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보석줍기] 호반의 마을 내 고향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1-15 17:20:25

보석줍기,오윤숙,호반의 마을 내 고향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앞에는 소양강 호수가 반짝이고 뒤로는 녹음 짙은 산속에 뻐꾸기 울어대며, 밤에는 달빛에 비추인 강물이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추는 호반의 마을, 강원도 서면이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고향이다. 과수원 울타리엔 복숭아, 살구, 자두 꽃들이 피고 지고, 오디는 까맣게 익어가며, 배꽃은 수줍은 듯 발그스레한 얼굴로 봄바람을 몰고 온다. 우리집 돌담 사이로 자두나무 꽃이 피어 오르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것을 보려 목을 빼고 한참 동안 높은 나무 위를 쳐다보기도 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날에는 과일밭 여기저기 원두막을 지어 오르락 내리락 수박과 참외를 지키다가, 점심 때가 되면 강물을 떠다 열무김치와 오이채를 넣고 고추장 풀어 냉국으로 먹기도 한다. 그 맛이란! 지금도 침이 고인다. 녹음이 짙어갈 무렵 배는 누렇게 익어가고, 원두막에 모기장 치고 밤새도록 서리꾼 지킨다고 사촌들과 떠들며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를 벗 삼기도 했는데, 가끔 귀도 어둡고 힘도 없는 증조 할아버지가 서리꾼을 지킨다고 밤새 원두막에 올라와계시곤 했던 모습을 떠오르니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동이 트면 나무에 붙어있던 매미가 울어대니 가을이 오는 소리다. 매미 소리를 따라가 잡으려 하면 이 나무 저 나무로 휙 휙 날아가버리고, 고추잠자리는 내 주위를 맴돌며 앉았다 날아갔다하며 슬며시 나를 놀린다. 밤에는 개똥벌레 반짝이는 빛에 놀라 머리끝이 쭈빗해지기도 한다. 

이 무렵이면 배도 끝물이 되고 할머니는 넉넉한 마음으로 배를 바구니 가득 채워 윗 마을, 아랫 마을 집집마다 나눠주라 심부름 시킨다. 뉘엿뉘엿 저녁 노을이 짙어가면 강변에 보라색 들국화 향기가 뿜어나고, 갖가지 풀 내음과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의 정서를 깊어가게 한다. 학교 다녀오는 길, 가을 들판에 펼쳐진 파란 배추와 목을 길게 뺀 무가 겨울 김장을 재촉하듯 반쯤 올라와있다. 굵은 무 하나 툭 뽑아 흙 툭툭 털고 손톱으로 껍질긁어 까 먹으면서 친구들과 재잘재잘 떠들며 걷다보면 집으로 오는 먼 길이 지루하지 않다. 단풍 입은 가을이 옷을 벗고 찬바람 부는 겨울에 눈은 펑펑 쏟아지고 장독 위에 소복이 내려 흰옷 입은 눈이 엄마의 손을 기다린다. 엄마는 손으로 차가운 눈을 쓸어내려 된장을 퍼다 시래기국을 구수하게 끓여준다. 그 엄마의 손맛이 그립다. 추운 겨울 방 안에선 화롯불을 태우고 그 위에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둔 고구마며 밤을 꺼내어 구워 먹는다. 불꽃에 타닥거리며 입을 벌리는 밤을 집으니 이미 얌체같은 밤벌레가 홀랑 먹어버려 약올라하던 기억이 새롭다.  일흔의 나이테를 바라보는 지금, 풍경화처럼 지나가는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이 새록새록 정겹고 그립다.

 

[보석줍기] 호반의 마을 내 고향
오윤숙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현대차 북미법인, 브레이브스와 파트너십 연장
현대차 북미법인, 브레이브스와 파트너십 연장

트루이스트 파크 광고 및 일요 중계 후원소아암 환아 지원 등 지역사회 연계 강화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파트너십을 2029년 시즌까지 연장했다. 2014년 첫

이번 주말 전통의 둘루스 가을축제
이번 주말 전통의 둘루스 가을축제

26~27일 둘루스 다운타운서 메트로 애틀랜타의 대표적 지역 축제인 제 43회 둘루스 가을축제가 주말인 26일과 27일 둘루스 다운타운에서 열린다.올해 축제는 26일 오전 9시부터

40년 역사 유명 미용학교 돌연 폐교…학생들 당혹
40년 역사 유명 미용학교 돌연 폐교…학생들 당혹

조지아 커리어 인스티튜트재정기준 미충족 인증 취소학생들 “우리 돈은 어디에” 40년 역사를 지닌 메트로 애틀랜타의 유명 미용학교가 돌연 폐교했다. 특히 학교 측은 폐교를 앞두고도

애틀랜타 세입자 4가구 중 1가구  퇴거소송
애틀랜타 세입자 4가구 중 1가구 퇴거소송

애틀랜타 퇴거소송 전국 최고 전체 소송 중 69% 흑인가구  메트로 애틀랜타의 임차주택을 상대로 한 퇴거소송 비율이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한 아침] 가을 달 빛이 가장 좋은 밤

김 정자(시인 수필가)   바람결도 싱그러운 가을 밤이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고국, 고향으로 마음이 달려간다. 명절 속에 잠재워져 있었던 일가친척, 이웃, 동무들

〈한인마트정보〉햅쌀∙햇과일…한인마트 먹거리서 느끼는 가을!
〈한인마트정보〉햅쌀∙햇과일…한인마트 먹거리서 느끼는 가을!

메가마트해산물코너에서는(금/토/일한정) 완도 산적용 전복(중) ea 19.99,(금/토/일한정) 자숙문어 lb 19.99,(금/토/일한정) 고창풍천장어 2ea 39.99,(금/토/

판다 두 마리 또 애틀랜타 온다
판다 두 마리 또 애틀랜타 온다

'핑핑·푸솽' 애틀랜타 동물원으로…미 판다 4마리서 6마리로향후 5년간 미국청년 10만명 중국초청 발표…"미중 협력하면 서로 이익"  워싱턴DC 국립동물원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5)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5)

SSI 생계보조금 50년 만의 대수술 예고: 자산 한도 1만 달러 상향과 은퇴계좌 5만 달러 면제사회보장국 수리통계국 공식 추산: 3,160억 달러 투입과 수급 자격 대폭 완화 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프라노 김현정 독창회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프라노 김현정 독창회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Duluth 120 Hway Rd 선상의 미국인 “제일 침례교회”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4시에 소프라노 김현정의 독창회가 있었다. “노래는 본래

[신앙칼럼] 가을이 들려주는 소리: 창조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Listen to the Waves of Creation! (로마서 Romans 11:36) 시인 윤동주는 시 <바다>에서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