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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수필 ] 남자의 자존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10-15 19:19:11

수필,문학회,이경화,남자,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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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던진 화통에 맞아 남편이 울고 있다.

“내가 던진 말이 설령 좀 지나쳤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말은 그랬지만 그 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을 생각해봐?”

 

그제서야 나의 잘못임을 깨달았다. 남편 말대로 생활비를 못 대서 고생을 시켰는가. 바람을 피워서 마음 아프게 했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것 못하게 해서 갈등하게 만들었는가. 그렇게 따지고 든다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남편이다. 그런데 잘못 던진 한마디에 과민 반응으로 남편을 인정 사정없이 공격해 버렸다.

 

얼마 전에 남편이 거실에 놓을 새 랜턴을 사 왔다. 아주 동양적인 스타일로. 그러나 이미 거실 분위기는 모든 가구와 장식품들이 서양풍의 물건들이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없는 쪽이 더 낫다고 느껴졌다.

 

“이거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다른 것으로 바꿔오면 어때요?”

 

남편은 설령 사 온 물건이 쓸모가 없어도 바꾸기를 미안해 하는 타입인데다 자신이 좋아서 사 온 물건을 내 맘에 안 든다고 좋을대로 내뱉었으니 마음 상처가 무척 컸었나 보다.

 

“난 당신이 좋아하는 물건이라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함부로 말하지 않았어. 그리고 집 어디엔가 장식을 해서 써 보려고 노력했는데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그 오리인형을 갖다 버리라고 했잖아.”

 

사실이었다. 오리인형이 헝겁으로 되어 있는데다 재활용 가게에서 사 들고 왔다는 인식에 더럽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가 얼마나 사용했던 물건인지도 모르겠는데다가 헝겁이라서 다시 빨을 수도 없었고 빨면 나무에 접착제가 떨어져 버려야할 것 같았다. 결국 어느 날 남편은 내 말대로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말았다. 남편이 사 들고 온 물건들은 그렇게 하나 둘 내 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취향은 너무 다르다. 남편은 소박하고 동양적인 감각이지만 나는 화려하고 시각적인 서양 감각을 선호한다.

 

남편이 눈물을 흘리게 된 동기는 이런 사소한 다툼에서 인신공격으로 확대되었다. 나에게 무슨 불만이 있냐고 따지기에 반사적으로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대들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남편의 자존심을 마구 흔들었다.

 

“내 나이에 그것도 가장 가까운 아내로부터 이런 굴욕적인 말을 듣는다는 것은 너무 비참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당분간 떨어져 살면서 생각해 보겠어.”

 

남편의 눈물과 독백은 나의 심장에 꽂혀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당신이 내 말에 그렇게 아파할 줄 몰랐어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

 

내 잘못을 깨닫고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며 나도 울었다. 순간의 화를 삭이지 못하고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려 남편의 기를 꺾어버리고 나니 내가 더 처량해졌다. 지금까지 가장 부러워했던 남편 쥐어 잡고 사는 훌륭한 여성들이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우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남편의 독백이 메모리 칩에 저장되어 나를 흔든다.

 

“남자의 자존심이란 게 있어.”

 

한 가족의 생활을 책임 져야 하는 스트레스도 없는 것처럼 가장해야 하고 서글픈 일들이 일어나도 가족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남자라는 명분이 있단다. 아내는 항상 그런 남편을 향해 사정없이 싫다 좋다 온갖 불만 다 풀어 놓다가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것을 고스란히 남편 탓으로 돌렸다.

 

그 후로 새로 사온 랜턴은 파이어 플레이스 옆에 다소곳이 서 있다. 내가 찾은 장소이다. 합당한 장소로 옮겨 놓으니 제법 보기 좋다. 죽어도 그 랜턴은 내 손으로 버릴 수 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남편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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