 막상 여행을 떠날 때 보다 이것 저것 준비하고 찾아보고 계획하는 재미가 더 값진 것 마냥 리스트를 작성하는 재미 또한 흐뭇하고 흡족하다. 산다는 일이, 남은 날이 더 짧은 여백을 그려내는 일이 버겁다고 느껴지면서 작성을 끝낸 리스트를 살펴보며 지우기도 하고 다듬어내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아직 삶의 여백에 대한 잠재된 열망이 남아 있었나 보다 싶다. 아직은 남은 날들이 기다려줄 것이라는 느긋함으로 미루어 놓았던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두었던 것인데 두어 차례 수정을 그치는 동안 남은 날들이 어느 덧 줄어들기도 했거니와 문득 적어놓은 것들을 빠짐없이 이루고 나면 행복이 부피가 어느 만큼 부풀어 오를까 싶기도 하다.

버킷 리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행복해 하는 모습이 자화상으로 고정되어질까. 리스트 진행이 멈추는 날이 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정리 요약되고 인생이 정리되는 직감 같은 종잡을 수 없는 막연한 회의가 반응할 것 같다. 리스트 작성이 시작될 무렵엔 남은 여정 길이에는 염두도 없었는데 리스트가 수정될 때마다 활기찼던 꿈들이 퇴색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리스트 최종 수정본에는 인생 끝자락에서 떠오르는 난해한 질문들만 옹기종기 정답게 모여 있음을 보게 될 것 같다.

세월에 실려 흘러간 과거는 더 이상 지금이 아니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서 마주 하고 있는 것은 언제나 현재이다. 과거도 미래도 기억과 희망의 구실일 뿐 소임이나 역할은 없었던 것 같다. 남은 여정을, 남은 날들을 구상하는 작업을 공간적인 것이라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일은 겸허한 몸 가짐의 비롯이다. 해서 지금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소중함에 주목할 때임을 분별하면서 갸륵하고 아름다운 늙음의 진가를 새롭듯 다듬어 가자고 스스로를 부추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마지막이나 파행이 아닌 순환이기에 소망으로 미래를 불러들이려 한다. 남겨진 낡은 추억들을 비워내며 빈 마음에 푸른 겨울 하늘에 가득한 푸름의 맥을 소복소복 채워가며 최종 수정본 버킷 리스트로 삼기로 했다. 리스트를 작성하며 꿈꾸는 동안의 행복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라서.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취업허가 갱신 접수증, 계속 일해도 된다는 보증서는 아니다

케빈 김 법무사 “만료 전에 갱신했으니 계속 일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취업허가증을 갱신하는 이민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신청서를 제때 제출했고 접수증까지 받았다면 자신의 의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의료·법률 전문가와 현직 경찰 수사관 참여청소년 약물 문제▪법적 책임, 현장경험 공유11월 7일 오후 2시, 둘루스 그레이홀 개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애틀랜타 지회(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29일 오후 2022년 투표 기록 넘어서30일까지 사전투표자 270만명 이상 조지아주가 사전 현장 투표 기간을 하루 남겨둔 상황에서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사전 현장 투표 기록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밝은 의상 착용, 손전등 등 광원 지참 꼬마 악마, 마녀, 좀비, 뱀파이어 분장을 한 아이들이 토요일 밤 귀넷 카운티 주택가를 누빌 예정인 가운데, 카운티 경찰이 학부모들에게 아이

[행복한 아침] 오른 손, 왼 손의 도움닫기

김 정자(시인 수필가)    도마질에 심하게 열중한 것도 아닌데 손가락에 아주 가볍게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얼른 지혈을 하고 반창고를 바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나머지 조리과정까지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조지아 대법원 상고 기각 조지아주 대법원이 애팔래치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콜트 그레이의 새로운 형량 선고를 위한 상고를 기각했다.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레이가 요청한 새로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취소율 1.24%, 심각한 지연 1.25% 애틀랜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사 결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항 중 하나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컨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귀넷 법원 제한적 허용 귀넷 카운티 법원이 16개월 된 아들의 차량 안 방치 사망과 관련해 2급 살인 및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데자 콜먼에게 거주 단지 내에서 할로윈을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수익금 연말 파티서 기부 예정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GAKARA·회장 레이첼 김)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스와니 베어스베스트 골프장에서 제5회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

치솟던 조지아 차보험료 잇따라 인하
치솟던 조지아 차보험료 잇따라 인하

41개 보험사…최대10.1% 인하 360만건 영향…5억불 절감효과 지난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던 조지아 자동차 보험료가 올해 들어 대거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WSB-TV가 주정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