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0일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같은 쟁쟁한 인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96) 부부의 결혼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아온 고향 마을로, 이 고등학교는 카터 전 대통령이 80년 전 다녔던 학교다.
350명 정도의 축하객을 앞에 두고 휠체어에 앉아 단상에 오른 카터 전 대통령은 "(결혼생활 내내 내게) 꼭 맞는 여성이 돼 줘서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서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75년간 함께 산전수전을 겪은 아내에게 건넨 카터 전 대통령의 따뜻한 말에 큰 박수가 터졌다.
옆에 앉은 부인 로잘린(93) 여사는 자라면서 남자에 관심이 없었고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도 안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로잘린 여사는 이어 "그러다 지미 카터가 나타났고 나의 인생은 모험이 됐다"면서 남편을 바라보고는 "고맙다. 사랑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카터 전 대통령과 편치 않은 관계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당시 "국민은 정직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 지지를 거부했다.
16년 뒤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선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
앙금이 남을 법한 사이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게 우리 관계를 전혀 해치지 않았다"고 했다.
행사에는 카터 전 대통령 부부의 네 자녀도 참석해 부모에게 축하를 전했다.
아들 칩은 샴페인 잔을 들고 "부모님은 우리가 누구보다 낫지 않고 누구도 우리보다 낫지 않다고 가르치셨다"면서 "완벽하게 파트너십을 지켜내신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행사에는 미국의 유명 가수 가스 브룩스와 트리샤 이어우드, CNN 창업자 테드 터너 등도 참석했다.
75주년 결혼기념일은 지난 7일이었으며 당일 소규모로 조촐한 기념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대통령 부부 중 가장 오래 해로한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 가는 결혼을 하고 싶다면 꼭 맞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비결"이라며 "우리는 이견을 풀기 전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