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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겨울 나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2-07 09:38:12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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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빈손 이었지 영원의 끝 자락에서

먼 끝을 만지고 있었지

 

까만 밤 

무섭도록 불어닥친 

그  바람소리 

그  바람소리

 

생살 찢는  그 겨울 바람

영혼의 소리

죽음을 통해  생명의 소리 듣는가

 

타는 목숨 

하늘 향한  그 난폭한 비움

생명의 흔적 나이테를 감고

 

인연의 끝 자락에 서서

곱게  무너지는 가슴 

세상 끝자락에  

홀로 내동댕이 쳐진 

영혼의 배신   

뼈속까지  까만 멍

 

슬픔과 절망

홀로움 고독 나이테

 그 생명의 흔적

 겨울 나무 나이테

 

그 해,  내 인생 너무 힘든  날들이 찾아왔다. 오랜 병마와 씨름하던 남편을 보내고 사막같은 어둠에 홀로 내팽개쳐졌다.

어떻게 살아갈까, 내 생애 과연 무엇이 남아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 홀로움의 아픔을 맞이해야 하는  인생 길  앞이 보이질 않았다.

나는 이제야 영원의 끝자락을 만지려 하는가. 더 힘든 것은  나 자신이  삶이라는 이 현실을 더 이상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내 가슴 깊숙히 죽음이라는  어둠이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더 이상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빈 껍데기 삶이 아닌 죽음, 절망을 넘어  인간의 삶, 자체가  싫었다.

그것은 떠나보낸  남편에 대한  그리움 만은  아니었다. 삶 그 자체가 마비된 것이다.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는 절망감, 지구 별에 나 홀로 내동댕이 쳐진 것 같은 허무와  공포 속에서 내겐 더 이상 삶에 대한 존재의 의미가 없었다. 밤하늘의 별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솔들과 마주하며 마음을 주고 받았다. 자연의 숲에 서면 사람을 만남보다  깊은 마음을  서로 주고 받으며  숨길이 트였다.

물질 문명에 눈이 먼 허깨비만 왔다갔다하는 세상보다 내 영혼을 어루만지는 것은  아픔을  보듬고  홀로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이었다.

그 어디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는가… 온 우주의 별들이 생명의 에너지라면  그 빛으로 이 사망의 어둠에 선  나 또한 구원의 빛을  받고 살 수는 없을까…

하늘을 향해 어두운 밤 소리쳤다. 나를 구해줄 한줄기 빛이 온 우주 어느 별에는 없는가?

한 그루 겨울 나무도  그 아픔을 견디어 내는데/ 넌 왜 홀로  서성이는가/ 까닭 없이 눈 비벼 울고/ 들녘의 바람에도 너는 허공만 헤매이는가/ 풀벌레 숲을 흔들고/ 휘 바람 새 한 마리/ 홀로 빈 하늘을  난다. 바람이 흔들고 간 빈 뜰 /꽃들은 봄을 즐기는데 / 넌 이제 무엇을 찾아  봄을 즐기려는가. 시인 이정기는  노래한다.

‘내일을 여는 춤’ 공연에서 주제는  이 행성에서 ‘진짜 뉴스는 사랑이다’의 사랑의 존재는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해 가는가…

온 우주의  존재 이유는  사랑이었다. 우린 수많은 가짜 뉴스에 속아서 살아간다. 이 지구 별에 던져진 나는 누구인가. 나 또한 우주의 한 부분이며 빛나는 은하수 별 중 하나 아닐까.

순간적 깨달음 속에 ‘영혼의 밝은 빛’ 이 내게 기적처럼 스며들었다. 죽음을 통해 만난 ‘부활의 빛’이었다. 어떻게 그 ‘마음의 빛’이 그 절망 속에 내게 찾아온 것일까.

이 봄 내게 찾아온 놀라운 변화였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모두는 끝없는 그리움에 젖어 / 단 한번 마셔/ 목 마르지 않는 우물/하늘을 마시고 / 이 봄  사랑을 노래하자/  일어나라, 일어나라/ 동녘엔 봄이 멀지 않으니… 

너무 아팠다.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전나무는 잎이 더 푸르르다”(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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