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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부끄러움의 진면목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8-27 14:03:26

행복한 아침, 김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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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대담하지도 못했고 지나친 소심함에다 부끄러움과 수줍음으로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었다. 낯선 곳, 처음 접하는 환경과 마주하게되면 무조건 눈물부터 났던 유년의 기억이 새롭다. 울음으로 상황을 극복해보려는 의도였는지 본능적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부끄러움에서 기인된 것인지는 모호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다든지 낯선 환경을 즐겨보려는 심사는 분명 아니었던 것 같다. 쑥스러움과 두려움이 많았던 내향성을 지닌 아이로 부끄러움과 수줍음 강도가 남달랐다. 성향이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서 나이든 지금에서도 변죽을 울린다거나 에둘러 선뜻 나서지 못하고 가운데 자리는 늘상 피해오고 있다. 여럿이 여담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주로 듣는 쪽을 택하는 것도 극히 겸손해서가 아니라 내향적 성격 탓이려니 해둔다. 불안과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내왔던 터라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현실과의 직면이 언제나 위협적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내향적 성향으로 사회생활을 힘들어하고 있어서인지 심리학이나 정신과 분야에서 수줍음이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을 주제로 삼는 학자들이 많다고 한다. 내향성과 외향성이 적절하게 조화된 수준이면 세상살이가 한결 쉬울 수도 있겠지만 극도로 심한 경향을 띠고 있다면 대인관계나 인생살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다.

뇌에는 동기와 정서를 담당하는 여러 구조물의 역할이 있는데 이 또한 위험상황을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진화한 부분으로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으로 상황을 대처 한다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두려움을 대처하려는 반응강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해서 부끄러움도 자신을 보호하려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의 감정은 죄책감이나 수치심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으로 부터 인정받을 만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공동체나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거나 비난받지 않을까 하는 긴장과 두려움을 상쇄해보려는 자가발전적인 행위는 아닐까 싶었는데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성공지향적인 세상 풍조가 만들어낸 착각이라는 것이다.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은 사회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양심의 한 축이라고 표현했다. 내향적 사람은 주변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마음을 쓴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 모든 환경으로 부터 숨고 싶은, 숨어버리려는 고립감까지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극심한 부끄러움이나 수줍음 자체가 사회 적응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서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길을 터주고 있다. 결코 수줍음은 단점이 될 수 없음이요 긍정적인 일면도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과신한 나머지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는 위로도 곁들여준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빠른 판단력을 필요로 할 때도 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신중함이 필요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자신감에서 밀리는 수줍은 성향의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노력형이 많아서 쉽게 말을 앞세우지도 않거니와 지레짐작으로 사태를 흐트리는 일은 저지르지 않기에 자수성가형으로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나친 신중함이나 완벽주의를 조율해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간다면 얼마든지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부끄러움을 상실한 사람은 상대 생각과 감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성공에만 집중하는 자아도취에 빠져 주변을 이용하려는 자기애와 지배요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의 실종이다. 부끄러움을 도외시하면 인재 참화를 불러들이게 된다. 선한 마음이 사라지면 무자비하고 파렴치하고 염치를 모르는, 기만적이고 한심한 작태로 이어진다.

수줍게 빗대는 은유적인 표현보다 돌직구가 환대받는 세상이 어지럽다. 부끄러운 행위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인간다운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착하고 너그러워 인정 많고 슬기롭고 덕이 많음이요,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옳음의 극점이요, 배려의 예절도 지녔거니와 불의와 정의을 분별할 줄 안다. 지나친 조심성도 부끄러움을 잘 타는 소심함도 소중히 가꾸어가야 할 덕목일 것 같다. 부끄러움은 양심의 비롯으로 인간임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진면목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읊조려 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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