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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비행기 여행 단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8-10 22: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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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륙을하고 고도가 안정될 무렵에서야 비로소 비행기 창 밖을 내려다본다. 비행기 여행은 자동차 여행처럼 주변 풍경이 곁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고공에서 내려다 보며 풍경을 즐기는 묘미가 있다. 구름 한점 없는 창공을 나르고 있지만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땅이 보일뿐 지상엔 편만하게 구름으로 덮여있어 구름 위를 나르고 있음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은 땅에서 올려다보는 구름과는 판이한 느낌이다. 손으로 잡으려고 들면 잡힐 것 같은, 구름 위에 올라탈 수 도 있을 것 같은, 동화나라를 비행하고있는 착시의 혼돈 속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갑자기 비행 고도 높이 만큼에 떠있던 구름이 몰려든다. 구름 사이를 통과하느라 동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잠시후 비행기는 다시 평온을 유지하며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몰입하느라 눈을 떼지못한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져보자고 떠난 여행이다. 망망한 창공에서 창 밖 풍경이 이끄는 시선 끝에 글줄기가 몽실몽실 구름 처럼 피어난다. 노트북을 꺼내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해 습관처럼 메모집을 꺼낸다. 메모 집과 팬은 여행지마다 바늘과 실처럼 동행한다. 가벼운 단상들을 옮겨본다. 짧은 단상들이 생각에서 흐트러지기 전에 붙들어 앉히고 싶음이라서. 비행기에서의 글쓰기를 즐겨보려는 심사가 부풀어 오름을 의도적으로 수수방관할 때도 더러 있어왔던터라 팬이 움직이는대로 두기로 한다. 눈물날만큼 시린 하늘의 푸름 앞에 글 쓰기의 목마름을 해갈해보려는 심사가 수줍은 꽃망울처럼 봉곳이 열린다. 글쓰는 냄새를 피우는 것도 그러해서 갸웃갸웃 고개를 떨구며 주변 승객들을 둘러본다. 다행히 어떤 눈길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듯 비행기에서 글이 풀려날땐 승무원의 지나친 친절이 불편할 수도 있거니와 이래저래 마음이 쓰인다.

여정 위에서 만나질 새로운 만남과 꽃피워낼 이야기들, 갖가지 이야기를 품고 탑승을 하고 내리며 이동하는 승객들의 표정들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스스로의 선택과 안목에 만족해하는 표정들로 보인다. 함께 비행하는 승객들이 이 시간만큼은 가족 같아서 일게다. 짧은 단상들을 써내려가는 동안 언뜻 토픽뉴스가 생각난다. 뉴욕에서 출발해 도쿄에 도착하자 다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다. 글쓰기를 위해 비행기 여행을 불사한 것이다. 서재 바깥에서 문을 잠그게하고 식사도 들여다 주는 방식으로 스스로 자청한 감옥을 만드시는 작가분도 계시는 터이니까. 탐하는 글이 쓰여지지 않아 기차를 타고 글을 썼다는 작가 이야기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기차여행을 하면서 자기가 써왔던 일기를 읽어보는 재미에 빠져있었다는 전설적인 얘기도 있다. 가까운 지인 중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창가 좌석을 예약필수로 하는 사진작가도 있다. 세계를 두루다니며 주로 랜딩 타임이 가까워질 때를 기다렸다가 호변이나, 바다 주변, 특이한 모형의 지상의 풍토를 촬영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담아오자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분도 있을 터이다. 집을 떠나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떠남을 서두를 것 같은 이들의 대화를 숨죽인채 들어볼 수있는 것도 유일하게 앞 뒤로 촘촘히 앉은 비행기 여행에서일 것 같다. 기내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종들의 경건한 삶이 존재하고, 저들만의 문화와 삶의 편린과 사랑과 이별과 만남의 아름다움을 싣고 비행하고 있기에.

비행기 날개 쪽 좌석이 배정된 것에 감사드리게 된다. 비행기 날개 쪽의 창은 여상스레 나를 꿈꾸게 한다. 날개는 꿈을 싣고 있다는 동심의 본의를 여직 붙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날개가 보이는 창은 여정으로 설레이는 사념들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날개란 가슴을 한껏 부풀리며 알지못할 막역함을 향한 기대로 연정을 품듯,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 청포도 속내 같은 설익음을 지니고있다. 창을 통해 지상은 풍경이 되고 초로의 여인의 삶이 함축된 배경이 되어 흘러가고 있다. 창 밖 풍경이 떠나버린 세월을 헤아리게도 하고 현실로 돌아와야하는 회귀에서 잠시 머물게 해주기도 한다. 은밀한 사유 속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심미안적 깊음에 잠기면서 색조가 다른 명상을 즐기게도 된다. 창은 언제나 사유와 친숙하도록 길을 열어준다. 유순한 기도의 오솔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얽힌 마음을 차분히 풀어주고 막역한 끌림으로 두손을 모으게 만든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지대도 지나고 모형 같은 도시를 지나와서 멀리로 태평양의 푸름이 가슴을 풀잎처럼 열리게 만든다. 이런 저런 상념을 추스리는 동안 마을도, 자동차들도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랜딩할 활주로가 보인다. 마치 망망한 바다에 불시착할 것 같은 불안도 잠시 무사히 랜딩에 성공했다. 비행기 앞부분이 서서히 게이트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승객들은 행복한 여정의 시작이 열리고 있지만 비행기는 비로소 고단한 날개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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