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호 1위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57)가 5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미국 억만장자 기업인들의 은퇴 후 삶에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의 ‘인생 2모작’에는 전형화한 별다른 공식이 없다. 자선사업, 스포츠 구단주, 정치 등 제각기 개성에 따라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가 하면, 여행을 즐기며 그냥 조용히 지내는 이들도 있다.
베조스는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서 순자산 1,990억달러로 전 세계 재산 순위 1위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아마존을 27년 만에 온라인 소매시장 점유율 41%의 공룡 기업으로 키워낸 베조스는 이사회 의장 직함은 유지하지만 앞으로 우주탐사, 자선 사업, 부동산과 새로운 장난감 투자 등 새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베조스는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건을 운영 중인데, 오는 20일에는 이 회사의 첫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에 직접 탑승해 우주여행을 다녀온다.
그렇다면 다른 억만장자들은 어땠을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65)는 44세이던 2000년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줬다. 당시 그는 세계 부호 순위 1위였다. 20008년엔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부인과 함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일에 몰두하면서 자선사업가로 확실히 변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때는 과학에 기반한 접근법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부인과 이혼 발표 후 불륜 등 눈살을 찌푸리는 사생활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간 의료와 교육 등 전 세계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문제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11년 별세할 때까지 일에 파묻혀 살았다. 그는 30세이던 1985년 사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 CEO직에서 물러난 뒤 컴퓨터 회사인 넥스트를 설립, 경영적 수완을 다시 발휘했다. 잡스는 애플이 어려움에 빠지자 2000년 다시 애플의 CEO로 복귀해 스마트폰 출시 등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엑손모빌을 뛰어넘어 1위에 오른 2011년 8월 CEO에서 돌연 사임했고,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 췌장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56세에 숨을 거뒀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8)와 세르게이 브린(47)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페이지는 2001년 CEO 자리를 에릭 슈밋에서 넘겼다가 슈밋이 사임하자 10년 후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두 사람은 퇴임 후 지금까지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페이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 기업인 ‘키티 호크’에 돈을 투자하는 등 베이조스처럼 하늘에 관심이 많다. 브린 역시 항공기 회사에 투자했다.
오디오 스트리밍 회사인 브로드캐스트닷컴 공동 창업자인 마크 큐반(62)은 창업 4년만인 1999년 56억달러에 이 회사를 야후에 넘긴 후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를 인수해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공화당의 대항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출마하진 않았다.
휴렛팩커드, 이베이 최고경영자를 지낸 맥 휘트먼(64)은 정치의 문을 두드린 인사다.
2009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다가 공화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6년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공화당과 결별했고, 작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