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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새로운 부자관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6-18 10:10:23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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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육 트럭 운전사가 정자를 693차례 기증했다. 이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모두 533명. 이중 142명이 모여 정자은행을 상대로 친부의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몰론 실제 사례는 아니고, 2013년 나온 헐리웃의 코미디 영화 ‘딜리버리 맨’(Delivery Man)의 스토리다. 이 영화는 그보다 2년 전에 나온 캐나다 영화 ‘스타벅(Starbuck)’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스타벅’은 캐나다에 있었던 홀스타인 숫소의 실제 이름. 품종이 우수했던 이 종우는 1980년대와 90년대 송아지 수 십만 마리의 아빠 소 노릇을 했다고 한다.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 않다. 소송을 당한 주인공은 정체가 탄로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그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 프로 농구선수가 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연거푸 오디션 낙방 끝에 마침내 영화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이, 중독시설을 드나드는 아이도 있었다. 그는 142명의 ‘자녀’들이 모인 자리에도 참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 올라있는 맛보기 영화를 봐도 된다.

 

인공수정은 난임 치료법 중 하나다. 부부 간에 이뤄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무정자증일 경우 타인의 정자를 기부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는 달리 덴마크나 미국처럼 정자은행이 상업적으로 활성화된 곳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다.

 

미국은 이미 인공수정이 부부 사이 보다 미혼 여성이나 레즈비언 커플 사이에 더 많이 시술되고 있다. 인공수정은 가족의 비밀로 부쳐지는 경우가 많지만 유전자 감식이 발달하면서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문제는 더 자주 불거지고 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을 때는 기부자의 인종 보다 성격이나 취향 등을 많이 고려한다. 똑똑한 2세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아이비리그 대학 주위에 정자은행이 많다. LA에는 UCLA와 USC 근처에도 있다. 정자 기부자는 주로 젊은 대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된 것은 인공 수정된 정자가 익명의 기부자나 남편 대신 불임 치료 의사의 것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 지면서부터. 가공 임신 문제를 조사하던 수사당국에 의해 지난 1980년대 북 버지니아의 한 의사가 자기의 정자로 환자들에게 수정한 것으로 처음 밝혀졌다. 17명을 검사했더니 이중 15명이 이 의사의 아이였다. 52건의 사기와 위증혐의로 기소된 그는 5년 실형과 함께 11만6,000달러의 배상금을 환자들에게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4년께부터는 간편하게 집에서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졌다. 친부가 누구인지 궁금한 자녀들이 ‘23andMe’ ‘AncestryDNA’ 등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면서 문제는 확산됐다.

 

이 문제를 집중 조사한 인디애나 대학 법학대학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최소 10명이상의 불임치료 전문의사들이 같은 문제로 민형사 고발을 당했다고 한다. 콜로라도 주의 한 의사에게 불임치료를 받았던 부부는 두 딸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바로 담당 의사인 것을 알고 경악했다. 인디애나 주의 한 의사는 자신의 정자로 임신시킨 아이가 6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 법률회사에는 24건 정도의 케이스가 들어왔으나 재판까지 간 것은 3건, 나머지는 의사와 환자 간의 법정 밖 합의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의사들은 왜 자기 정자를 환자에게 주입했을까. 조사대상 의사들마다 답변을 얼버무려 그 동기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영국에는 ‘아빠 주문하세요(order a daddy)’라는 앱도 등장했다. 새로운 부자관계가 점차 세를 넓혀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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