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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윤의 영어 이야기] 기적의 영어를 만난 사람 12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5-17 20:20:32

칼럼,미셀윤,영어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필자는 15년도 넘게 똑같은 지갑을 사용하고 있다. 15년에 산 지갑이라고 해도 워낙 튼튼하고 질리지 않을 모양으로 골랐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앞으로 또다시 15년을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바꾸기로 결심을 했다. 워낙 튼튼한 모양을 골라서 또다른 15년을 충분히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지갑에 자잘한 상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꾸기로 결심을 했다.

 

지갑이 백전 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쩐지 그 백번 싸운 늙은 병사는 은퇴를 시켜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 무척 질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15년을 넘게 들었으면 정말 많이 들고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른 15년도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바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갑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15년을 똑같은 지갑을 들고 다니긴 했지만 지갑에 영 문외한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갑은 선물을 하기에 딱 좋은 아이템 중의 하나이므로 15년 동안 이런저런 지갑들을 많이도 구경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므로 내 지갑을 고르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내 지갑을 고르려 하니 쉽지가 않았다. 맘에 드는 지갑이 눈앞에 나타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예쁜 지갑은 다 똑딱단추를 가진 지갑들이라는 사실에 직면을 했다. 똑딱단추를 가진 지갑은 어쩐지 불안정해보여서 망설여졌다. 가방도 완전히 닫히는 가방들을 선호하는 필자는 지갑도 완전히 닫히는 지퍼를 가진 지갑이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맘에 드는 모양을 고르면 늘상 똑딱 단추를 가진 지갑이었다.

 

똑딱 단추를 가진 지갑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단추를 잠그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였다. 지갑을 열고 닫을 때마다 똑딱 단추의 아귀를 맞추어야 하는 일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바쁜데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거기에 시간을 쏟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담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암튼 맘에 드는 지갑을 골라 놓으면 그 지갑은 늘 똑딱 단추를 가진 지갑이었고 그 지갑을 선뜻 살 수가 없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갑을 새로이 장만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날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필자의 지갑이 지퍼가 달린 지갑이 아니라 똑딱 단추를 가진 지갑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15년 이상을 들고 다녔던 지갑인데 지퍼가 달린 지갑이라고 생각을 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유는 있었다. 일단 똑딱 단추로 지갑을 열면 그 안에 지퍼가 달린 동전 지갑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지퍼지갑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었다.

 

분명히 이유는 있었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15년 이상을 매일 한결같이 들고 다녔던 지갑의 모양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니 정말 놀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지갑말고도 혹시나 영 다르게 인지하고 있는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영어를 공부하다보면 자주 늪을 서성이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 늪을 서성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자가 15년 이상 들었던 지갑의 모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처럼 늘상 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늪을 헤매는 것은 아닐까? 아주 당연하고 가까이 있는 것들을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고 너무나도 쉽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새삼스레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만일 내 영어가 매일 그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ABC로 돌아가보기를 권한다. 처음부터 돌아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일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ABC를 다 들여다보았다면 명사, 형용사, 부사같이 아주 기초적인 개념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것이다.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낸다고 단순하게 알고 있었던 동사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차근하게 살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5년 이상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갑이 어느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간단하다고 지나쳤던 것들에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아주 처음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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