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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치지 않는 편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08 11:46:42

수필, 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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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무덤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시인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를 읽다가  묻어둔 세월속에 나의 사연이 떠올라 가슴이 무너진다. 잊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가끔은 지나온 나의 삶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나 혼자 실컷 울고  싶은 날이 많았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의 광주 학살 사건은 ‘산을 입에 물고 나는  작은 새여--’ 돌아 갈수 없는  내 사랑 내 조국을 떠나  지금까지 ‘부치지 않는 편지’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1980년 그날 밤  광주 학살 사건, 죽은 시신을 개 끌고 가듯 손을 묶어 끌고 다닌 광주 학살의 현장을 목격하고 난 무릎을 꿇고 한없이 울었다. 나의 광주여고 1학년 시절 4.19를 맞아 학교 교정 변소에 숨어 한밤을 보냈던  나의 피가 끓는 광주, 그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고 과연 저곳이  나의 조국인가-- 무섭고도 잔인한 독재의 군부가 죄없는 학생을, 시민을 무차별 사살하고 버려진 시체를 가마니로 덥고  죽어간 학생들, 시민들 그것은 나의 죽음이기도 했다. 죽은 자식을 안고,  깊은 울음을 울 수도 없는 무서운 전두환 정권. 군부에 끌려가면  밤새 고문을 받고 병신이 되어 돌아오거나 죽은 시신으로 버려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눈물의 새는 작은 부리로 산을 물고 한의 죽음을 맞이했다. 차마 아들 유해를 가루로 뿌리며 “애야 잘가거라, 아버지는 할 말이 없다”  그 비통한  아버지의 목소리,  그 한맺힌  목소리를 지금 살아서 듣고 있는가--- 지금도 홀로   살아 남아 무엇을 참회하며 백담사를 찾았는지  모르지만 -- 맑은 산의 정기 마저 흐려놓고 말았을  잔인한  사람들--- 지금도 본질적인 잔인무도한 인간성 그 마음은  달라질 리 없다 .

그 시절 외교관으로  근무 전 남편은 사표를 고국에 보내고 산도 설고 물도 다른  미국의  남녘 땅  아틀란타에 숨어 살게 되었다. 그 시절엔 외교관이 현지에 숨어 살면 정보부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10여 년을 고국에는 ‘부치지 않는 편지’ 나 혼자 만의  설움이 얼마나 많았던가 --

작은 입으로 ‘산을 입에 물고 사는 새여!’  10여 년을 고국에는  편지 한 장 보낼 수 없어 , 나의 어머니는 ‘우리 딸은 어디서 죽었나 보다’ 눈물의 한의 세월을 사셨다.

흑인 시장에서 17년을 작은 간이 식당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갔고 남편은 고학으로 고등고시를  합격하여 조국을 위해 몸바쳐 일하려던  그의 꿈도 사라지고 흑인 시장에서 수많은 접시를 닦아야했다. ‘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달릴수 있나’ 그의 생애 물음표를  남기고 몇 년 전 생을 달리하고 말았다.

내 생의 한많은 울음을 실컷 울 수있는 방 하나, 하이웨이 78번  목화가 만발한 빈 뜰에서 ‘부치지 않는  편지’를  두고 온 내사랑, 내 조국에 어느날  바람처럼 사라진 잊혀진 옛 친구의 쓰다 만 편지를 바람속에 띄운다.

텅 빈  들녘

아무도 없다

아무도 듣는 이도 없다

울어라!

소리쳐 울어라!

영혼 깊숙이 숨기어둔

그 울음을 울어라

하늘과 땅은 한 마음 되어 흐르고

어느 날 한 줌의 흙이 되어

천 년의  바람 되어

온 우주의 혼을 보듬고

어느 날 한 줌의 흙이 되리니

하늘 흐르는 구름 한 조각

겸허히 섬기는 마음 하나

쓰다 만 편지를 바람에 띄운다

나를  품어 다오

내 사랑, 내 조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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