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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시작보다 이음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8-06 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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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비롯과 여타한 연유로 한동안 만나뵙지 못했던 분으로 부터 우리집 할배 생일 축하전화를 받게되면서 급조된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 30여년 연을 이어온 묵은 온정의 샘을 찾아낸 듯하다. 깊숙히 묵혀있었던 국보급 액자를 찾아낸 것 같은,  알게 모르게 긴 세월을 넘기는 동안 곱게 곱게 켜켜이 쌓여있었던 고유한 정(情)을 발견하게된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서너 시간을 훌쩍 넘긴 대화 속에 수채화 그림 속의 잔잔한 호수같은 평화가 고여가고 있었다. 이러한 만남을 주선해준 30년지기와의 해후가 소중하고 귀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만남과 만남으로 이어지는 만남의 미학까지 초심이길 바라는 진솔한 소망이 이루어진 기쁨이 깃발처럼 나부낀다. 

인연마다 인간미 넘치는 만남을 추구해 왔었기에 만남의 이음줄에 쉼표가 머물기도 하면서 호흡을 고르는 동안에도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다시금 이음줄이 이어지고 흔들림 없는 뿌리깊은 정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여 ‘쉼표가 길어지면 어쩌나’ 저어하는 염려가 저변에 맴돌고 있었던 탓도 있으리라.  

그리움이 고여있는 마음을 내보이며 햇살 같은 추억과 연민을 나눈 시간이었다. 다시금 훈훈한 만남으로 수려한 이음줄은 이어져 갈 것이다. 그 간의 그리움을 걷어내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실어 이음줄의 아름다움을 지켜내야 하리라.

꽃과 꽃들이 서로 마주하며 피어나듯 묵묵한 바라봄으로 서로의 가슴에 꽃을 피워내리라. 어쩌면 다시 이음줄을 이어가기가 쉽지않은, 새로운 조우가 마련되기 힘든 기로에서 손을 내밀어준 30년지기 지인과의 숙성된 관계의 뿌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감이며 대추가 익을 무렵이면 매번 따가라고 성화하셨던 분이셨다. 해마다 성탄절이면 따뜻한 마음을 해마다 이어오신 변함없는 사랑이 나이든 아낙의 가슴에서 폭죽처럼 불꽃이 되어 잉얼거린다.

세상 사는 이야기 속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만남의 미학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된다. 계절의 순환과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밤 낮 또한 거침없는 흐름으로 이어가고 우리네 인생도 회전목마를 타듯 크고 작은 흔들림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광활한 우주 가운데 처음으로 어머니를 만나 세상에 들어서서 한 생을 살아가면서 만남으로 인연을 만들어가는 숙명을 필연으로 알고 하늘 뜻으로 받아들이며 수용하고 살아왔다. 

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라 했다. 가벼운 인사가 상호간의 공식적인 관계 시작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인연들을 가늘게 두텁게 짧게 길게 이어가고 있다. 만남은 정서적인 접촉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관계 안에서 서로가 집중하며 촛점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을 시작과 끝으로 정의하지만 만남의 숱한 테마들을 겪게되고 여러 형태의 다양한 관계 양상과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시작보다 이음줄의 소중함이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라 한다지만 이 보다 먼저 새로운 시작보다 이음줄을 위한 각고의 노력과 보존을 위해 가다듬는 일에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을 붙든다면 격조 높은 관계 완성을 이루어낼 수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관계에서 겪게 되는 좌절 또한 사유의 굳은살이 두터워지기 전에 접을 것은 접고 지혜로운 이음줄로 다듬어 가야할 것이다.

인연의 이음줄은 저만치 피어있는 들꽃의 애틋한 몸짓같다. 어쩌면 인연이란 각기 다른 길가에서 한 잎 한 잎 꽃잎을 뿌리며 다가가다 꽃잎이 다 뿌려진 후에야 가진 것을 다 쇠잔해버린 후에야 비로소 사랑의 진액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인연이란 생을 통해 심고 거둔 삶의 조각들이 모자이크처럼 직조된 관계의 은밀한 밑그림이다. 인연의 이음줄은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지만 분명히 끈끈하고 질긴 동아줄처럼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연줄같은 것이었다. 팬데믹으로 거듭되는 칩거 동안 한 세상 신고왔던 신발을 고이 벗어두고 우린 모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진리가 안개가 저며들듯 크로즈업 되고 있다. 

광대한 우주 속에 제한된 인생임을 가끔씩 떠올리는 것에 조차 짬을 내어주지 않은 채 분주한 듯 살아왔지만 이젠 다 비워낸 빈 마음, 빈 몸이고 싶다. 수묵화 같은 절제된 언어로 인연을 이어가며 잊어야할 인연이나 이름이라도 남겨두고 싶은 인연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남은 날 동안 덮어두고, 지우고 해야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인연의 덤불 속에서 가야할 소롯한 오솔길을 눈여겨보며 섭리로 묶여진 인연줄을 정중하게 간직하려 한다. 시작보다 이음줄의 소중한 끈을 놓치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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