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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풍금 소리가 남긴 것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5-22 08: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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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악기를 다루는 분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게 된 기회가 주어졌다. 나이가 깊어가면서 점차 악기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어 간다는 주제로 대담을 이어갔다. 성품과 삶의 배경을 따라 악기가 전달하는 소리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대화 중에 언뜻 유년 주일학교 예배 시간에 풍금으로 찬송가 반주를 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풍금소리는 아련한 향수로 스며들고 있었나보다. 감성적인 울림 공간의 여백이 삶의 공간에서도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도 자연스레 새겨진 소중한 보람으로 연연히 이어져 온 것 같다. 

 

소리 미학은 물리적으로는 악기마다 진동 울림통을 통해 발생한 공명 현상이 고유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연주라는 과정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같은 맥락의 흐름으로 악기와 공간과의 조화가 일구어 낸 예술적 융합이 소리를 창출해 내는 과정의 묘사가 음악에 깊이 심취하게 하는 소중한 요소로 작용된 것이다. 특히 풍금소리가 님긴 공명은 아스라한 먼 추억을 베경으로 미묘한 편안함을 배풀어 주었다. 마치 안개 비처럼 지척없이 스며들면서 때론 서술적 예시가 담긴 음률 융합이 울림을 통해 심성에 깊게 파고들었던 느낌이 지금까지 생생한 감동으로 남겨져 있다. 

 

어릴 때부터 소리에 관심이 많아서 였는지 계절마다 지닌 바람 소리와 숲길에서 만나지는 새소리, 먼 기적 소리며 교회 종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때론 파도 소리까지 곱고 부드럽고 우아한 흐름들이 참 좋았다. 그 중에서도 풍금 소리는 지금껏 심중에 정이 가는 애잔한 소리로 남겨져 있다. 풍금 소리를 만나기 쉽지 않은 이국 살이에서 간결한 연모의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유년 주일학교에서도, 유일한 악기로 풍금이 있었고, 50년대 국민학교 재학 당시에도 교실마다 풍금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배당에 들어서면 늘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풍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예배당이 주중에는 유치원으로 운영되기도 했던 시대라서 예배당은 또다른 안식처 같은 아늑함을 안겨 주었다. 

 

풍금 소리에 매표된 어린 여자 아이는 풍금 곁에 머물기를 좋아한 나머지 풍금 건반을 만지작 거리곤 했던 아이에게 선생님은 악보 보는 법과 건반 누르는 법을 알려 주셨다. 유치원 방과 후에까지 남아서 풍금 곁을 지키곤 했었다. 풍금 앞에 앉아 발로 페달을 밟고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면 맑고 고운 소리가 울려 나오는 풍금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선생님께서 수시로 가르쳐 주셨고 틈만 나면 풍금과 가까이 했던 터라 후일 선생님께서 주일학교 반주를 맡기셨고 그 작은 사명을 절대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풍금을 더욱 가까이 하게 되었다. 반주했던 풍금을 늘 반질반질 윤이나게 닦으면서 풍금을 아끼며 간수하는 마음이 애착으로 번져나고 있었나 보다. 

 

이방인의 삶이 시작되면서 피아노 부터 마련했다.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한답시고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을 교습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악보없이 연주하게 되는 경지를 보면서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도 했지만 풍금소리는 여전히 귓전이 아닌 심중에 머물면서 내 생을 보듬고 있었다. 풍금 소리는 잊혀지지 않는 날들을 고이 접어 두고 언제든 열어보아 주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찬란한 수식어나 빛나는 경력 없이도 고난과 절망을 견딜 수 있었던 당찬 의지를 계속 공급해주고 있었다. 

 

풍금 소리가 남긴 것은 고된 이방인의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었던 낯섦 속에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때로는 실향민의 외로움을 감싸주려는 매개체로 시대적 아픔을 돌보아 주기도 했었다. 화려하고 완벽한 디지털 사운드 대신 헐떡이는 숨결과 바람이 섞여 만들어졌던 풍금 소리는 노년의 길목으로 들어선 우리네들에겐 시대상으로는 서툴 수 밖에 없는 세대적 격차가 느껴지는 배경이 존재하고 있지만 다사로운 기억을 남겨주기에 충분한 여운을 안고 시대적 애환을  감싸주는 위로의 보루가 되어주었다.  

 

마치 꽃들이 새 봄을 기다렸다는 듯이 곱게 피어나 듯, 뿌리와 중심 둥지와 가지가 살아있으면 다시 활짝 꽃이 피어 나듯, 풍금 소리도 살아있는 생 음악이 되어 찬란하게 다시 피어나곤 한다. 딸내들이 그리우면 손수 풍금으로 동요를 반주하면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들을 녹음해 두었던 보이스 레코더를 열어보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도 풍금 소리는 밤 하늘에 흐르는 달 빛 같이 별 빛 같이 노심의 길목들을 밝혀주고 있다. 생의 페달을 밟을 때 마다 유년의 맑은 모습 그대로 살아가라는 격려로 성원으로 이어져 왔다. 풍금 소리는 여태껏 생애의 강줄기에서 기억으로 흔적으로 남아 노년이라는 생의 언덕배기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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