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지역뉴스 | | 2019-03-29 09:09:36

전남,곡성,매화,봄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겨울잠서 깨어난 섬진강, 분홍빛 채비 끝내고

경찰 승전탑 주위엔 뭉게구름 닮은 매화 자태

태안사 진입로의 숲과 계곡도 또 다른 절경

몇 해 전 곡성을 찾은 때는 5월 초입이었다. 17번 국도를 따라 기차 마을로 가는 길 오른편에 흐드러진 철쭉이 달리는 차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한 달 이상 일찍 곡성을 찾은 탓에 숨 막히는 철쭉 군락은 춘곤증에 졸고 있었다. 하지만 봄을 맞은 곡성의 흙은 부풀어 올라 푸근했고 한 달 후 섬진강변을 분홍색으로 물들일 채비를 끝낸 것처럼 보였다. 철쭉 대신 기자를 맞이해 준 것은 가지를 뚫고 나온 매화와 산수유의 꽃망울들이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섬진강을 달리며 재잘대는 물줄기를 따라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로 향했다. 압록리는 곡성군의 남단에 위치해 올라오는 봄을 먼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범한 사람들은 ‘한 지역 안에서 봄이 빨리 오면 얼마나 빠르겠느냐’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보다 감각적인 나무와 풀들은 한 마장의 차이로도 꽃이 먼저 피고, 열매를 먼저 맺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곡성군의 남쪽 압록리 중에서도 매화를 볼 수 있는 명당은 경찰 승전탑 인근이다. 경찰 승전탑은 18번 국도변 언덕 위에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보성에서 시작해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보성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찻길에서 승전탑까지는 인공 조림한 매화나무가 밀집해 있는데 멀리서 바라볼 때는 뭉게구름 같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뭇가지마다 하얀 매화꽃을 팝콘처럼 달고 있다. 매화밭 복판에 자리 잡은 경찰 승전탑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24일 압록교를 통과하는 북한군 603기갑연대를 곡성 경찰 300명이 기습해 섬멸한 공적을 기리는 구조물이다. 손민호 해설사는 “곡성 경찰은 북한군 사살 50명, 생포 3명의 전과를 올렸다”며 “이 승리로 적의 남하를 1주일 이상 지연시켜 서울수복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옷에 묻은 매화향기를 털어내지 않은 채 우리 둘은 태안사로 길을 틀었다.

동리산 자락에 위치한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 원년인 742년에 개창됐다. 이후 문성왕 9년인 847년 혜철국사에 의해 선종사찰로 거듭났고 불교는 이곳에서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파를 형성했다. 이후 고려 태조 때 광자대사가 머물면서 132칸의 건물을 짓고 동리산파의 중심도량이 됐다. 태안사는 고려 초까지만 해도 송광사·화엄사를 말사로 뒀을 만큼 거대한 절이었다. 고려 중기에 송광사가 독립했고 태안사는 조선 시대 이르러 배불정책으로 쇠퇴했다. 후대에 와서는 전쟁 중 대웅전이 불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경내에는 보물 273호인 혜철국사 사리탑, 274호 광자대사탑 등 보물 5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태안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절로 들어가는 진입로다. 절을 향해 뚫린 2.3㎞ 구간은 좌우로 우거진 숲과 계곡이 절경을 이루는데 초록이 짙어지는 여름에는 하늘을 가려 녹색터널이 되고 단풍이 짙어가는 가을이면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수놓아진 지붕이 하늘을 가려준다. 

진입로가 끝나는 곳에서는 계곡 위에 걸쳐 있는 희한한 누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능파각이라고 이름 붙은 이 누각은 ‘850년(문성왕 12)에 혜철선사가 창건했고 941년(태조 24) 윤다(允多)가 중수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팔도에 은둔하는 여러 사찰을 둘러봤지만 물 위에 세워진 누각은 처음이라 이름을 눈여겨봤더니 ‘능파(凌波)’라는 글자 중 앞의 ‘능’자는 미끄러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군청에서 얻어 온 가이드북을 들춰 보니 ‘능파’의 속뜻이 ‘아름다운 여인의 걸음걸이’라고 적혀 있다. 청정한 도량에 이 관능적인 이름이라니! 

하지만 조금 더 읽어보면 피가 늦게 돌아 두뇌 회전이 느린 세속의 글쟁이라도 그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금강문, 누각을 겸한 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 세속의 번뇌를 던져버리고 불계(佛界)로 입문한다’는 뜻이니 이 건축물은 산 아래 인간들을 향해 바라보고 던지는 마지막 작별인사인 셈이다. 

곡성에는 맛집이 여러 곳 있지만 그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제일식당이다. 이 지역에는 한우 전문점을 비롯해 고급 식당들도 꽤 있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로 따지면 이만한 곳이 없다. 팔도를 누비고 다니는 기자가 경험한 전국의 1만원 이하의 맛집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집이다. 기자가 맛을 본 메뉴는 그저 평범한 8,000원짜리 백반인데 10여가지 반찬 중 대충 만든 것이 없었고 정갈했다. 오곡면 기차마을로 143.

 <글·사진(곡성)=우현석 객원기자>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경찰 승전탑에서 바라본 매화의 모습.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곡성의 길거리에 활짝 피어 있는 매화.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가지마다 내려앉은 하얀 매화“봄이 맺혔네”

신라 경덕왕 원년인 742년에 개창한 태안사.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바디프랜드, ‘얼리 블프’, 듀오 패키지 세일
바디프랜드, ‘얼리 블프’, 듀오 패키지 세일

상위 3개 프리미엄 모델 대상최대 8000불 할인, 추가 혜택 글로벌 헬스케어·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얼리 블랙프라이데이(Early Black Fri

샘박 의원 6선 고지... 홍수정 의원 석패
샘박 의원 6선 고지... 홍수정 의원 석패

샘박 의원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27표 차 석패, 홍 재검표 가능성 샘박 조지아 주하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107지역구에서 70.94%인 1만4786표를 득표해 상대 공화당 후보를 압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미쉘 강 조지아 99지역 하원의원 당선자〉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미쉘 강 조지아 99지역 하원의원 당선자〉

2년 전 패했던 공화 현역에 큰 차 승리"포괄적, 공평한 정책 담아 입법활동"  3일 치러진 조지아 중간선거에서 제99지역 주하원의원에 출마한 미쉘 강 후보가 현역인 맷 리브스 후

노예 조상 후손서 최초 흑인 여성 주지사까지
노예 조상 후손서 최초 흑인 여성 주지사까지

키샤 랜스 바텀스 주지사 당선자“모든 주민의 주지사” 통합 강조"최저임금인상∙메디케이드 확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된 키샤 랜스 바텀스 당선자에 대해 전국적인 관

조지아에도 민주당 ‘돌풍’…공화당 ‘대참패’
조지아에도 민주당 ‘돌풍’…공화당 ‘대참패’

▪2026 중간선거 조지아 선거 결과바텀스, 24년 만에 민주에 승리 선물오소프, 여유있게 연방상원의원 재선민주당, 22년 만에 주하원 권력 장악 주정부 선출직 민주당 후보 '싹쓸

“세금보고 전 계정 보안 강화하세요”
“세금보고 전 계정 보안 강화하세요”

IRS, 신분도용 방지용6자리 IP핀 발급 권고11월 중순 전 신청해야 연방 국세청(IRS)이 내년 세금보고 시즌을 앞두고 납세자들에게 온라인 계정 보안 강화와 신분도용 방지번호(

〈속보-2026 중간선거 조지아 개표 결과〉 민주당, 주지사∙ 연방상원의원 동반 승리...주정부 선출직도 모두 압승..미쉘 강 당선
〈속보-2026 중간선거 조지아 개표 결과〉 민주당, 주지사∙ 연방상원의원 동반 승리...주정부 선출직도 모두 압승..미쉘 강 당선

11:35PM 미쉘 강 리턴 매치 승리  주하원 99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한인 미쉘 강 후보가 당선됐다이 시각 현재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강 후보는 1만3,695표를 획득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뒷마당 트램펄린 때문에 주택보험이 취소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뒷마당 트램펄린 때문에 주택보험이 취소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의 단독주택에 살다 보면 넓은 뒷마당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꽃밭을 만들거나 바비큐 시설을 설치하기도 하고, 어린 자녀나 손주들을 위해 놀이기

미 핀테크가 선택한 골든키...전략적 투자 유치로 사업확장
미 핀테크가 선택한 골든키...전략적 투자 유치로 사업확장

Netevia 자본·결제 기술과 골든키 현장 경험 연결11월 3일 둘루스 양사 CEO·CRO 참석 기자간담회 골든키 에릭 김 대표(왼쪽)와 네티비아 블라드 사도프스키 대표가 3일

〈한인타운 동정〉 '애틀랜타 한인회 김치페스티벌'
〈한인타운 동정〉 '애틀랜타 한인회 김치페스티벌'

애틀랜타한인회 김치페스티벌11월 21일 오전 10시-오후4시 둘루스 콜로세움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김치를 담그는 김치체험, 자기 만의 김치 만드는 방법을 경연하는 김치 컨테스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