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삶이라는 악보 위의 불협화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4-06 13:55:36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내 인생에 대한 예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생을 정갈하고 조화로운 것들 속에 머물고 싶었다. 글을 쓸 때도, 악기를 다룰 때도, 사람을 사귈 때도 도-미-솔처럼 안정적인 협화음만이 인생의 정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비로소 깨닫는다. 때로 음정이 깨지고 찌그러진 듯한 ‘불협화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곡에 팽팽한 긴장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필수적인 ‘텐션’이라는 것을. 날카로운 불협화음이 존재하기에, 뒤따라오는 화음의 존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을.

‘봄의 제전’이라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이 있다. 그 곡은 그 옛날 초연 당시 관객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만큼 파격적인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모호하고 불안한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끝없이 자극하고, 곡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만약 그 곡에 깨지고 꼬인 듯 부딪히는 음정이 없었다면, 인간의 그 깊고 처절한 갈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 음악에서 불협화음은 생명력이다. 그것은 뒤에 올 안식과 해결을 더욱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자처하는 소리다.불협화음은 결코 불청객이 아니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은 대개 혹독한 불협화음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났다. 예기치 못한 병마와 싸우며 몸과 마음이 어긋나던 시간들, 이민자로 살며 낯선 땅에서 겪었던 문화적 충돌과 언어의 장벽들은 내 삶의 악보 위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반음과도 같았다. 그때는 그 소리들이 인생을 짜증나게 하고 망치는 소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불안정한 음들이 있었기에 나는 ‘인내’라는 새로운 리듬을 배웠고, ‘공감’이라는 깊은 저음을 얻었다. 암이라는 시련은 내게 건강의 소중함을 넘어, 오늘 마시는 차 한 잔의 향기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일깨워준 강렬한 불협화음이었다. 낯선 타국에서의 고독은 오히려 모국어로 글을 쓰게 하는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삶의 불협화음이 해결될 때 느껴지는 그 해방감은, 처음부터 평탄하기만 했던 곡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고귀한 성취였다.

철학자 니체는 "자신 속의 카오스를 간직해야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교향곡에서 고난과 갈등, 상처는 피해야 할 오점이 아니다. 오히려 곡의 입체감을 살려주는 필수적인 장치다. 완벽하게 조화롭기만 한 곡은 이내 지루해지기 마련이지만, 불협화음이 적절히 섞인 곡은 청중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고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인생의 모든 음표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런고로 내 삶에 찾아오는 불협화음을 너그럽게 맞이하려 한다. 그것이 관계의 갈등이든, 노화로 인한 뼈마디의 삐걱거림이든, 그 소란한 통증 끝에 마침내 찾아올 깊고 고요한 협화음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내 몸이 내는 이 정직한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인다. 거친 불협화음이 마침내 부드러운 화음으로 녹아 들어, 내 인생의 악보가 비로소 한 편의 완성된 수필이 되고, 시로 마무리 짓게 되기를 바라본다. 

요즘 들어 무릎과 어깨가 아파 고생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나 역시 이미 겪고 있는 불협화음인 그 저릿한 ‘삐걱거림’을 서글픈 소음으로만 치부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낡아가는 기계의 마찰음이 아니라, 한평생 치열하게 연주해온 인생이라는 악기가 내는 깊고 중후한 불협화음이라 믿는다. 지금 당장 몸 어딘 가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에 일상이 삐걱거리고 괴로울지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자. 그것은 삶이라는 곡이 가장 장엄한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레드 랍스터, '무제한 새우' 다시 선보여
레드 랍스터, '무제한 새우' 다시 선보여

1,100만 달러 손실 안긴 프로모션 애틀랜타를 비롯한 전국의 레드랍스터(Red Lobster) 팬들이 열광했던 '무제한 새우(Endless Shrimp)' 프로모션이 다시 돌아온

조지아 운전자, 고유가 대비해야
조지아 운전자, 고유가 대비해야

“개스값 하락 올해 말에야”연방 에너지부 장관 전망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인한 개스가격 고공행진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연방 에너지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애틀랜타 칼럼] 목표가 있어야 행운도 있다

이용희 목사 행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란 커다란 지도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행운을 잡지 못한 것은 명확한 인생의 지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침례회협의회, ‘2026 예수 복음 비전 축제’ 개최
침례회협의회, ‘2026 예수 복음 비전 축제’ 개최

“예수 그리스도 - 교회의 유일한 비전” 조지아주 남침례회한인교회협의회(회장 김데이빗 목사)가 주최하는 ‘2026 예수 복음 비전 축제’가 오는 5월 1일(금)부터 3일(주일) 저

조지아판 엡스타인 법안에 정가 '묘한' 파장
조지아판 엡스타인 법안에 정가 '묘한' 파장

성비위 합의내용 공개기록 규정주지사 서명만 남아…시행 눈앞 조지아판 엡스타인 법안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조지아 정치권에 조용하지만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고 WABE가 지난주

'폭력 위협’ 에모리 법대 아시안 학생  조사 중
'폭력 위협’ 에모리 법대 아시안 학생 조사 중

SM서 인종차별∙폭력성 발언 재학생들 “생명 위협 느꼈다”학교 측 미온적 대응도 도마  에모리 로스쿨에 재학 중인 아시아계 학생이 온라인을 통한 지속적인 폭력 위협성 발언으로 당국

동남부 차세대 상공인 모임 결성 준비 박차
동남부 차세대 상공인 모임 결성 준비 박차

18일 차세대 리더 초청 모임총연 산하 IGN 활동 소개해 동남부한인상공회의소연합회(회장 신동준)는 지난 18일 스와니 라루체 시어터에서 IGN ‘2026 차세대 리더 초청모임’

천사포, 6개 단체에 성금...장학생 선발도
천사포, 6개 단체에 성금...장학생 선발도

꽃동네 등...장학생 15명 지원키로 지난 17년 동안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어렵고 그늘진 곳에 처한 이들에게 빛과 희망을 전달해온 ‘사랑의 천사포’ 성금 전달식이 지난 17일 오후

“자녀 카시트 무료 점검 받으세요”
“자녀 카시트 무료 점검 받으세요”

이달 23일…귀넷 경찰 주최  귀넷 경찰국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아동용 카시트 무료 점검 행사를 연다.로렌스빌에 있는 타겟 매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공인 기술자(CPST)가

조지아서 또 조류독감…올 네번째
조지아서 또 조류독감…올 네번째

피어스Co. 가정 가금류서  조지아에서 또 다시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주 농무부에 따르면 이달 피어스 카운티 한 가정에서 사육하던 닭과 오리, 거위 등 가금류 60여마리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